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글
아디뇨미꽃밭에서 맺은 언약식



    그녀는 나를 아디뇨미란 꽃들이 불처럼 타오르는 장소인 꽃불무덤으로 안내하였다. 아디뇨미란 꽃은 ‘절개'란 꽃말을 가진 여러해살이 꽃이었는데 꽃잎이 피처럼 붉고 향기가 짙은 것이 특징이었다. 샤르별 사람들은 부모형제나 친구사이나 누구든지 간에 중요한 약속을 가질 때는 반드시 아디뇨미 꽃이 피어 있는 장소를 찾아서 언약식을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나 공원 같은 장소에는 반드시 아디뇨미 꽃동산을 가꾸고  언약의 장소로 이용했다.

  샤르비네가 나를 데리고 일심동체의 언약식을 갖기 위해 아디뇨미 꽃동산에 도착했을 때 다른 커플들도 몇몇 씩 꽃그늘 사이에서 경건한 언약식을 갖고 있었다. 아디뇨미 꽃동산에서도 유난히 꽃그늘이 무성한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은 샤르비네는 나에게 두 손을 펴서 내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두 손바닥을 나의 손바닥 위에 포개어 얹은 후 하늘을 향해 기원을 시작했다.

  기원의 내용은 우리들이 맺은 일심동체의 언약을 하늘이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그 언약이 빗나가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하늘을 향해 올리는 기원이 이상하게 나의 심금을 향해 울려오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올리는 기원이 나의 영혼을 향해 호소하는 절규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때 영혼까지 전율하는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큰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내 가슴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내 몸의 혈관 속으로 전류처럼 퍼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코끝으로 진하게 스며드는 라일락 같은 꽃향기가 코끝에서 기도를 타고 폐 속으로 들어와 온몸에 물결처럼 퍼져 들어가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현상을 느꼈으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느낌들이 내 마음속에 전이되는 듯한 현상도 느꼈다. 그때 내 마음은 무한한 황홀경에 도취되어 가는 느낌을 얻었는데, 몸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붕 떠서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언약의 기원을 마친 샤르비네에게 금방 겪었던 느낌들을 들려주었더니 그녀는 이런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방금 샤르앙의 가슴에 전해진 따뜻한 체온은 바로 이 샤르비네 영혼의 체온이며 내 몸 속에 흐르는 기운의 에너지라고 생각하세요. 마찬가지로 코끝에 전해진 향기도 이 샤르비네 영혼의 향기라고 생각하세요. 언약의 기원을 올릴 때 내 가슴도 역시 뜨거워졌고 나의 코끝에서도 그러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답니다. 우리들이 나눈 언약은 서로에게 진실이 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 영혼만이 가진 고유의 향기가 있는데, 앞으로 내 영혼의 향기가 그대의 코끝에 전해지거든 샤르비네의 영혼이 가까이 다가온 것으로 믿어주기 바래요. 앞으로 샤르앙이 나의 이름을 부를 때 이 샤르비네가 당신 곁에 다가감의 표시는 바로 그, 내 영혼의 체온과 향기일 거예요. 내 영혼의 체온과 향기가 당신 곁에 머물거든 샤르비네의 영혼이 그대 곁에 머물러 있음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내 마음은 항상 샤르앙의 마음속에 투사되어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누리며 살아갈 거예요. 나도 역시 샤르앙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더라도 샤르앙의 체온과 영혼의 향기를 느끼며 살아가게 될 거예요. 우리 사이 일심동체의 언약이 진실할 때까지, 영원한 순간까지라도 말이에요.”

  “알겠소 샤르비네. 내 육체와 정신세계의 모든 감각들은 이제 충분히 샤르비네의 모든 기운들을 다 기억하게 될 것이오. 말하자면 내 생명의 자율신경 속에 샤르비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이 탄생했다고 확신하오. 앞으로 그대와 헤어져 살더라도 내 생명의 감각들은 그대가 가까이 다가오는 영혼의 향기를 느끼며, 절망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 힘찬 새 출발을 시작하게 될 것이오.”

  “샤르앙은 지금 너무나 극적인 마음의 표현을 내게 들려주고 있어요. 그래요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들 생명의 감각 속에 우리들 서로의 생명력과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자율신경이 생겨나고 말았어요. 우리들 생명의 감각은 우리들 서로를 느낄 수 있는 자율신경으로 영원히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 거예요.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더욱 확실한 일심동체가 되었네요. 우리들의 언약을 하늘의 샤스미께서 내려다보며 축복을 내리는 것 같네요.”

  샤르비네와 내가 이렇게 서로 속삭이고 있을 때 붉은 아됴미꽃들은 더욱 붉게 타는 듯 했고, 하늘의 태양은 더욱 찬란한 광채로 우주를 비추는 것 같았다. 샤르비네와의 일심동체 언약식은 어두운 내 마음속에 무한한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촉진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까지 세상에 태어나 샤르비네와 맺은 약속만큼 황홀하고 가슴 벅찬 느낌은 처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후로 나는 샤르비네와 일심동체의 사이가 되어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더욱 깊은 믿음과 사랑을 느끼며 하루하루 행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지구로 돌아와서도 샤르비네 영혼의 향기는 코끝에서 느낄 수 있었고, 포근한 샤르비네 영혼의 기운은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샤르별에서 맺어진 일심동체의 언약은 지구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언약도 아니었으며 남녀간의 혼인과 같은 부부의 언약도 더욱 아니었다. 일심동체의 언약이란 영혼과 영혼이 맺어지는 독특한 의식이었는데, 그 언약은 사랑의 언약이나 혼인의  언약보다 더 강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일심동체의 언약은 영혼과 영혼이 맺을 수 있는 진실의 언약이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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