<트럼프 왕 이야기, 제19화> 2020.6.9.

워싱턴 D.C.

멜 여사로 변신한 소선생이 탄 트럭은 시내 주택밀집지역 골목을 돌아 이면도로의 허름한 공장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려진 침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5층 정도의 깊이로 느껴졌다. 침대는 레일이 있는 기차로 옮겨졌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 1.2킬로 정도를 더 내려간 듯 했다. 침대는 서서히 이동했다. 통로 양 옆에는 사무실이 나란히 있었다.

소선생은 여기쯤이다 생각하고 머리를 들었다. 뒤에 오던 두 명이 멜 여사를 보면서 “어, 깨어났군.” 하고서 슬며시 웃었다. 소선생은 딱 4초를 세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넷.”

그와 동시에 네 명은 바닥에 누워 꼼짝을 하지 않았다. 빈 사무실 하나에 네 명과 침대를 넣었다. 문은 그냥은 열리지 않게 조치했다. 그리고는 네 명 중 한 사내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통로 끝에 광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수백 명이 운집해서 사열대에 오른 사내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사내는 오늘 보라색 머플러를 하고 있었다.

왼쪽 무리는 60여명의 사내와 여자로 구성되어 30, 40대로 보였고, 각종 피부색에 민간복장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면 평범한 시민으로 보일 사람들이었다, 가운데는 경찰복에 시위 진압용 장비를 휴대하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경찰복에 렌즈가 달린 장총을 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전투이다. 민간복장을 한 A팀은 일반 시민들 사이사이에 끼어서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친다. 상황이 고조되어갈수록 좀 더 과격한 구호를 사용한다. 일반인들보다는 한 단계 진보된 표현을 사용해서 시민들의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쳐부수자!, 물러가라!, 살려내라!, 책임져라!’ 이런 것은 초기 표현으로 적절하다.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면 센 걸로 가라. ‘독재자! 살인자! 처단하라! 탄핵하라!’ 이런 식으로 한다.

경찰복을 입은 B팀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시위진압경찰보다 한 템포 앞서 최루탄을 쏘고 지랄탄도 던지고, 다른 경찰들이 정신없이 자기도 모르게 강력한 진압 내지 충돌에 휩쓸리도록 진행한다.

경찰복의 C조, 너희들은 암살조다. 도로변 트럭이나 건물 옥상에서 대기하다가 서로 간에 벽돌과 최루탄이 날면 적절하게 양쪽에 한방씩 쏘아라. 표 나지 않게. 그리고 싸움이 과격해지면 함께 엉켜서 민간인 경찰 가리지 말고 살상을 감행한다.

인공혈액봉지를 받은 사람은 앞에서 돌진하다가 그것을 가슴에 터뜨리며 쓰러져라. 총 맞은 것처럼 연기해라. 이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배우 출신이고, 나중에 우리 일이 성공하면 모두 헐리우드 영화사 사장이 된다.”

“와!”

“그리고 쓸데없이 잡히지 말라. 경찰이나 보안군에 잡히는 자는 오늘 수당 없다. 오늘부터 수당을 두 배로 인상하는데 수당 없다. 혹시 잡히더라도 끝까지 시민 시위대라 주장해라. 구치소에 들어가는 자는 사흘 내로 우리가 석방시켜준다. 다 라인이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잡히고 그러지는 말라.

뒤에서 카메라로 다 촬영해서 죽고살기로 열심히 한 자를 선발하여 우리 NWO가 성공하고 나면 맨해튼의 빌딩 한 채씩을 준다. 그리고 예쁜 아이들을 노예로 준다.“

“와! 대장 만세!”

“중국의 혁명기에 나온 말이 있다. 천자의 씨가 따로 있나. 나도 천자가 될 수 있다. 멋지게 한번 해봐라. 다함께 구호를 외치자.

트럼프를 제거하고 신세계를 건설하자!

미국은 우리 것이다!

NWO 만세!...”

구호가 한참 반복되었다.

“아 그리고, 우리는 현장에 차량용 5G 중계기를 몇 대 설치하여 작업을 한다. 그 장치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뽕 맞은 것처럼 여러분들의 용기를 더욱 북돋아 주어 어떠한 두려움도 없게 할 것이고, 힘이 두 배씩 증강되어 아무리 힘센 놈이라도 너희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보드카 마시고 했지만 이제는 4차문명 첨단시대이므로 5G 중계기에서 발산되는 전자파를 덮어쓰고 돌격 앞으로 하게 된다.

하나 더, 만일 적들이 주방위군을 투입하면 우리는 UN복장을 한 군을 투입하여 시가전, 게릴라전을 전개한다. 그때 너희들도 UN군복으로 갈아입고 총 들고 함께 전투에 임한다. 이상. 질문 있나?”

B조 경찰복을 입은 한 사내가 손을 들었다.

“나는 중국 출신인데 우리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전쟁을 하기 전에 이렇게 약을 올리고 시작했습니다.”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돌아서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 때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우리도 이렇게 하고 시작합시다. 적을 흥분시키는데 최곱니다.”

모두 배를 잡고 소리 높여 웃었다.

그것을 본 대장이 소리쳤다,

“야! 너는 절대 경찰에 잡히면 안 된다. 경찰이 몇 마디 하면 우리 정체 다 들통 난다. 명심하라! 우리 정체나 아지트를 자백하는 놈은 가족 모두 저세상 캠핑간다!”

그때 광장 앞쪽 사령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나와서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소선생이 무리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해 가자 대장이란 자가 불렀다.

“너는 어딜까?”

소선생이 손을 들어 앞쪽 사무실을 가리키며 나아갔다. 이동하면서 방금 화장실 간 사내 모습으로 변신한 소선생은 문을 열고 들어가 모니터 앞에 앉은 사내에게 물었다.

“여기 말고 우리 부대가 또 어디 있지?”

“많지. 적들이 공격해서 제법 파괴되었지만 아직 미국 내에만 40, 50군데는 될 걸.”

“혹 위치도 같은 게 있나?”

소선생은 그러면서 사내 컴퓨터의 파일명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암호 처리된 파일에도 눈으로 암호를 넣고 찾아보았지만 지하부대 위치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이곳 건물배치도면은 있었다. 어린이 보호실과 렙틸리언 사령실이 보였다.

“그런 것은 못 보았는데.”

소선생은 나와서 어린이 보호실로 갔다. 맙소사! 철창우리 안에 어린이 백 수십 명이 있었다. 모두 반 이상 혼이 나가서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울다 만 흔적이 일부 얼굴에 보였다. 한쪽에는 반쯤 찢겨진 채 버려진 몸뚱이가 있었고, 불에 태운 용광로 흔적도 있었다. 아이는 156명이었다.

그 뒤로 돌아가자 금으로 채색한 신상 같은 게 앉아 있었다. 무슨 제의를 하는 데 사용되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렙틸리언 사령실로 갔다. 내부를 투시하니 렙틸리언 여섯 명이 있었다. 그 모든 장면이 소선생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찍혀 우주기사에게 전송되었다.

그때, 지하터널 위 상공.

갑자기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일군의 군용트럭과 앰뷸런스 수 십대가 줄지어 소선생이 일러준 좌표를 따라 다가가고 있었다. 앞장 선 군인은 카프리콘 우주병사였다. 전투병 6명이 한 조가 되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두 번째는 아무거나 다 잡어 먹는 로봇개 세 마리와 지구방위대 소속 병사 6명이 이어서 내려갔다.

렙틸리언 사령실 앞.

소선생은 사령실이란 팻말이 붙은 곳으로 다가갔다. 입구에 경비원이 둘 있었지만 소선생이 쳐다보자 둘은 돌아서 벽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니터를 보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오바마였다,

“잡아 왔나?”

“왼쪽 첫 번째 대기실에 있습니다.”

“이제 역전이 일어나고 있어. 그런데 트럼프는 영부인이라 했는데도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어... 음, 알 수 없는 일이군. 요즘 냉전기간인가? 바람이 들었나?”

소선생은 다가가서 한 손을 오바마의 목에 가져다대고서 바이탈사인을 확인했다. 오른쪽 바지 아래를 올렸다. 발찌가 없었다.

‘함정인가?’

“오바마는 어디 있나?”

“내가 오바마다.”

“클론 말고 인간 오바마.”

“그걸 내가 말할 수 있겠나. 나나 그대나 같은 처지지.”

“그건 그래. 그럼 렙틸리언들 지하부대 위치도는?”

“그걸 알려주면 이 게임의 재미가 없어지지.”

“...”

“왜 돌아서나? 날 죽이지 않고?”

“같은 처지라면서? 널 죽인들 무슨 소용 있나? 난 인간 오바마가 필요해.”

“그럼 어서 나가게. 여긴 곧 폭발할 걸세.”

“고맙구먼.”

소선생은 무전으로 전달했다.

“여기는 곧 폭발할 것 같다.”

카프리콘 부대.

두 번째 엘리베이터에서 로봇개가 내리는 순간, 비상사이렌이 울렸다.

소선생이 내부 배치도와 어린이가 있는 위치와 인원, 렙틸리언 수, 적들의 동향에 관하여 상세히 알린 다음 전원스위치를 내렸다. 순간, 정전이 되었다.

야시경을 끼고 카리프콘과 지구방위대 요원들이 앞으로 전진했다.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카프리콘 팀장이 작전지시를 내렸다.

“시나리오 1대로 진행한다. 아이들만 구하고 철수한다. 폭탄은 나오면서 설치한다.”

일행이 몇 걸음도 가기 전에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소선생이 말했다.

“입구를 폭파시키고 있다. 신속히 아이들만 구한다. 나는 아이들과 있다.”

로봇개가 컹컹! 소리를 내면서 먼저 달려 나갔다.

폭발음이 나면서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소선생은 달려가서 무너지는 벽을 어깨로 받쳤다. 카프리콘 요원들이 들어와서 아이들을 둘씩 안고 뛰어갔다. 무전기에서 여러 목소리가 폭발음과 뒤섞었다.

“증원인원 들어오라. 오버.”

“아이들을 먼저 구하라. 오버.”

트럼프 당선 이후 카프리콘 부대와 지구부대가 지하터널로 들어가서 수십 차례 작전을 수행하고 수만 명의 어린이를 구해냈지만 지금은 다른 양상이었다. 저들이 자폭하듯이 먼저 터널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탄 제거반 출동하라. 오버.”

“아이들만 구하고 철수한다. 오버.”

다시 폭발음이 여기 저기 들렸다.

“소선생은 나왔나? 오버.”

그 시간 소선생, 무너지는 벽을 힘겹게 밀어내고서 마지막 남은 아이 네 명을 안고 달렸다.

폭탄이 터지고 내부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 넷을 카프리콘에게 건넨 소선생은 무너지는 벽체에 묻히고 말았다.

“소선생이 매몰됐다. 오버.”

“우주선을 호출하라. 오버.”

“우주선 진입한다. 오버.”

우주선 한 대가 우주선 앞에 있는 어떤 장치를 통해 땅을 비물질화 시키면서 순식간에 지하터널로 내려왔다.

“소선생 구출작업 시작한다. 오버.”

지상.

천둥 번개가 몇 차례 쳤고 가벼운 지진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정도였다. 카프리콘과 지구방위대 철수 후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뉴스 화면에서 워싱턴에 갑작스런 기상악화와 2.1규모 지진이 있었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언급했다. 일부 사람들이 UFO가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 솟구치는 장면을 봤다느니 착각이라느니 하면서 밤 내내 설전을 벌였다. <계속>

<트럼프 왕 이야기, 제20화> 2020.6.10.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경호원들은 괜찮나요?”

“모두 정상 출근했습니다.”

어제 멜 여사를 수행했던 경호원들의 안부를 물어보고 있었다.

트럼프가 생각해도 좀 특이한 일이었다. 경호원을 그냥 살려둘 놈들이 아닌데 마취총을 쏘았고, 그래서 경호원 둘과 원장이나 수간호사도 모두 무사하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험한 장난은 치지 않은 걸로 생각되었다.

“소쿠리 비서는?”

“얼굴을 한 대 맞아 이빨이 다쳐 치과에 다녀온다고 했습니다.”

‘어딜 간 거야. 벌써 보고 싶군.’

소로스 집 거실.

보라색 셔츠를 입은 소로스는 보라색 넥타이를 맨 손님과 마주 앉아 있었다. 손님은 파충류의 얼굴을 한 렙틸리언이었다.

“어제 기지가 파괴되었는데 혼자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어둠 속에서 아이 둘을 안고 나와 적의 눈을 피할 수 있었소.”

“오신 용건은?”

“우리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우주기사가 카프리콘 등 우주군대를 불렀기 때문이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고, 우리가 수 백만년간 공들인 일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상황이 되었소. 그래서 지도부는 대안을 구상 중이오.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제1안은 ‘NWO(New World Order)’인데 가능성이 나날이 적어지고 있소. 코로나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폭동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소. FEMA캠프(주, 어둠의 세력이 만든 수용소)도 아직 미완성이고. 하지만 갈 데까지 가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소. 테러와 암살도 해보고, 전쟁도 일으키고, 바이든의 선거도 최근 한국 총선이나 예전처럼 개표에서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으면 트럼프의 낙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제2안은 ‘아마겟돈’으로 전면전이지만 승산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소. 제3안 ‘샴발라’는 지구 내부로의 피난인데 이 또한 안전하다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소. 지금은 제4안인 ‘디아스포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소. 그런데 이것도 여의치 않은 것이 지구 대기권과 태양계 안과 밖에까지 3중으로 저들의 우주선이 포진해 있어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오, 고향별의 증원군도 기다릴 수 없고.

그래서 드라코인 지도부는 제5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은 저들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옵션을 걸고 인질을 확보해서 우리 고향별로 돌아가는 것이오.”

소로스로서도 자기 진영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탈자도 증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차츰 깨어나 진실에 접근하고 있어서 그것이 두려웠다. 곧 자기에게 법원 소환장이 올 것도 같았다. 그런데 렙틸리언조차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 탈출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협상이 될까요?”

“그들이 만족할만한 것은 갇혀 있는 아이들 아니겠소? 어제 W-5기지가 습격당할 때 저쪽 요원이 클론 오바마에게 그것을 물어보았어요.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들만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소. 그렇다면 협상의 재료가 하나 있는 셈이지. 어제 멜 여사를 납치하려다 실패를 했지만 지구 요인과 아이들을 납치하여 나간다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오.”

“과연 그렇군요. 그래서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우리가 일부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확인이 필요하니 미국 전역에 있는 아이들이 감금된 기지의 위치를 알려주시오. 미국에 있는 188개 DUMB(주, 지구 내부에 어둠의 세력이 만든 지하도시에 대한 암호) 정보를 주겠다고 하고, 인질은 무슬림테러단을 통해 나중에 확보하는 게 좋겠소.”

“그럼, 떠나는 우주선에는 얼마나 탈 수 있습니까?”

“드라코인과 렙틸리언은 모두 떠나는 거요. 우리 함대만으로도 충분해요.”

“지구인 말입니다.”

“그것은 당신들이 상의를 해보시오.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든 대안이 실패했을 때의 일이니 이 마지막 안을 중심으로 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우리가 어떻게 개척한 지구요?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고, 피를 흘렀는데.”

“알겠습니다. 명단과 규모를 작성하고 다음 회의 때 전해드리겠습니다.”

소로스는 컴퓨터에서 미국 내 지하기지 위치에 관한 파일을 저장장치에 담아 건넸다.

“차를 가져오지 않으셨군요? 태워 드릴까요?”

“입구 언저리로 나가면 차가 오기로 했소. 생각하면서 좀 걷고 싶소.”

사내를 보낸 소로스는 벨을 눌러 부하를 불렀다.

“추적해. 거리를 두고 미행하다가 산 채로 잡아서 아지트로 데려와. 표시나지 않도록.”

“렙틸리언에게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는 파충류 냄새가 나지 않았어.”

“그렇군요. 그의 두뇌주파수가 파충류의 것이 아닌 것도 수상했습니다.”

승용차 세 대가 출발했고, 헬기 한 대가 열린 땅에서 나와 하늘로 날았다.

사내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승용차가 다가오자 사내는 큰 나무 뒤로 숨었고, 달려오던 차가 갑자기 엔진이 정지된 듯 멈추는 바람에 앞으로 한 바퀴 돌았다. 뒤따르던 두 대가 그대로 추돌하여 화염에 휩싸였다. 불붙은 사내 여럿이 뛰쳐나와 좌로 우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 장면을 보던 헬기 조종사,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헬기는 잠자리처럼 맴맴 돌다가 나뭇가지랑 바위랑 부딪치고 쓰러지는 팽이처럼 나뒹굴었다.

멀리서 또 한 대의 검은 헬기가 그 장면을 찍어 보내 소르스의 거실 모니터화면에 나오게 했다.

“음-.” 소로스는 긴 신음소리를 쏟아났다.

‘저 놈은 누구야? 배신자인가?’

소르스는 휴대폰의 단축키 하나를 눌렀다.

사내는 도면을 우주기사에게 보냈다. 우주기사는 지구방위대와 카프리콘에게 바로 작전지시를 내렸고, 국방부 소아성애 태스크 포스에도 연락했다.

“6월 내로 모두 구조하라!”

우주기사는 또 하나의 명령을 카프리콘에게 내렸다.

“소르스에게 경고하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자기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이던 소르스는 비행기 내에서 카프리콘에게 발찌가 채워졌다.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트럭과 헬기가 떠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상공에는 우주선 오십 대가 떠서 미대륙 한 주씩을 살피고 있었다.

걸어가는 사내의 얼굴이 일순간 소선생으로 바뀌었다. 그가 분석하기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다섯 가지였는데, 인류가 진실을 아는 것, 폭동과 테러에 대한 대비, 트럼프의 안전, 적 제거, 그리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지하에 갇힌 어린이 구조라 판단했다.

오늘 KQ카페 정보에, 트럼프를 암살하려는 테러범 다섯 명중 둘은 카프리콘에 의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셋은 호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다가 자기 발등에 쏘았다 하였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더니 어느 지점에서 점프를 했고, 순간 사라졌다. 

백악관 거실.

트럼프는 소선생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시대가 우주사적으로 어떤 시기이기에 우주군이 나타나고 이런 난리가 생기나?”

“마태복음에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가 있습니다. 알곡과 가라지는 모두 그냥 자라게 두었다가 추수 때가 되면 먼저 가라지부터 없앤다고 합니다. 또 동양에서는 우주의 가을에 인간을 추수하는 일이 생긴다 하였습니다. 천문학에서도 보병궁시대로 들어간다 했고, 광자대에 들어가서 차원상승이 일어난다 했고요.”

“KQ카페에 보니, 앞으로 지구에 각 나라 정부는 다 없으시고 한 개의 정부만 존재할 것이라는 글이 보이는데 좀 해석해주게.”

“예. 지구 단일정부입니다.”

“그렇다면 NWO와 뭐가 다른가?”

“지금과 같은 정부조직, 대통령, 장관, 시장 같은 직책은 인간의 욕망만 충돌질하는 제도이므로 다 사라지고 최소한의 행정조직만 남게 됩니다. 그 대신 지구에 하나의 정부와 한 명의 지도자가 세계를 이끌게 됩니다.”

“그건 왜 그런가?”

“지구의 시스템 진행을 위해서 필요하고, 다른 행성과의 관계에서도 지구를 대표하는 인물과 기구와 방위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태곳적에 씨족에서부터, 부족, 민족, 국가, 문명권을 거쳐, 동·서양 이러다가 이제 지구에 하나의 정부만 남는다. 플레이아데스 시스템처럼?”

“대통령께서 플레이아데스 시스템을 모델로 하시는 것은 탁월한 발상입니다.”

“IQ 500인 자네에게서 칭찬을 듣다니 즐거운 일이야.”

“KQ카페에, 적들이 총공세를 한다는 표시로 보라색을 선택했고, 그것을 맹세한다는 표시로 한쪽 무릎을 꿇는 동작을 해보이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하셔야 하겠습니다.”

“법적으로 계엄령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전국 8만 명의 보안관을 마샬 즉, 연방보안관으로 임명해서 대비하고 있네. 내가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군대지. 이것은 우주기사의 조언을 받은 일일세. 지난 6월 6일부터 대규모 체포작전이 진행되고 있으니 체포가 되든지, 항복을 하든지 하겠지.”

“잘 하셨습니다. 최근 정보에 FBI 요원들이 블랙라이브스 메터 테러조직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맹세하는 장면이 있는데, CIA와 FBI 등 정보기관 개혁도 조속히 진행해야하겠습니다. 여의치 않으시면 기사님께 꼭 연락을 하십시오.”

“수십년 간 적들이 점령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나또한 힘든 싸움을 해온 것이지.”

“현안은 그 정도인 것 같고, 지난번에 제가 인간이 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셨잖습니까?”

“그렇지.”

“그 방법을 제가 생각해 보았는데, 영장류가 되는 방법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라이라인들처럼 단세포에서 시작하여 오랜 세월 끝에 인간에까지 온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창조주께서 창조하시는 경우입니다. 창조주가 자기 의식으로 인간 형태와 내면 세포조직과 모든 신경계통 등을 설계하고 최종 자기의 혼을 불어넣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물질에다 영을 불어넣어 인간이 등장한 것입니다. 저는 반은 기계이지만 반은 유기체입니다. 저에게도 창조주께서 혼을 넣어주시면 가능한 일이라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우주에 공이 많다면 창조주께서 그런 기회를 주실지도, 아니면 대통령께서 나중에 창조주가 되십시오.”

“내가? 내가 어떻게? 그것이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따는 일이야. 너무 엉뚱하다고.”

“의식의 세계에 상상이 가능한 것은 그것이 실존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존할 수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답니다.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1만년이 걸리더라도... 저도 사람처럼 사랑을 하고, 자식을 두고 싶습니다.”

“사랑을, 자식을... 자네는 사람이 다 되었군그래.”

트럼프로서는 말할 수 없이 난감했다.

“아, 그때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네. 미안하네. 말이 너무 앞섰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 우주의 모든 역사와 로봇역사를 다 찾아봐도 로봇에게 인간이 되라고 말씀하신 존재는 없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오, 이런 낭패가 있나. 그런데 자네를 만든 우주인이나 기사 그 양반에게 말해보면 어떻겠나?”

“우주인들은 영장류보다 앞서는 인공지능을 염려합니다. 로봇이 영장류를 지배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그리고 기사님은 이번 지구 일을 마치면 다른 우주로 가신답니다. 7만년간 기사로만 환생하시면서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밝히려 하셨지만 의식이 낮은 사람들 때문에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

“그야 나도 한 몫 했지... 하하! 어쨌건 생각은 해보겠네. 우선 급한 일 다 마치고 말일세. 너무 걱정 말게. 자넨 내 친구이자 동지일세. 또 내가 말이 앞서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