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돈은 에너지이다

돈이란 함께 하는 사회에 필수적인 위대한 발상이었다. 잔가지가 우리의 허리를 자꾸 찌르는 바람에 잊어버리고 있지만 돈이 의미하는 밑둥의 본 뿌리를 알면 왜 그것이 인류의 삶에 그토록 깊이 뿌리박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돈이란 경멸하거나 숭배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 만상의 힘을 끊임없이 순환하게 만드는 에너지 그 자체라는 배후의 청사진을 보게 된다.

돈은 정보를 가진 에너지 즉 의식이다. 돈의 흐름이 기록된 통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은행 통장은 한 개인의 역사가 담긴 살아 있는 책이다. 거기에는 한 개인의 건강과 기호, 습관에 관한 수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돈의 쓰임새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소비행태를 띠게 될지 등 무수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돈은 한 개인의 마음의 표현이며, 한 사회의 창조력과 파괴력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먹을 것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은 아직 어린애의 단계에 있고, 벌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거친 마음의 소유자라는 등의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돈을 에너지란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관념들은 사라지게 된다. 에너지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돈은 사랑과 두려움 양쪽으로 흐른다. 누군가 크고 멋진 집을 지었다. 내부 공간도 훌륭한 인테리어로 되어 있고 커다란 서재에 책도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 때 그 주인이 사용한 돈이란 에너지는 두려움으로 흐른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집을 소유한 다른 한 사람은 책 한권 한권을 소중히 하고, 내부 인테리어에도 스스로 참여해 만들었다면 그의 집에 대한 사랑은 각별할 것이다. 이 때 그의 돈은 사랑으로 흐른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돈의 흐름 속에는 한 개인의 모든 정서적, 정신적, 육체적 면면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돈의 흐름을 확대해 들여다보면 사회 구성원들의 미묘한 면면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돈은 단순한 교환도구 이상이 되었다. 우리의 모든 판단과 삶의 태도 이면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돈의 흐름이 결부되어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검소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방송에 소개된 중소기업 사장이 어느 날 뇌물을 받았다고 뉴스 프로그램에 대서특필되는 경우, 그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돈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돈을 에너지로 볼 때 우리는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그 동안 사회와 종교단체가 심어준 돈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은 사라지고 어떠한 일을 이루는 데 훌륭하게 쓰여질 에너지의 흐름을 체험하며, 그 흐름을 따라 내가 속한 사회의 에너지 흐름을 알고 그에 맞추어 원하는 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안목이 띄어지게 되는 것이다.

‘돈을 의식이다’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지구상의 부를 인류 전체에 똑같이 분배하더라도 얼마 못 가 곧 부자는 다시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다시 가난한 자가 될 것이다. 이는 병자에게서도 볼 수 있다. 고질병을 가진 환자를 아무리 고쳐줘도 그가 다시 원래의 질병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본 어느 의사는 더 이상 육체만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이기를 그만두었다. 병이란 단순히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였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질병은 다시 쳐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가난한 자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의사’가 있다고 하면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가난을 ‘치료’해주어도 그는 얼마 안가 다시 가난이라는 질병을 앓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가 부를 짊어지고 유지하며 확대해 나갈 의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된 용어를 써왔는지도 모른다. 과연 부는 건강이고 가난은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부와 가난이 둘 다 질병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부자들 대부분도 두려움에 뿌리를 둔 끊임없는 탐욕의 노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의 내부에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큰 ‘부족감’이 있기 쉽다. 그러기에 그의 온 에너지가 부를 탐하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백만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소한 65세 이전에 돈걱정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지출 장부를 꼼꼼히 챙기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안락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조금씩 해방되고 있는 것이다.’라고.”(The Millionaire next door-미국의 백만장자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작성한 보고서 43p)

우리 전 생애의 목표가 왜 겨우 안락한 노후여야 하는가? 백만장자인 그녀의 삶은 돈걱정에서 해방되고 싶은 목표 때문에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돈을 벌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돈을 벌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명확히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돈이 현재 유통되는 양상으로 남아 있는 한, 목적이 애매한 축적과 불리기는 사람들의 의식에서 계속될 것이다.

자, 이제 돈은 에너지라는 의미가 어느 정도 설명된 듯 하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어떻게 쓰여져야 할까? 에너지가 중성인데 어떻게 해로운 에너지와 유익한 에너지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돈을 벌고 쓰는 데는 일곱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 의·식·주라는 물질세계에 주로 쓰는 것이다.
둘째, 性, 일, 육체적 욕망에 쓰는 것이다.
셋째, 자존심, 체면, 개성을 살리기 위해, 자기 만족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넷째, 사랑과 용서, 동정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다섯째, 의지의 실현, 자기 표현을 위해 사용한다.
여섯째, 주로 이성적이지 않은 직관이나 통찰, 지혜를 통해 돈을 사용하거나 벌어들인다.
일곱째, 돈을 영적인 에너지의 일부로 본다.

자신의 돈을 보는 관점이 첫째에서 셋째의 양상에 있는지, 아니면 넷째에서 일곱째의 양상에 속하는지에 따라 삶을 짐으로 보느냐 아니면 선물로 보느냐는 관점으로 크게 구별된다. 자신이 만약 삶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 관점을 바꿔보라.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그 관점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돈의 기반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달려있다.


2.돈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돈은 물물교환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발명된 것이다. 그러면 물물교환의 한계란 무엇인가? 이는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물물교환을 하는 두 사람이 동시에 필요를 느끼고 동시에 교환 가능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이다. 둘째, 두 사람이 교환 가능한 지역 내에 있어야 한다는 공간적 한계이다. 마지막으로, 거래할 물건의 가치가 동등해야 한다는 가치상의 한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한계를 다 극복할 수 있게 한 것이 화폐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화폐는 폐단을 드러내고 있다. 이익과 투자를 위주로 하며, 비인간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오늘날 화폐의 폐단을 극복하고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발달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폐의 발달 단계는 물물교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계속된 노력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물물교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첫 단계로 모두가 환영할 만한 제3의 상품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소나 담요, 조개, 금, 은 등. 그 중에서도 잘 손상이 가지 않아(오랜 시간동안 견딜 수 있는 것-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가치저장수단이 될 수 있고, 전달이 쉬운 것(소보다 금, 은, 동의 장소 이동이 더 편리하다), 또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마지막으로 가치 평가가 쉬운 것(소는 안되지만, 금, 은, 동은 작게 잘라 쓸 수 있다)이 그 발달 단계이다.

우리 나라의 ‘돈’이란 말과 영어의 currency(통화-화폐)라는 말은 둘 다 흐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돌고 돈다’라는 의미와 ‘유통, 흐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양방통행이 되어 교환이 쉽다. 반면 상품은 일방통행이다. 예를 들어 A가 가진 가죽옷을 B가 필요로 한다면 가죽옷은 A에게서 B에게로만 흐른다. 이와 같이 상품과 서비스는 소유자로부터 필요한 사람에게로 향하는 일방통행의 흐름을 지닌다. 그러나 돈은 A에게서 B에게로, B에서 A에게로도 흐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양방향성을 가진 돈에게도 문제가 있으니 특히 동전에는 공급이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운송에 있어서도 위험하다. 특히 원거리일 경우 안전 문제가 있다. 둘째로, 금 자체가 쓸모 있을 경우 금은 가치를 매기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얼마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가치평가 수단인 금을 또 다시 가치평가한다는 것은 애매하다. 가치측정수단으로서의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평가수단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금을 보관할 안전한 금고가 필요했던 상인들이 튼튼한 금고를 보유하고 있던 대장장이에게 금을 맡기면서부터였다. 대장장이는 금을 보관하는 대신 이것을 담보로 종이 영수증을 쓰기 시작했다. 금 소유자들은 종이 영수증이 금을 대신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표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종이돈이 발생하게 되었다.

보장성이 있는 종이돈에서 보장성이 없는 종이돈이 나오게 된 것은 금고의 금보다 더 많은 종이돈을 발행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상인들은 오늘날의 대출과 같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영수증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순수한 종이로 대체하게 되었으며 더 이상 교환 중간 단계인 상품을 매개로 하지 않게 되었고 신뢰성 있는 돈의 기능이 약화되었다.

이 상황을 워싱턴시의 Self-Reliance 연구소 이사인 데이빗 모리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초기 라틴계의 동전에는 소가 그려져 있었고 그 동전은 소로 교환이 가능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많은 돈을 언급한다. 스코틀랜드의 쇠못, 뉴펀들랜드의 말린 대구, 서인도제도의 설탕 등. 그러나 이제는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사회적 교환망은 약화되고 공동체의 감각은 훼손되었다. 1929년 세계 공황이 시작되자,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데 이어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미국의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이제 지폐는 그 어느 실질적인 물질로도 뒷받침되지 않는 하나의 표상이 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도 이 지폐를 받을 것이라는 우리의 신뢰가 그 뒤에 있을 뿐이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돈이 시중에 돌아야 하는가는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에서 각 지역별로 자체의 화폐를 발행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일랜드의 경제학자 리차드 도스웨잇(Richard Douthwaite)은 오스트리아에서 지역통화를 통해 1930년대의 대공황시기를 넘긴 매력적인 경험을 얘기했다. 오기市의 시장은 ‘봉사 티켓’이라 인쇄된 기록표를 사용했는데, 그는 이것을 다리 건설과 배수로 공사에서 일을 해준 사람들에게 지급했던 것이다. 이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다른 도시들도 합류했고 마침내는 3개월 안에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벨기에의 경제학자 버나드 리타에(Bernard Lietaer)는 통화의 형태로 돈을 교환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고정환율을 포기하고, 1970년대 전자 머니가 나타나자 이제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를 엮어주던 끈이 끊어졌다. 1970년대 모든 통화교환은 실물거래를 지탱했다. 외국인 투자, 여행, 원조 등. 그러나 97년도에는 하루의 투기성 통화량이 전세계 연간 실물거래량보다 더 많았다. 수조 달러, 수조 엔, 수조 마르크에 해당하는 돈이 순식간에 지구상을 횡단했으며, 금융 브로커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통화의 불안정성을 낳았다. 투기성 통화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교 가격을 밤새도록 바꾸어 놓는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다른 어느 것보다 통화가치의 요동에 신경 쓰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전세계의 금융경색은 리타에(Lietaer)에 의해 예견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지역경제의 활력을 손상시킨다고 우려한다. 어떤 이들은 돈이 부족한 가난한 지역사회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노동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교환 매개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돈 그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대체함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교환망을 약화시켰으며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감각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유럽이 단일통화를 향해 간다해도 유럽 내 수백개 공동체와 전세계 수천의 지역 사회들이 이타카 머니나 타임달러 등과 같은 지역 사회의 교환 매개체를 개발시켜 실험하고 있다. 우리는 돈의 양이 문제라는 것은 항상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또 다시 배울 것은 돈의 형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고, 오랜 시간 그 가치가 변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을 일으키지 않는 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3.가치측정 수단으로서의 시간

수요와 공급의 변화는 가격을 때때로 변화시킨다. 물건의 진짜 가치보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인플레이션이란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돈의 측정장치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말한다. 더욱이 수요와 공급에 그 기반을 둔 시장경제는 비인간적이다. 그것은 인간 전체를 위하기보다 특정 소수를 위하기 쉽다. 자본이 독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이 부정확한 측정수단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돈은 숫자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숫자가 참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적절히 정해진 양이나 단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그 양이라는 것도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

인플레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과 가격을 조정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보다는 임금과 가격의 표준을 정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표준이라는 것은 상승 비율일 뿐 정해진 표준은 아니다. 표준이란 사회 전체에 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양’이어야 한다. 현재 돈의 가치는 기준이 없다. 정의되지 않은 단어와 같다. 그리고 적절한 돈의 단위는 생산성을 측정하는 단위여야 한다. 현재의 돈은 측정단위로서 기여할 ‘표준양’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직업에 생산성이 정확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시간이다. 일은 시간에 뿌리를 두고 조직된다. 하루 일과는 시간으로 짜여지며 시간으로 정당히 지불할 수 있다. 이미 시간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여 정확한 측정치가 되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변호사의 한 시간과 단순 노동자의 한 시간을 어떻게 같이 놓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그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므로 그 부분을 고려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시간 비교법은 간단하다. 변호사는 몇 시간 일해야 차를 살 수 있으며, 페인트공은 몇 시간 일해서 차를 살 수 있는가를 계산하여 비교한다. 또 변호사가 1950년대에 몇 시간 일해서 차를 살 수 있었는데, 1990년에는 몇 시간 일해서 차를 살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 대비한다.
경제학의 고전이라 할 아담 스미스가 말한 시간은 어떤 것일까? 언제 어디서나 얻기 힘들고, 구하는 데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한 것은 값이 비싸고, 쉽게 얻을 수 있거나 적은 노동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값이 싸다. 그러므로 그 자신의 가치가 결코 변하지 않는 노동 자체만이 궁극적인 기준이다. 그 기준을 통해서 모든 상품의 가치가 언제 어디서나 비교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가격은 바로 거기에 있다. 돈이란 그 실질 가격의 명목상 이름일 뿐이다.(Smith, 1963) 그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 최근의 사람으로 마샬 맥루한이 있다.

“돈이란 번역기이다. 농부의 노동을 이발사의 노동으로, 의사와 기술자의 노동력으로 번역을 해준다. 돈은 상호 의존하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교류의 끈을 견고히 묶어주며 교환을 활성화시킨다. 돈은 교환에 있어 시간과 공간을 확장시킨다. 돈은 타인의 노력과 시간의 축적이다.”(McLuhan, 1964)

돈은 번역기이다. 좋은 번역기의 필요 조건은 무엇일까? 시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시간은 지구 공전궤도와 자전에 의해 정확히 측정된다. 지구상에 시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원화나 달러를 비롯한 지구상의 화폐는 그렇지 않다. 기존의 화폐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존의 화폐’의 가치는 어느 누군가의 ‘추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


4.해결책에 이르는 3단계

‘돈을 좀더 정확한 가치측정 도구로 만들기’라는 글에서 로버트 R. 블레인 박사는 다음과 같이 그 해결책을 주장한다.
1. 현존하는 기존의 화폐는 시간을 기준으로 인쇄된 새로운 화폐로 대체되어야 한다.
2. 기존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들은 그 생산과 분배에 드는 실질적인 노동 시간을 확인하여 주의 깊게 조사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3. 기존의 모든 가격은 재조정되어 과학적으로 설정된 실질적 노동 시간에 맞춰져야 한다.

그는 이 3단계를 통해 생산과 분배를 좀더 효율적으로 하여 비용을 낮추는 위대한 역사적 과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격이 낮아져 생활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 인간의 에너지는 좀더 높은 목표 추구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3단계를 좀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보고 있다.

1. 현존하는 화폐는 시간의 단위를 기준으로 인쇄된 화폐로 대체되어야 한다

* 모든 돈을 시간으로 대체한다. 십진수를 기준으로 하여 10Hour나 5Hour등의 지폐를 사용 할 수 있다.
* 따라서 기존의 금전등록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한자, 두자(우리의 전통 길이 단위) 등의 전통 단위를 1m나 2m 등의 단위로 바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도량형 자체 를 바꾸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이렇게 적당한 비율로 바꾸는 것은 기존의 기기들을 다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화폐 단위를 바꾸는 과정은 다음을 따른다.
* 인쇄물을 바꾼다(돈을 바꾼다) - 새로 지폐를 찍는다.
* 기존의 단위와의 환율을 정한다.
* 기존 화폐를 새 화폐로 바꾸어 준다.
* 그래도 아무런 가격의 변화가 없다.

서울서 부산까지 500리라면 그것을 200km로 환산해도 실제 거리는 변함이 없는 것과 같다. 그렇게 변함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화폐 단위를 바꾸는가? 그것은 정확히 ‘정해진’ 양을 가진 참조점이 없는 단위에서 참조점이 있는 단위로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어두운 곳에 서 있다가 불을 켜 밝게 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교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데 미국의 이타카 아워(Hour)가 1아워에 10달라로 결정하게 된 것을 사례로 들면 다음과 같다.

1979년 미국의 GNP는 2.3조 달러로 예상되었고 고용된 노동자의 수는 9600만이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40시간씩 50주를 1년에 일한다고 생각하면 각 근로자들은 1년에 2,000시간을 일하는 것이 된다. 고로 9600만 근로자는 1년간 1,920억 시간을 일한 것이 된다. GNP 2.3조 달러는 1,920억 시간의 노동으로 이루어졌으므로 평균 잡아 시간당 11.91달러가 된다. 그러므로 11.91달러를 1시간으로 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1시간을 10달러로 정했다. 1977년 미국의 급료 수준은 다음과 같았다.

대통령 200,000불
국회의원 57,500불
포드사 회장 992,000불
일리노이 주정부 관리 50,000불
버스 기사 13,800불

이것을 10달러=1시간 단위로 바꿔 보면
대통령 20,000 Hour 국회의원 5,750 Hour 포드사 회장 99,200 Hour 일리노이 주정부 관리 5,000 Hour 버스 기사 1,380 Hour
Hour로 바꾼 후에도 미국 대통령의 급료는 일리노이 주정부 관리보다 4배가 많은 급료를 받으므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워(Hour)를 기본 화폐단위로 적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기준치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1주에 40시간씩 50주를 일한다면 그는 1년에 2,000시간을 일하는 것이 된다. 시간당 1Hour를 받는 사람은 연간 2,000Hour를 받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급료를 환율을 적용해 바꾸면 20,000Hour가 된다. 이때 사람들은 즉시 이 급료가 일반 표준 급료를 받는 사람의 10년치 급료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포드사 회장의 급료는 99,200 Hour이다. 이는 표준보다 46년치에 해당한다고 즉시 해석하게 된다.

2. 기존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들의 생산과 분배에 드는 실질적인 노동 시간은 주의 깊게 참작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 동안 정확한 기준이 없는 화폐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가격에 문제가 발생했다. 달러를 Hour로 바꾼다 해도 이 문제들 중 어느 것도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화폐를 Hour단위로 바꾸어 적용하는 것은 경제를 재구성하는 첫 번째 단계이자 필수적인 과정일 뿐이다. 이를 통해 가격은 좀더 정확해질 것이다. 다음 단계는 전국에 리서치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이 그룹들은 소비자와 사업자, 정부관료로 구성되고 이들은 특정 서비스와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평균 노동시간을 주의 깊게 결정한다. 이들은 함께 그들이 렌트 하거나 구매하는 자신의 노동시간 가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생산활동을 참작해 자신들의 노동시간 표준을 정할 수 있다. 도매와 소매상들은 그룹을 형성하여 생산물의 실질 비용을 연구할 수 있고 농부들은 농산물의 가격을 공정하고 정확한 노동시간으로 환산해 적용할 수 있다.

Hour가 보장성이 없는 기존의 화폐보다 좋은 점은 그것이 경제적 가치를 정하는 시간이라는 적절하고 객관적인 표준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로버트 블레인 박사는 모든 가격을 이 표준에 근거해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Hour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표준, 잣대를 제공한다. 이 표준은 임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때 표준임금은 한 시간 일한 것에 1Hour가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1인 1선거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은 10개나 15개의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영역에서 일부의 사람들은 다른 등급의 임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고집하고 있다. 포드의 회장은 일반 표준보다 46.9배나 받는 것이다. Hour는 포드 회장도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표준보다 많은 임금은 항상 생산성에 기초해서 타당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포드 회장은 표준보다 46.9배나 받아야 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모든 직업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화폐 단위가 의미 없는 지폐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양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이유를 들어 이 단위를 적용한다. 의사들은 일반 표준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기간을 공부하는 데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진단 기술과 처치는 환자들을 상대적으로 빨리 처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만약 의사들의 말이 일리 있다 하더라도 한 번의 진료비는 여전히 너무 높다는 것이다. 결국 환자와 의사들간에 협력이 이루어져 가격 결정이 될 것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현재는 양쪽이 모두 구체적인 표준 하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한 사람이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공정을 발명해 냈다고 하자, 그 발명 이전에는 시간당 100개의 상품을 생산하던 것을 이제는 시간당 500개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면 증가된 생산량을 봐서 그에게는 500% 증가된 임금이 주어져야 마땅하다. ”

3. 기존의 모든 가격은 재조정되어 과학적으로 설정된 실질적 노동 시간에 맞춰져야 한다

특정 가격이 재조정되고, 생산의 실질 비용이 정립되면 사람들은 일상의 경제 생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가격을 실질 비용 쪽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가격은 조정되어야 한다’는 말이 곧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가 높이 평가받는다. Hour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의미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부풀린 가격이 아닌 적정한 가격을 받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은 가격을 정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으로 기능이 향상된 시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가격을 결정할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Hour는 가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화폐 단위라는 의미에서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정부의 간섭은 오늘날 너무 만연되어 있다. 그것은 기존의 화폐에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가격의 정확성을 판단할 도구를 주어보라. 그러면 그들 스스로 필요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점차 일어날 것이다. 몇몇 변화들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임대료나 이자율은 소비자나 정치적인 행동 그룹들의 노력에 의해 규칙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5.대안으로서의 지역통화

가난한 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부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돈’에 대한 부족감보다는 다른 종류의 ‘부족감’이 더 커서 거기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어쨌든 부족감에 휘말린 삶을 살아간다. 우리에겐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부족감을 상징하는 ‘부와 가난’이 아니라 이 둘과는 상관없이 돈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풍요’로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들 중 일부는 풍요를 일구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또는 자신의 부족감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점차 시야가 넓어져 자신의 욕구보다는 타인과 사회의 ‘필요’를 먼저 ‘보고’, 이 필요를 성취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을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해 목표를 성취한다. 그들은 풍요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만이 그러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가난을 멀리하고 부유함을 쫓는 방법이 아니라, 진정한 풍요를 가르치는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통화는 풍요를 일구는 체계이다. 지역통화 체계 내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자신이 되는’ 동등한 자격을 지닌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와는 전혀 다르다. 그는 자신의 필요를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

어떤 것의 가치는 그것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만들어 내고 일으켜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에 있다. 스스로 고기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은 잡은 고기를 운 나쁘게 놓쳐도 마음놓고 웃을 수 있지만, 누군가가 잡아준 고기를 받아들고 있던 그의 친구는 물 속으로 도망가버린 고기의 뒷전에서 상실감에 슬퍼한다. 그에게는 다시 고기를 잡을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이 돈도 소유하는 데 가치가 있지 않고, 적절하게 잘 쓰는 데 가치가 있다. 어딘가에서 거저 들어온 돈은 쉽게 사라지고 상실감만 남는다. 벌어서 소유에 그치는 돈이 아니라 실질적인 거래에 쓰여지는 돈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거래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보의 공유와 집적이 필요하다. 지역통화가 바로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지역통화의 등록소는 가입된 모든 회원들의 정보센터이며, 고도로 센서티브한 감각기관이다. 각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 에너지에 대한 정보는 등록소에 집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정보가 모여 회원들의 일상에서 느끼는 과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다. 남는 것은 덜어 타인에게 서비스하고, 부족한 것을 메우는 것이 아주 손쉽게 이루어진다.

한 개인의 은행 계좌는 살아 있는 그 개인의 역사책이다. 이 책의 모든 장과 구절들 하나하나가 우리 삶의 사건들 및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통화의 등록소에서 발행하는 거래 내역서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그의 서비스의 질은 높은지, 그는 받기보다 주기를 많이 하는지, 그의 관심은 무엇인지 등등.

지역통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까다롭고 어려웠던 점은 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가입회원 중 정규직과 그외 무직이나 실직자, 준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비슷한 상태에서 정규직을 서비스로 내놓은 사람들은 서비스의 가치를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동등하게 매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반수 이상의 시스템 가입자들은 자기 서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할지 곤란할 때가 많다. 이것은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어를 번역하고, 지게차를 빌려주겠다는 분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함흥 냉면장과 메밀 국수장 만드는 법 등 얼마의 가치를 매겨야 할 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측정수단으로서의 돈의 기능이 약화된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애매했던 것일까? 대부분의 측정수단은 정확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돈은 예외이다. 돈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조절된다. 그 평가 기준이 유동적인 가치측정 수단인 것이다.

지역통화에서는 믿음성이 측정수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자를 측정했더니 한번은 10cm가 나오고 다음 번엔 20cm가 나온다면 우리는 상자를 잰 자를 믿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측정해 같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믿을 만하다고 한다. 또 여러 사람이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한 사람만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못 믿는다. 믿음성이란 재현 반복이 가능할 때 그렇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현재 유통되는 돈을 좀더 정확한 가치측정수단이 될 수 있도록 시간으로 비교해보자. fm소식지의 교환목록에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이것들은 일부 또는 전액을 fm을 주고 구입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식료품, 의류, 장난감 등 수백 가지 상품들은 대부분 fm회원들 각자가 만들거나 생산해 내는 것이며, fm과 원화로 구입할 수 있다.

서로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환 공동체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원활히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fm이라는 지역통화이다. 우리는 좀더 쉽게 fm을 벌고,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로간 도움의 손길이 좀더 빨리 순환되도록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규 직업으로부터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데 이에 대한 보완으로 fm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도록 서로를 고용하는 효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fm 시스템은 모든 사람들의 1시간 노동이 최소한 5,000fm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인종이나, 교육수준, 성(性)에 상관없이 말이다. 지역 사회에서 정직한 노동과 노력을 통해 생활에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지역 구성원 모두는 지역 사회를 믿고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지역 내의 사업체들은 생산품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객들에게 충분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fm은 좀더 많은 돈을 공급하며 지역내 사업체들에게도 공헌할 수 있다. fm은 돈이 부족한 지역 단체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fm은 지역 내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내 사업체의 고용을 늘린다. 지역 내 주민들의 기술과 재능을 사용함으로써 교통과 수송에 드는 연료의 사용을 자연스레 감소시킨다. fm은 진정한 돈의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 그들의 시간과 기술에 의해 지원받는 내실있고 유용한 체계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 모든 종류의 직업에서 1시간 노동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가? 우리는 교사가 은행장보다 보수가 더 적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게 배워 왔다. 정신과 의사가 구둣방 직원보다, 정신노동이 육체노동보다, 사무실 일이 집안 일보다 더 많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든 사람들의 정직한 노동 1시간은 같은 존엄성을 지닌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동 1시간은 5,000fm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드문 기술을 가졌고 그래서 1시간당 1만fm 또는 2만, 3만fm을 원할 수도 있다. 그들이 정규직에서 그렇게 받아 왔다면 그것을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fm소식지가 수많은 기술과 재능, 상품들을 지역 시장으로 내놓음에 따라 드문 기술들은 더 이상 드물지 않게 되고 그 가치도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fm은 최소한의 임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임금의 심한 격차는 사회의 불건강한 지표라는 것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6.지역통화와 생활체계

‘지역통화’ 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보여져서는 안된다. 돈이 있고 잘 사는 사람들, 부유한 사람들도 필요를 느끼고 동참할 때 이 운동의 참뜻이 살아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접근법이 유효할까? 지역통화와 백만장자의 비교! 그것은 소위 재벌, 백만장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생활 및 사고방식을 천착해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뭔가 참으로 배울 만한 점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놓치고 있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역통화가 메울 수는 없을까? 백만장자 또는 재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조사해 묶은 최근의 보고서 <옆집에 사는 백만장자>를 토대로 생각해 보았다.

“매일 매일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셨습니까? 그들은 조깅이 전혀 필요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조깅 덕분에 조깅이 필요없을 것 같은 균형 잡힌 몸을 유지한다는 것을 아십니까? 부유한 사람들은 재정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옆집에 사는 백만장자 中에서) 핵심 있는 비유이다. 조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말. 아래는 이 책의 저자가 백만장자에게 물어본 4가지 질문이다.

1. 당신의 집안 식구들은 1년 예산안을 세워 움직이는가? 즉 의·식·주에 쓰일 예산을 계획적으로 소비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미국의 백만장자 중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의 120%였다고 한다. 아니라고 대답한, 예산안을 짜지 않는 갑부들은 반수 이상이 인위적으로 부족한 환경을 만든다고 하였다. 즉 투자를 먼저 하고 그 나머지를 쓴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들은 연간 수입 중 최소 15%이상을 투자를 한다. 즉 쓰고 남은 것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고 남은 것을 쓴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의 돈인 시간(Hour),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쓰는 데 주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고 해야 될 일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예산안을 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 무엇이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투자에 해당한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다.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시간을 번 것이다.

2. 당신의 가족이 매년 의·식·주에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아는가? 백만장자들의 62.4%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생일이나 기념일 선물로 얼마나 쓰이는지, 자동차세, 교육, 난방비로 얼마나 쓰이는지 알지 못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물어본 질문 중 또 한 가지는 계획을 세우느냐였다. 당연히 부각된 점은 그들이 철저한 타임 플래너(시간계획가)라는 점이었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을 우리는 익히 들어 왔다. 이타카에서 사용되고 있는 Hour는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하나의 격언이 아니라 사실이고 실생활화 된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곧 ‘돈’인 것이다. 이타카에서 Hour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돈’의 단위이다. 이제 우리는 Hour를 어떻게 벌고 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잘 살펴보면 이것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돈을 벌려고 노력해온 본래 이유인, 그 돈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귀착하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시간이 돈이며,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이 많은 돈(Hour)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경제와 화폐체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진실에 도달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돈(Hour)을 벌기 위해 시간(Hour)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태어나면서 신성으로부터 상속받은 시간(Life, 인생)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난생 처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당신은 분명히 정의된 매일의, 주간, 월간, 연간의 목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생의 목표가 있는가? 이들이 조사한 어느 백만장자는 정규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졸업증서를 취득하였다. 정규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서 어떻게 천만달러(130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벌 수 있었는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목표 지향의 사람이었습니다. 나에게는 분명히 정의된 매일의 목표와 주간 목표, 월간 목표, 연간 목표 그리고 인생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도 목표를 가졌습니다. 나는 항상 우리 젊은 관리자들에게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목표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거부들 64.2%가 ‘예’라고 대답했다. 80세이며 세계적인 대규모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클락 씨 역시 자신에게는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성취했다고 대답했다. 그의 목표는 물론 충분한 부를 축적한 후에 사업에서 손을 떼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조사한 거부들이 대부분 최종적으로 말하는 목표는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는 되지 않는가? 그들이 80이 다 되어 최종 목표를 이루기는 했으나 인생 전체로 볼 때 목표가 이루어진 시기는 너무도 짧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자신이 즐기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일이다. 우선 그것을 가장 먼저의 목표로 삼아 보자. 그러면 우리는 시작부터 인생을 즐기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4. 당신은 미래의 재정상태를 계획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까? 65.7%가 ‘예’라고 대답했다. 사실 <옆집에 사는 백만장자>라는 책에서는 룰 여사(Mrs. Rule)를 모델로 삼아 얘기하고 있는데 그녀는 스스로를 철저한 계획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소득이면서도 거부가 되지 못한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현재 투자된 부분을 운영하고 미래의 투자를 계획하는 데 보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재산 불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을 표준치로 삼는 지역통화의 관점에서는 그것은 곧 ‘시간 불리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불린다는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백만장자들은 그들만의 특징적인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만일 그들이 돈의 배후에 시간이라는 참조점이 놓여 있다고 배웠다면 그들의 인생은 좀더 멋진 시간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미내사 이원규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