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ㆍ곡물가 폭등, 국가안보 문제로 부상"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서방 선진국들도 유가와 곡물값 급등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21ㆍ22일 주말판에서 보도했다.

1973년 이래 처음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의 기록적인 동반 상승으로 고통을 겪음에 따라 이 같은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제 식량과 석유 위기는 개발도상국의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국제적인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옥수수, 대두, 육류 가격은 이번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유가도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2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한 석유 생산국ㆍ소비국 회담은 고유가가 국가 안보의 문제로 격상됐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다 회담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선진 8개국, 한국, 중국, 인도 등 주요 원유소비국 각료들이 참석한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현재 원유 증산 능력이 있는 유일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파키스탄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석유 대금 지불 유예를 신청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모로코는 지난달 유가와 곡물 수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8억달러의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한 워싱턴 관리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중ㆍ장기적인 유가와 곡물가의 동반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것은 시민들이 지도자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실질적인 국가 안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틴 바르텐슈타인 오스트리아 경제장관은 "고유가로 인한 두 자리 숫자 인플레이션이 사회적 긴장 위험을 불러왔고, 이것이 제다 회담의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