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같은 흰꽃을
그대이름 아시나
부르기를 옥잠화
가을마다 피어서
솔솔부는 서풍에
향기로이 웃나니
알아줄이 누구요
베옷입은 선빌세

<옥잠화> 박종화

유난히 광택이 나는 너른 잎 사이로 옥비녀같은 정갈한 줄기와 하얗고 길쭉한 꽃봉오리, 그리고 고고한 선녀의 체취가 물씬 묻어나는 그윽한 향기가 일순 마음을 사로잡는 꽃. 그 꽃이 바로 옥잠화(玉簪花)이다.

백합과인 옥잠화는 옥으로 만든 비녀와 같다는 뜻으로 꽃봉오리의 모습이 마치 여인네들이 머리에 꽂는 비녀를 닮은데서 그 꽃말이 유래되었다. 이 밖에도 자잠, 옥포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키는 사람 무릎 정도의 높이로 자라며 잎은 모두 근생엽으로 타원형이며 유난히 광택이 난다. 그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형을 이루며 여덟쌍 정도의 맥이 나 있다.

여러해살이 풀인 옥잠화는 꽃대를 올리면 허벅지 높이까지 자란다. 꽃의 빛깔은 흰색이 주류를 이루며 연한 자주색을 띤 것도 있다. 보통 한아름씩 포기를 지어 자라므로 정원에 심어놓으면 아주 풍성하고 보기에 좋다.

  
옥잠화(玉簪花)의 전설  


옛날 중국에 피리 부는 솜씨가 뛰어난 명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휘엉청 달 밝은 밤에 그윽하게 피리 한 곡조를 읊고 있는데 그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선녀가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선녀의 청으로 밤새 피리를 불어주었습니다. 이윽고 날이 밝아 하늘나라로 떠날 시간이 다 된 선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마음의 정표로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던 옥비녀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나 옥비녀는 피리 명인의 손을 스치며 땅에 떨어져 그만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지요.

후에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꽃 한송이가 피어났는데, 그 꽃봉오리의 모습이 마치 선녀가 던져 주었던 옥비녀와 쏙 빼닮았다하여 사람들은 이 꽃을 옥잠화(玉簪花)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옵니다.  



옥잠화의 종류는 중국이 원산지인 것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자생종 비비추와 산옥잠화가 있다. 자생종은 꽃 봉오리의 크기가 약간 작고 연보라색을 띠고 있으며 전국의 산이나 냇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산옥잠화와 주걱 비비추는 잎의 어린 싹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잎자루는 약용으로 쓰여 발모나 종기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이 꽃에는 꿀이 많아 벌과 나비들이 한번 찾아들면 그만 주저않기 일쑤다.

이 꽃은 8, 9월에 피는 꽃으로 우리나라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흰 꽃의 자태는 마치 선녀의 기품을 쏙 빼닮았고,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펼친 너른 잎은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속에 벌써부터 산들바람을 불러와 가을로 물들이고 있다.

옥잠화는 꽃대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맺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지면 시들고 만다. 하지만 계속해서 꽃눈이 자라므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옥잠화를 정원에서 키우려면, 잎이 지고 난 후 뿌리 위쪽에 눈이 붙어 있는 9, 10월이나 3월경이 포기나누기에 적당한 시기이다. 뿌리를 캐어 보면 수염뿌리가 많이 엉켜있으므로 흙을 잘 털어낸 후 아래쪽에서부터 갈라 준다. 위쪽의 눈을 2∼3개씩 붙여 나누어야 하며 심을 때는 뿌리를 잘 펴서 심는다. 포기를 나눈 후 2∼3년 동안은 그대로 두어야 꽃이 잘 핀다.

옥잠화는 꽃이 피고난 뒤보다는 꽃이 피기 직전 터질듯한 봉오리가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데 마치 열아홉 처녀의 순정처럼 해맑아 지나가는 남정네들의 마음을 일순 사로잡는다.

특히 꽃의 향기가 진하고 그윽하여 최근에는 그 꽃잎에서 추출한 향수가 특산물로 개발되어 많은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향기가 너무 그윽하여 멀지않아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될 것만 같다.

또한 옥잠화는 진달래나 두견화처럼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는데 너무 고운 빛깔과 진한 향기로 인해 이후 식음을 전폐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