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가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중세 이전까지 인류가 소비했던 총 에너지와 같다. 인류가 에너지를 이렇게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때부터이다. 18세기 영국은 지하에 있는 역청탄을 채굴하기 위하여 배수기를 설치하고 증기기관을 사용하였다. 힘이 있는 증기기관은 영국을 세계의 패권국가로 만드는데 공헌하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강력한 소형 내연기관은 독일에서 먼저 사용하였다. 당시 가난한 독일은 경제적이고 소형이면서 효율이 좋은 휘발유 엔진을 발명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영국을 넘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에너지를 강력한 힘으로 사용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국가가 모두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었다.

현대에 들어와서 우리는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무성했던 나무가 지각변동으로 지하에 파묻혀 오랜 기간 동안 지열과 지압에 시달리면서 석탄이 되고 석유와 천연가스가 되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을 작동시키고 난방에 사용한다. 따라서 현대문명은 이러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과제로 되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자력발전 즉, 원자로와 원전연료를 국산화하여 국내 전기 생산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핵무기 개발과정에서 나온 것이라서 군사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미국이 원자탄을 개발하자 곧이어 1949년 소련이 이를 개발했고, 이어서 1952년 영국이 핵 보유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렇게 되자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만들어 다른 나라의 원자력산업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원자력발전과 같은 평화적 목적이 아닌 원자력 무기의 개발을 막으려 하였다. 최초의 원자력발전은 1945년 5월에 가동을 시작한 소련의 기체냉각형 원자로(APS-1: 500 kW)였다. 이어서 1954년 6월에는 소련의 Obninsk(흑연감속로: 5 MW)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1956년 10월 영국도 Calder Hall-1(기체냉각로, GCR: 60 MW)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였으며 1957년 12월에는 미국도 Shipping port(가압경수로, PWR: 100 MW)를 상업 운전하였다. 한국은 1962년 3월 TRIGA MARK-2 연구용 원자로(100 KW)를 가동시킨 이후 1978년 4월 고리 1호기(가압경수로, PWR: 587 MW)가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원자력시대를 열게 되었다.


핵분열

핵분열의 발견은 과학자들이 원소를 인공적으로 변환하는 연구를 하던 중에 이루어졌다. 1919년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포드(Ernest Rutherford)는 질소 원자를 알파입자와 충돌시켰을 때 새로운 원소(산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서, 처음으로 사람이 원소나 물질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알파입자는 양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같은 양전기를 지닌 원자핵과 충돌시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1932년 채드윅(James Chadwick)이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를 발견하자 과학자들은 이 중성자로 원소변환 실험을 하게 되었다.

즉, 페르미(Enrico Fermi)는 1934년 중성자를 원자핵과 충돌시키는 실험을 시작하여 여러 가지 인공방사성 물질을 만들었으며, 한(Otto Hahn)과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은 1938년 우라늄 U(92)의 중성자 포격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바륨 Ba(56)과 크립톤 Kr(36)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어서 1939년 질라드(Leo Szilard)는 우라늄 핵이 분열하면 질량감소 현상이 일어나 여분의 중성자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같은 시기에 졸리오(Frederic Joliot)는 핵분열시 중성자가 약 3.5개 생성되며 적절한 감속재 속에 충분한 양의 우라늄이 들어있을 경우 연쇄반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로서 원자탄이 등장할 수 있는 이론적, 실험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핵분열은 크기가 너무 커서 충격이 가해지면 부서질 정도로 불안정한 원자핵에서만 일어나는데, 자연에 존재하는 90여종의 원자핵 중에서 핵분열을 할 수 있을 만큼 무거운 것은 우라늄과 토륨뿐이다. 이들 원자핵의 분열은 일반적으로 적당한 속도를 지닌 중성자가 핵 속으로 들어가 충격을 가할 때 일어난다. 천연 우라늄은 원자량이 238인 핵과 235인 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우라늄 238의 비율은 99.3%, 우라늄 235의 비율은 0.7%인데, 핵분열 연쇄반응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우라늄 235이다. 우라늄 238은 핵분열이 진행되는 동안 주로 중성자를 흡수하여 우라늄 239로 바뀌고, 이것은 다시 플루토늄으로 바뀐다.

핵분열 연쇄반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냉각재나 구성물질들이 가능한 한 적게 중성자를 흡수해야하며, 중성자의 속도를 감소시켜야 한다. 이러한 감속재(moderator)로 가장 적당한 물질은 산소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21H) 두 개와 결합한 중수(heavy water, D2O)와 흑연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중성자를 어느 정도 흡수하는 경수(light water, 보통 물)도 사용될 수 있다. 즉, 핵연료 속의 우라늄 235의 비율을 0.7%에서 3%까지 높이면 중성자와 우라늄 235가 충돌할 확률을 올리게 되어 경수와 같은 감속재로도 연쇄반응을 지속시킬 수 있다. 연쇄반응이 적정한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카드뮴이나 붕소를 제어봉(control rod)으로 장치한다.


원자탄

미국의 과학자들은 1942년 6월에 맨해튼계획(Manhatten Project)을 세운 후 로스앨러모스, 시카고, 버클리 등지의 연구소에서 3년 동안 우라늄 235의 농축, 군사용 원자로의 건설, 플루토늄 239의 생산과 정제, 임계량 시험 등 다방면의 연구 끝에 1945년 7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을 개발하였다. 결국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우라늄탄 꼬마(Little Boy)가 투하되었고, 사흘 후인 9일에는 나가사끼에 플루토늄탄 뚱보(Fat Man)가 투하되었다. 이 후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나기까지 약 6만개의 핵탄두가 만들어졌다.

원자탄은 핵분열탄(Fission Weapon)과 핵융합탄(Fusion Weapon)으로 나뉜다. 핵분열탄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도록 하여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할 때 내는 에너지를 무기화한 것으로 우라늄이 대략 50 kg, 플루토늄이 10 kg이 들지만 이들 물질을 중성자 반사재로 둘러싸면 우라늄이 15 kg, 플루토늄이 5 kg으로 줄어들고, 높은 압력을 가해 밀도를 높여주면 더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핵융합탄은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를 높은 온도에서 합칠 때 내는 에너지의 파괴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원자탄의 폭발방법은 대포형(gun-type) 배열방식과 내폭형(implosion) 배열방식이 있다. 대포형 배열은 임계질량이하의 핵분열 물질을 하나의 관속에 따로 따로 분리시켜놓았다가 화약을 폭발시켜 순간적으로 하나로 합쳐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임계질량을 넘게 된 핵분열 물질은 우주선(cosmic-ray) 중성자를 흡수해 연쇄반응을 시작하면서 핵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이 이러한 방식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5톤이나 나갔던 거대한 폭탄에 순도 70%의 우라늄 235가 45 kg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제 핵분열을 한 것은 2%인 0.9 kg에 지나지 않았다. 내폭형 배열은 밀도가 성긴 해면체의 분열물질 주위에 고성능 폭약을 두어 한꺼번에 폭발시킴으로서 압력을 급격히 가하여 임계상태가 되도록 한 것이다. 이 방식은 대포형 배열보다 핵분열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핵분열 폭탄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핵융합은 원자핵들이 1억℃ 이상 가열된 상태에서만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핵융합탄은 방아쇠 작용을 하는 핵분열 부분과 중수소와 리튬이 있는 핵융합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압축된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시작하면서 내는 중성자는 리튬을 삼중수소로 변환시키고 핵융합 온도에 도달한 중수소와 핵융합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와 중성자를 만들어낸다. 이 중성자는 다시 핵융합 물질을 둘러싼 우라늄 238에 흡수되어 핵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보통 수소폭탄이라고 불리는 이 핵융합탄은 실제로는 핵분열-핵융합-핵분열탄이다.

핵폭발이 일어나면 폭풍, 열, 방사능의 3대 효과가 종합적으로 나타나지만 대체로 폭풍 및 충격파가 50%, 열복사선이 35%, 초기 핵 방사선이 5%, 그리고 잔류방사선이 10%를 차지한다. 핵폭발이 일어나면 온도가 2,000만℃ 이상으로 올라가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구어진다. 그 결과 버섯형태의 과열된 공기 불덩어리가 생기고 급속히 팽창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매우 빠른 속도로 밀어내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충격파는 대기의 압력을 단번에 20기압 이상으로 밀어내 대부분의 건축물을 쓸어버린다. 충격파가 지나간 후에는 그 자리에 진공이 생겨 또한번 엄청난 역폭풍이 몰려와 나머지 건축물들을 쓸어간다. 한편 가열된 공기 불덩어리는 화재를 일으키며 주위의 생명체에 엄청난 화상을 입힌다. 실제로 히로시마 사망자의 절반이 가열된 공기로 인한 화재나 화상으로 사망하였으며 생존자의 2/3가 화상을 입었다. 핵폭발로 나오는 초기 방사선도 생명체에 원자병이란 커다란 손상을 준다. 또 죽음의 재라는 방사능 낙진(fallout)을 만드는데 이것은 불덩어리에 녹아 기체로 된 흙이나 돌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바람을 타고 먼 곳까지 퍼져나간다.


원자로

원자력발전은 무거운 핵이 핵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두 개의 중간 크기의 핵으로 갈라지는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이다. 즉,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서 터빈을 돌려 화력발전을 하는데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소의 보일러 역할을 원자로로 바꾼 것이다. 원자로는 핵연료, 감속재, 냉각재의 3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핵연료로는 천연우라늄이나 농축우라늄, 또는 토륨이나 플루토늄이 사용되며 감속재로는 흑연같은 고체, 또는 중수나 경수 같은 액체가 사용된다. 그리고 냉각재로는 물과 같은 액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산화탄소나 헬륨 같은 기체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또 간혹 액체나트륨이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있는 원자로는 보통 물을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가압경수로(PWR: pressurized water reactor)이다. 가압경수로는 용기에 높은 압력을 가해 핵연료와 직접 접촉하는 물은 끓지 않도록 하는 대신 이 물이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면서 증기발생기 속의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형태이다. 이러한 가압경수로 중에는 전기출력 100만 KW급을 표준으로 하여 안전성과 운영편의성을 높이고 반복건설(울진 3, 4, 영광 5, 6호기)로 경제성을 높여 신고리 1, 2, 신월성 1, 2 및 북한의 원자력 발전사업(KEDO)에 쓰인 한국표준형원자로가 있다.

가압경수로의 노심에는 연료봉으로 이루어진 핵연료다발이 채워진다. 지름 1 cm 정도의 지르코늄합금으로 만들어진 금속관으로 된 연료봉 속에는 3~4%로 농축된 우라늄 235가 들어있는 세라믹 형태의 작고 납작한 원통 모양의 이산화우라늄 펠릿(pellet)이 들어있다. 핵연료다발이 들어있는 압력용기는 무게가 400톤 이상이고 두께가 25 cm인 강철로 되어 있으며, 노심이 물에 완전히 잠길 수 있도록 3분의 2정도가 물로 채워져 있다. 가압경수로는 원자로 내부의 압력을 150기압으로 높게 유지하여 이 물이 끓지 않도록 한다. 원자로가 가동중일때 물은 연쇄반응을 하는 노심의 핵연료로부터 열을 받아 온도가 약 320℃로 올라가며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는 동안 냉각된 후 압력용기로 돌아와 노심에서 또다시 열을 받고 증기발생기로 이 열을 전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증기발생기 속의 물은 수증기로 변하는데 이 수증기로 증기터빈을 돌린다. 터빈을 통과한 수증기는 응축기(복수기)를 지나면서 물로 바뀐 후 증기발생기로 되돌아온다. 이 수증기를 냉각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며 온도는 10℃ 이상 차이가 나게 됨으로 원자력발전소는 강가나 바닷가에 세워진다.

원자로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들은 똑같은 것이 세 개씩 있어 세 개 중 두 개의 논리에 따른다. 즉 두 개가 고장을 나타내는 수치를 보이면 원자로에 고장이 난 것이지만, 세 개 중 둘은 정상이고 하나만 정상이 아닌 수치를 가리키면 원자로의 고장이 아니라 계기의 고장으로 보는 것이다. 또 원자로 가동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자들의 오작동이나 잘못된 결정을 막기 위해서 중요한 안전기능들, 특히 계속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비상냉각장치는 모두 자동화되어 있다.

중수로(HWR: heavy water reator)는 영국․캐나다․스웨덴 등에서 개발했지만, 이 중에서 가장 널리 퍼진 것은 캐나다에서 개발한 캔두(CANDU: Canadian deuterium uranium)원자로로서 천연우라늄 자체를 핵연료로 이용한다. 여기서는 감속재와 냉각재로 중수가 사용되고 있으며 매일 연속적으로 핵연로 교체가 이루어져 인도에서는 이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얻어 원자탄을 만들었다. 이들 경수로와 중수로는 99.3%나 되는 우라늄 238을 거의 이용하지 못하는 ‘느린 중성자 원자로’이다. 그런데 우라늄 238을 핵분열 생성물인 플루토늄 239로 만들면 플루토늄에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0~30% 가까이 농축된 플루토늄239를 사용하면 보통 원자로를 사용할 때보다 100배 가까이 에너지 수명을 늘릴 수 있게 되므로, 많은 과학자들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고갈되고 우라늄도 소모한 후에는 플루토늄이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증식로(FBR: fast breeder reactor)는 노심이 아주 압축되어 있고 공기 및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나트륨이 냉각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생산하지만 방사능이라는 위험 즉 원천적 불안전성(inherent unsafety)때문에 육중한 차폐장치가 설치되어 어떤 경우에도 이상이 생겨서는 않된다. 방사능은 오관으로는 감지되지 않고, 일단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이를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원자로를 설치할 때에는 원자력발전소의 잠재적 파괴능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안전설비를 최대한 강화하여 설계한다.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 에너지원이 부족한 국가의 입장에서 원자력발전은 핵연료시장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고 소량의 연료로 장기간(약 3년간) 발전할 수 있으며 수송 및 저장이 쉬어 에너지 비축효과가 크므로 매우 유리한 발전형태이지만, 사용 후 핵연료를 포함한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방사선 및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 처분해야하는 짐도 큰 것이다.


핵폐기물

과학기술의 산물로서 위험하지만 필요한 것은 많다. 우리 생활에 불가결한 기술 대부분이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간단한 화학제품에서 복잡한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위험하지 않은 것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위험 자체가 아니라 위험이 인간의 제어능력을 벗어나는가 아닌가의 문제일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수많은 생명체를 파괴할 수 있는 핵분열 생성물을 만들어낸다. 앞서 말한 핵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오랫동안 뜨거운 열과 치명적인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많은 생태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핵폐기물이 안전하다는 말은 들을 수 없다. 오직 그것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는 주장만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란 차원을 고려할 때 과연 안전한 처분이 가능한가? 핵폐기물 중에는 초기에 가장 많은 방사선을 내뿜는 세슘 137과 스트론튬 90도 100년은 지나야 방사능이 10%정도 줄어든다. 결국 핵폐기물은 현세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세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모든 세대에 해를 가하는 영구적인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8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그 중 6기는 우리가 개발한 한국표준원자력발전소이며 예전의 원자력발전보다 10%정도의 폐기물만 발생시키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문가 들은 원자력의 안전문제도 기술발전을 통해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핵폐기물문제도 발전된 첨단기술로 재처리하면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폐기물의 성분은 보통 우라늄 235가 8 kg, 우라늄 238이 943 kg, 분열 생성물이 35 kg, 플루토늄이 8.9 kg, 우라늄 236이 4.6 kg, 넵투늄과 같은 초우라늄 원소가 0.5 kg이다. 이것을 재처리하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MOX라는 경수로 핵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 폐기해야할 양이 약 1/20으로 줄어들지만 재처리과정에서 유독한 플루토늄 1% 정도가 사라진다. 플루토늄 10 g이면 약 천만 명을 폐암에 걸리게 할 수 있는 양이다.


핵융합

원자력에너지는 전기생산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담수로 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 지역난방이나 수소생산에도 이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원자력발전기술은 15년 이내에 도태되고 고속증식로를 거쳐 안전하고 청정한 핵융합에너지와 제4세대 원자력발전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수소(D=2H)와 삼중수소(T=3H)의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하여 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내는 과정이 핵융합이다. 이와 같은 핵융합은 1억 ℃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전자와 핵이 분리된 채 고루 섞여 분포된 플라스마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고온 플라스마를 만들고 자기거울과 덫으로 이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을 때 핵융합이 이룩되며 이 반응을 가눌 수 있게 된다. 가속된 플라스마에서는 방사 에너지 손실도 크므로 핵융합 상태를 유지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섞인 경우에는 약 4000만 ℃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핵융합로의 모델 가운데 토카막 장치는 1960년대 소련의 쿠르차토프연구소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 뒤, 1991년 유럽연합(EU)은 JET라는 토카막 장치를 만들어 최초로 1.7 MW의 전력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일본의 JT60, 미국의 TFTR 등도 이와 같은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 한국에서도 소형 토카막 운영을 통해 핵융합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이 1990년대 후반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1980년 서울대학에서 SNUT-79를 비롯하여 한국원자력연구소의 KT-1토카막, 기초과학연구소의 한빛 등의 토카막 장치가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개발노력은 이제 국제핵융합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프로젝트로 실용화를 향한 공학연구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핵융합은 핵분열에 비하여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원료가 풍부하고, 지구상의 분포율이 평등하다. 둘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셋째 유해한 방사능이 적다. 넷째 사고시의 위험성이 적다. 다섯째 연료가 비싸지 않다. 중요한 융합 원료인 중수소의 가격이 같은 열량을 주는 석탄가격에 비하여 월등하게 낮다. 여섯째 핵융합에 쓰이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보통의 바닷물에도 무한정 들어 있어 고갈의 위험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