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넘보고 있다.

올해 첫 개장에서 온스당 850달러로 시작했던 게 최고 940.8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올해 중 10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돈다.

금값은 2001년 온스당 250달러였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가 되살아나고, 테러 등으로 세계가 날로 불안해지면서 값이 치솟는다고들 분석한다. 하지만 불과 7년 새 네 배 가까운 가격 폭등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 달러 가치 하락폭은 같은 기간 연간 5% 미만이었다. 인플레율은 연평균 3% 정도였다. 테러리즘은 국제사회에 일상적 위협이 되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크게 증가했거나 크게 줄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금값을 치솟게 만들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금이라는 상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 주목한다. 지난 6000여 년의 인류 역사에서 금은 곧 돈이자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체제 속에서 금의 존재는 ‘달러 스토리’의 곁가지로 전락했고 그 역할 또한 경제·금융·정치 불안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이 고작이었다. 이런 금이 이제 그 고유의 동력(dynamics)을 지닌 최고의 상품(ultimate commodity)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얘기다.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적 권위의 귀금속 연구 및 컨설팅사인 GFMS는 금의 새 패러다임으로 이를 설명한다. 경제가 불안하고 위협이 닥칠 때 이득을 취하는 수단이 아니라 경제가 잘나가고 번영할 때도 아낌과 선택을 받는 귀금속으로 ‘금의 게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금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으면서 수요 패턴이 바뀌고 있다. 금괴를 사 장롱 속에 넣어두는 일은 이젠 옛말이다. 중동과 인도·중국 등에서 금 선물시장이 다투어 개설되면서 일반투자자의 선물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물시장은 개인들이 아닌 프로의 영역이었다. 주식 및 채권시장과의 상호 연관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 금 공급은 새 금광 발견이 극히 부진한 데다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을 잘 내놓지 않아 갈수록 빠듯하다. 2007년 금 생산은 2444t으로 전년에 비해 1% 줄었다. 금 공급은 신규 채광 생산이 64%, 공적 보유 금 매각이 13%, 기존 금붙이들을 녹여 공급하는 스크랩 몫이 23%다. GFMS는 2010년까지 신규 증산량은 고작 250t으로 예측해 금값 하락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금 생산국이 되면서 세계 금 시장의 권력 중심도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100년 이상 금 생산 1위를 도맡아온 남아공은 지난해 생산량이 8% 줄어든 반면 중국은 12% 늘었다. 호주도 5% 늘면서 미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특히 중국에서는 저축 수단으로 금 선호가 전통적으로 매우 강하고, 인도와 여타 아시아권 국가 국민도 소득이 늘어나면서 금으로 된 보석과 금괴 구입을 늘려 아시아가 금 시장의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 수요는 아직도 63%가 보석용이고 투자는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이 비싸지면서 보석용 수요는 크게 줄고 있는 반면 투자는 신용 위기와 미국의 금리 인하, 고유가와 상품 투자 붐 등이 겹치면서 크게 느는 추세다. 더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으로 따지면 현재의 금값은 아직도 싼편이라고 하니 금값이 정말 ‘금값’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 온스
질량의 단위일 경우 기호는 oz이며, 1oz=1/16lb(파운드)=28.35g이다. 귀금속용의 트로이온스(oz.t.)와 약품계량용의 약용온스(oz.ap.)가 있는데, 1oz.t.=480 γ(그레인)=12/175lb=31.1035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