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사태] 유가폭등과 석유 정점 3

2008. 6. 29.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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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폐식용유에서 유채 기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원료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바이오 디젤은 분명 좋은 아이디어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훌륭한 경유 대체 연료로 쓰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지구상의 모든 석유’를 대체해 가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폐식용유와 유채 기름 같은 방법으로 세계는 고사하고 한 나라의 경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인가?

유채나 해바라기씨 같은 작물을 통해 세계의 디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3억 7천만 헥타르의 땅에 디젤 연료가 되는 식물만을 심어야 한다. 3억 7천만 헥타르는 3백 70만 제곱 킬로미터이니 22만 제곱 킬로미터인 한반도 전체와 비교한다면 얼마나 넓은 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비록 이런 규모의 경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경작지의 확보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그 전반적인 작업은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다른 곡물을 위한 땅이 사라지므로 수확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식량난을 부추기게 된다. 그리고 방대한 양의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이 크게 훼손되며 결과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 에탄올도 마찬가지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일반 곡물에서 추출이 가능하니 비록 바이오 디젤보다는 대량 생산에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무지막지한 양이 필요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바이오 에탄올이 만들어져야 하는가?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미국의 옥수수가 모두 에탄올로 만들어진다 해도 미국 내 석유 소모량의 12퍼센트만이 충당 가능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현재도 엄청난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을 지금보다 8배 늘려야 미국 내의 석유 수요만 겨우 충족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인 규모에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옥수수가 필요할 것인가.

물론 이렇게 되면 사람에게 가는 옥수수는 이제 하나도 없다. 25갤런의 SUV 연료 탱크 하나를 채우기 위해서 한 사람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의 옥수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것은 사람의 1년 식량을 차의 1주일 분 먹이로 주는 결과다. 그깟 옥수수 좀 안 먹으면 어때… 할 분도 있겠지만 그거야 말로 정말 큰 착각이다. 멕시코를 필두로 옥수수를 주식에 가깝게 섭취하는 인구는 전세계적으로 근 20억 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포장된 음식류의 거의 대부분에 옥수수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들어간다. 사실 옥수수가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의 가장 큰 쓰임새는 설탕을 대신하는 값싼 감미료이고, 이것은 과자에서 청량음료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옥수수의 가격 상승 및 품귀 현상은 결국 이 모든 음식의 가격 상승을 의미하게 된다.

그럼 사람의 주식이 아닌 관계로 옥수수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라질의 사탕수수를 살펴보자. 현재 세계 가솔린 (디젤 제외) 소모량을 사탕수수 에탄올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3억 2천만 헥타르, 즉 320만 제곱 킬로미터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의 ‘전체’ 농경지는 6천만 헥타르에 불과하며, 에탄올용 사탕수수 경작지는 3백만 헥타르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3백만 헥타르의 사탕수수 밭을 3억 2천만으로 100배 이상 팽창시키는 것은 1~2년에 되는 일이 아니라 수십 년이 소요되는 대 역사다. 그러나 석유 정점은 분명 그 이전에 온다는 점이다.

또 옥수수던 사탕수수던 이런 규모의 농경을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농기계와 그에 상응하는 양의 농약과 비료가 투입되어야 하고, 이 모든 장비와 화학약품들은 기본적으로 석유로 움직이고 만들어진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결국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의 문제는 그 기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쓰이고 있는 석유의 양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대체하기에 역부족일 뿐 아니라 식량 부족이나 환경 파괴, 화석 연료의 더 빠른 고갈 등 심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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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기나 수소의 경우는 어떤가? 공해 없고 소음 없는 전기 자동차와,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라는 수소를 사용하여 물만을 배출하는 수소 자동차야 말로 이 모든 가솔린과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 아닌가?

얼핏 분명 그렇게 보인다. 특히 수소는 에탄올과 함께 미국이 차세대 연료로 지목하고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200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캘리포니아의 수소 고속도로 네트워크에 착수했다. 이건 2010년까지 1억불을 들여 200개의 수소 공급소를 고속도로 상에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아놀드는 개인적으로 거대한 연료 전지 ‘허머’ 자동차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기 전에 전기 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자동차를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전기로 동작하고 후자는 수소로 동작하는 것 같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둘은 모두 전기를 동력으로 모터를 돌려 운행하는 방식이다. 단지 그 전기를 얻는 방법이 일반 전기 자동차의 경우는 콘센트에 선을 꽂아 배터리에 충전을 하는 방식이고, 수소 자동차는 연료 탱크의 수소와 대기 중의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물(그래서 배기구로는 물이 배출된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차이뿐이다. 즉 수소 자동차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운, 물(H2O)을 전기 분해하여 산소(O2)와 수소(H)를 만들어 내는 것의 반대 원리를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산소야 공기 중에 널려 있는 것이니 별 문제가 없다. 그럼 수소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앞서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가 수소라고 말씀 드렸지만, 문제는 이 수소라는 넘은 그 자체로서는 자연계에서 거의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목성 같은 곳이 아닌 한 지구상의 대기 중에 포함된 수소의 양은 매우 적기 때문에 우리는 수소를 뭔가에서 분리해 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소를 구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탄화수소요 또 하나는 물이다.

이때 탄화수소는 다시 말해 화석연료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다. 실제로 현재 공업용 수소의 95%는 값싸고 간단한 고온 열공정을 거쳐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물론 이래가지고는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전무하며 지구상의 수많은 자동차들에 이런 방식으로 수소를 공급하려 한다면 그저 화석 연료의 고갈을 부채질할 뿐이다.

또 다른 방식은 바로 물을 전기 분해 하는 거다. 잠깐… 이렇게 되면 뭔가 모순이 느껴지지 않으신가? 그렇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차에 넣어서 다시 물과 전기를 만든다…. 결국 공정이 순환하게 된다. 그냥 순환하면야 좋지만, 문제는 이때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내기 위한 에너지가 수소 자동차 내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보다 3배 이상 크다는 거다. 따라서, 수소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한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이미 만들어진 전기를 다량 투입해야만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 자동차와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이 된다. 단지 그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하느냐 수소 형태로 저장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이 전기의 대부분은 석탄 등 화석 연료가 주종인 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

그럼 지구상의 자동차들을 수소 연료 전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수소, 또 이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할까?

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2004년 영국의 자동차와 택시(트럭 등 제외)의 총 운행 거리는 4천억 마일, 즉 6천 4백억 킬로미터였다. 포드의 연료전지 차량인 포커스는 수소 1킬로그램당 52마일을, 혼다의 FCX는 57마일을 달린다고 알려져 있다. 평균 55마일이라고 봤을 때 영국 운전자들이 2004년과 같은 거리를 달린다면 73억 킬로그램의 수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1 킬로그램의 수소를 만들려면 65kWh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73억 킬로 그램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총 4,730억 kWh의 전기가 든다. 전체 kWh 양을 일년의 시간수로 나누어 보면 결국 영국은 시간당 54 기가 와트만큼의 전기를 여분으로 생산해야 하는 셈이 된다. 화물차까지 포함하면 대략 81기가 와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전력량은 현재 영국의 총 전력 생산량보다 더 크다.

이런 전력을 추가 생산하기 위해서는 영국 전역에 ‘9만개’ 의 키 100미터가 넘는 풍력 발전기를 세우던가, 잉글랜드 지역의 상당 부분의 땅을 몽땅 태양광 패널로 뒤덮던가, ‘67기’ 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미국 땅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풍력 단지는 일리노이 주보다 커야 하고 태양광 단지는 메사추세츠 주 전체를 뒤덮는 크기가 된다. 설사 이런 땅을 사용할 수 있고 건설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같은 초거대 전력 단지를 짓는 공사에 드는 기간은 언제 닥칠지 모를 석유 정점을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위의 모든 이야기는, 그리 크지 않는 영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움직일 수소 자동차에 대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전세계의 자동차를 수소 연료전지 차량으로 바꾼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 이를 위해서는 아마도 미국이나 호주, 중국, 인도 같은 나라 전체를 ‘발전 전용’ 국가로 바꿔야만 가능할 거다.

이렇게 우리가 그간 과학 다큐나 책에서 보아 왔던 대체 에너지들은 명백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대체 에너지의 미래는 그리 장미빛이 아니며, 지난 100여 년간 팽창할 대로 팽창한 석유 및 화석 연료의 소비량을 대체할 수 있는 준비는 현재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이미 인류는 석유 부족의 직간접적인 여파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심지어 석유 확보를 위한 군사적 충돌과 문명의 존폐 위기 마저 겪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미래에 대한 우려는 그저 우리 후손을 위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은 빠르면 몇 년 후에도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