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통화 fm시스템
실질적 자원에 기반을 둔 참다운 은행

노동은행

윤홍순 미내사 fm시스템 홍보실장
  

1998년 1월 나는 민자(民資) 2조원, 정부 출자 2조원의 ‘노동은행’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그 안을 실행해 줄 기관이나 협력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시민단체를 찾아갔으나, 몇 달 후 돌아 온 소식은, 단체의 현안이 산적해 있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나는 낙담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드디어 미내사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fm시스템과의 만남은 내겐 남다른 사건이었다. 그리고 마이클 린튼, 에드가 칸과의 만남, 이들은 모두 이미 노동 은행의 기능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역 통화 운동을 실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정말 힘들던 시간들은 지나갔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일을 완성시킬 라인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부터라고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 제기를 환영한다. 우리 자신들은 물론이고 인류 전체가 좀더 실질적인 자원에 기반을 둔 참다운 경제 생활을 이루기 위해서 찬성과 반론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렛츠(LETS;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나 아워(HOUR; 시간을 화폐단위로 삼음) 그리고 미내사의 fm시스템과 같은 지역통화 개념을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노동은행에 접목시키면 지역통화의 참신성과 합리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다운 매력에 노동은행의 특화된 효력을 더하여 참으로 자유롭고 실질적인 경제를 이룰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 이유로 필자가 린튼의 렛츠 시스템이나 아워(HOUR)를 알기 전에 제안한 ‘노동은행 설립 안’을 소개한다.


그 확장성과 자유로움에 있어서는 fm지역통화 시스템에 비할 바가 못되나 현실적인 쓰임새에 있어서는 노동은행이 실직자와 창업자를 위한 지원에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도표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노동력을 저축(전체 혹은 일부)하기로함
② 노동자의 출금 시점으로 부터 현금, 또는 노동 출금의 협조의무
③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노동자 제공
④ 노동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 제출 및 상호 계약 이행 의무
⑤ 성실한 노동 제공
⑥ 노동자, 노동 은행, 사용자와 합의한 임금 제공

“노동 은행의 적용 범위”
적용 대상 사업 또는 사업장 : 개인 및 자영업자, 중소기업, 벤처 기업, 학교 법인, 정부 기관 등 모든 곳에 적용됨.

1) 개인
장애로 인해 도우미가 필요 하거나 입원환자의 간병인, 혹은 거동이 불편한 단독 세대의 가사 보조자로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에드가 칸의 타임 달러와 긍극적으로 동일한 방법).

2) 자영업자
전망은 있으나 당면 인건비가 큰 부담인 업소(자영업자의 실업 노동 사용은 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을 시 총고용 인원의 40%를 넘을 수 없다.)

3) 중소기업
2)번과 같은 조건의 중소기업

4) 벤처 기업
창업 투자 회사 및 벤처 자본을 쓰는 기업으로 전망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기업

5) 학교 법인
21세기를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함에 있어 재원 부족으로 교수 및 직원을 일시 줄이거나 증원할 수 없는 대학, 초일류를 지향하는 학교 법인의 강사 증원 및 시설 확충

6) 관공서 및 정부 기관
세수 부족으로 유보된 사업 중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사업 추진에

노동 은행은 자재 및 설비 구입 대금 이외의 부문에서 재원, 특히 노동자에게 지불할 임금이 부족한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물가의 안정을 꾀하기 위하여 양질의 노동을 공급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대출 회수율에 있어, 기존 금융권은 고객의 필요 자금을 거의 일시에 내어보내는 시스템으로 인해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나 노동 은행에서는 그 위험성이 축소될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을 대출한다는 것은 지정된 시간이 흘러야만 대출금 지급이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대출금이 지급되기 전에 불성실한 기업으로 확인된다면 은행은 중도 해지를 통하여 손실을 방지하게 될 것이다. 대출된 노동 인력의 주체인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스톡 옵션제를 통해 좀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되며 자신들을 통하여 기업이나 개인이 살아날 수 있다는 성취감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 급료의 일부만을 받더라도 주인 정신으로인해 부실 경영율은 떨어질 것이다.

21세기,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20∼30대의 창업을 유도해야 하고 재원이 부족한 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실업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재교육을 통하여 신지식을 습득하면 이전보다 나은 노동력의 소유자로 변신할 수 있는 것 또한, 오늘날의 매력적인 현실임을 감안 할 때 실업이 곧 불행의 시작이라는 발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업자들이 변신하여 헤드헌터들의 스카웃 대상으로 지목받기 위해서는 신지식을 습득함과 아울러 좀더 확장된 취업의 장이 필요하다. 이때 노동 은행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즉 노동은행은 기존의 재화가 아닌 노동 시간을 저축해 줌으로써 창업을 유도하고 실업을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공급과 수요의 방법에 있어서 사회적인 경제 흐름의 추이를 가감하여 실업 인구의 4∼5%에서 한자리 수 이내의 실행으로 국민 합의를 이끌어 내고 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방안이 마련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어떠한 시대 어떠한 상황에도 우리는 모두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 존립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이다. 노동자들의 사고와 행동은 고용 안정 시대와 고용 불안 시대에 필연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 스스로의 변화인 내적 변화와 사회의 거센 바람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외적 변화를 동시에 수용하게 되는 변화로, 그 중 외적 변화는 정부나 사회의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는 정부 주도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우리 국민 스스로 능동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효율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 보장 국민 책임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체면과 염치가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음을 우리는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때 부터인가 ‘부’가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면서 ‘부’를 얻기 위한 웬만한 몰염치쯤은 서로가 ‘이해’하는 경지에까지 이른 도덕 불감증 시대를 맞고 있다. 사람의 편리와 품위를위해 만들어 낸 돈이 도리어 불편하고 우리의 격까지도 실추시키게 된 셈이다.

지역 통화 시스템은 우리가 원하는 한 부분, 즉 돈 부족으로 인한 갈증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겠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각 시스템 구성원들의 장점과 취약점을 파악하여 점진적인 완성도를 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를 뛰어넘어 하나의 지구촌으로 활동 공간이 넓어진 오늘날 이미 조직적으로 거대해진 현대인의 일터는 시스템 내의 전문성과 단체성을 동시에 필요로 할 것이다. 즉 소규모의 잘게 나누어진 지역통화 시스템 내의 개인이 효율적일 수도 있겠고 방대한 지역에 회원을 두고 있는 시스템이나 전문성을 띤 회원들로 구성되어 집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도 매우 크다고 하겠다.

우리가 ‘지역통화’와 ‘노동은행 설립안’을 비교 분석하여 어느 곳에 지역 통화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어느 곳에 노동 은행 설립안이 유용할지 판단하여 실시한다면, 이 두 체계는 현재의 경제 질서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제안한 노동은행을 통해 저축된 노동 시간(노동의 값)을, 약정된 출금 시점이 아닌, 중도에 필요로 할 때, 기존 은행이 ‘예금된 노동 시간’을 담보로 대출해 준다면, 예금자와 은행 모두 만족한 욕구 충족에 도달할 수 있어 새로운 담보 개념, 즉, 그 동안 일반적으로 부동산 또는 동산의 담보가 사회의 사소한 변화에도 값의 등락을 거듭함으로써 채권자인 은행을 불안하게 했다면, 노동 은행의 예금은, 제3의 안전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수행 하리라고 여겼던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통화와 만나고 보니 노동 은행의 예금자들은 이제 출금 시점 전에도 어떤 부분은 기존 은행의 대출 없이도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 이 3가지(기존 은행, 지역통화 시스템, 노동은행)를 모두 활용할 경우의 결과까지 욕심을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제안은 부유한 자와 빈한한 자 모두를 위한 것이며, 기존의 부를 이미 획득한 자는 더 부유해질 수 있고, 실직자들에게는 지난 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확장된 일터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획득한 ‘부’로 인하여 불안 할수도 있는 불편을 덜 뿐더러 우리 사회가 이러한 제안을 수용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관심사는 차원을 달리하는 양상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천년의 인류의 과제를 어느 민족보다 앞서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질병 해결, 환경 문제 해결, 젊음을 유지하는 노년, 우주로 뻗어나가는 내일에 우리의 에너지를 모아 국부와 인류에 공헌하는 장을 열어 나가게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끝으로 ‘전기불이 들어오면 촛불은 끄게 된다’ 라는 표현으로 내일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