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17척 ‘해상 감옥’ 극비 운영”
기사입력 2008-06-02 18:19  


  
ㆍ인권단체 폭로… 테러 용의자 감금·고문

미국이 군함을 몰래 ‘떠다니는 감옥’으로 활용,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감금하고 고문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인권단체의 조사 보고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리프리브(Reprieve)’는 미군이 언론 등의 감시를 피해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절차 없이 심문하거나 수감하기 위한 ‘해상 감옥선’을 운영해온 사실을 폭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해상 감옥선은 특히 영국령인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군도 등 다른 나라 영해를 오가며 활동함으로써 국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리프리브에 따르면 미군은 2001년 이래 바탄 호, 페레류 호, 애시랜드 호 등 모두 17척의 군함을 감옥선으로 활용해왔다.

리프리브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불법 고문 중단을 명령한 2006년 이후에도 200여명이 감옥선에 수감됐다”며 고문 등 불법행위가 해상 감옥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애시랜드 호의 경우 지난해 초 알 카에다 요원들을 잡기 위해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에서 작전을 벌였는데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감금됐으며 지금도 100여명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리프리브는 주장했다.

리프리브 법률담당인 클라이브 스태포드 스미스는 “미군은 자신들의 불법 행동을 언론이나 인권변호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해상 감옥선을 운영했다”며 “미국은 재판 없이 적어도 2만6000명을 비밀 감옥에 수감하고 있으며, 2001년 이래 8만여명이 미국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구금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재판 절차 없이 비밀 수감한 2만6000명의 명단, 소재지 등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마침내 우리는 사라져버린 수감자들을 확인하고 그들의 법적인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도 미국과 영국 정부에 불법 억류 등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앤드루 타이리 의원은 “미국과 영국 정부는 구금자들의 상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드워드 데비 의원은 “부시 정부가 영국 영토를 불법 수감을 위해 활용했다면 이는 영국 정부와의 신뢰관계에 큰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고든 미 해군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함정에 구금 시설은 없다”면서도 일부 수감자들이 수감 초기 “며칠 동안” 군함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