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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거래서 달러화 사라지나
영국 언론 “산유국-주요국 사용중단 논의” 보도…사우디·러시아 부인


걸프지역 산유국들과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 주요국이 최근 비밀회동을 하고 석유 거래 때 미국 달러화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통화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보도로 달러화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6일 걸프지역 산유국과 홍콩의 중국 금융 소식통들을 인용해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중국·러시아·일본·프랑스와 함께 석유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중지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달러화 대신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로, 금과 걸프협력위원회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부다비·쿠웨이트·카타르 등이 계획하는 공동통화 등으로 구성되는 통화바스켓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러시아·중국·일본·브라질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미 이런 계획을 놓고 비밀회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소식통들은 새 바스켓 통화가 설정되기 전의 과도기를 9년 뒤인 2018년까지로 잡았으며, 이 기간에 사용될 통화는 ‘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근의 금값 폭등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에서 1유로당 1.4662달러로 거래되던 달러는 이 보도가 나가자 1.4749달러로 급락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이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참석중인 무하마드 알자세르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는 “절대적으로 틀린 보도”라고 확인했다. 드리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도 “우리는 전혀 그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카림 주디 알제리 재무장관은 “산유국들은 수입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으나, 석유를 다른 화폐로 거래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모든 주제가 제기되고 토론되는 국제통화기금 총회에 참석중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들의 부인 뒤 달러는 유로당 1.4701달러로 회복했다.

신문은 이런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과 중국의 석유자원 확보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월가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은 달러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통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으며, 브라질과 인도도 비달러화 석유결제 체제 구축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란 역시 2006년에 석유 결제에서 달러화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달에도 외환 보유에 달러 비중을 줄이고 유로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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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外 통화로 석유 거래하자"
중·러·일·사우디 등 수차례 비밀회동… 美 대응 고심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한국일보
英 인디펜던트지 보도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지탱해주고 있는 주요 기둥인 달러의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주요국가들이 더 이상 석유가격을 달러로 표시하지 않고, 동시에 석유 거래에서 달러 사용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6일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석유거래에서 달러 대신 사용할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기 위해 최근까지 수 차례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모임엔 해당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했으며, 새 통화 바스켓에는 중국 위안, 일본 엔, 유로화, 금, 걸프협력협의회(GCC)국가의 단일통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새 통화바스켓 결제는 2018년 시행될 전망이며, 그 이전까지 과도기엔 금이 달러 대신 석유거래 통화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최근 금값이 폭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달러 따돌리기'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동 국가 등 전통적인 경제 우방들 마저 회동에 참여했음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이 미국을 등진 채 비밀 회동을 꾸린 것은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를 바탕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좌지우지 하려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과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국제 석유거래에서 달러를 축출하는 움직임은 최근 들어 하락세가 뚜렷한 달러화에 심각한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단순히 원유거래에 한정된 달러의 위상 하락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에서 달러의 지위가 추락하는 중대한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비밀회동 참여국 간의 긴장이 심화될 것이며, 특히 최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관계가 더욱 냉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쑨비간(孫必干) 전 중국 중동특사는 "중동 원유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의 견해차가 심해질 위험이 존재하고 양측의 다툼과 분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약 2.1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보다 많은 양의 원유를 소비하는 중국이 '달러 축출'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달러의 위상 추락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달러 이탈에 맞선 미국의 고군분투가 예상되지만 사실 유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 추락을 막아낼 대책을 내놓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급한 미국 국내 경제 안건들을 다루느라 바빠서 새 통화바스켓이 등장할 2018년까지 이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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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종말' 보도에 금값 폭등…온스당 1039.70달러
금본위제 회귀설 속 '한국의 금 보유량'은?…미국의 0.17%에 불과


  

현재 달러 가치는 기축통화로서의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사실상 국제교역의 독점적 결제수단의 지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만일 특정 교역에서라도 이런 지위를 상실하면 그 파급 효과는 걷잡을 수 없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한다.

그런데 원자재, 특히 원유시장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현재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 등과 함께 새로운 결제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밀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는 보도(☞관련 기사: <인디펜던트> "아랍, 원유 결제 달러 사용 중단 계획")가 나왔다.


▲ 국제교역의 결제수단으로서 달러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질 것인가. ⓒ로이터=뉴시스

이 보도가 사실인지,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언제 현실화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너무나 남발된 달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보도는 일대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라는 권위지에 중동문제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려온 로버트 피스크가 "중국과 중동의 금융권 소식통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터뜨린 특종 형식의 보도라는 점에서, 그 파괴적 영향력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다.

'달러의 종말' 보도 직후 금값 1온스당 20달러 넘게 폭등

이 보도가 나온 직후 국제시장에서의 거래되는 금값이 1온스(약 30g) 당 무려 20달러 넘게 치솟고, 장중가는 물론 종가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 보도의 충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장중 온스당 104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지난 2008년 3월의 1033.90 달러 기록을 무려 11달러 이상 상회한 것이다. 또한 12월물 금값은 전날 종가보다 21.90달러(2.2%) 오른 1039.70에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가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1.4712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0.4% 평가 절하됐고,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 역시 76.29를 기록해 전날에 비해 0.45% 하락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원자재로 투기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을 부추긴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12월물 은가격도 5%가 뛰어 올라 온스당 17.35 달러를 기록했고,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구리 역시 2% 오른 파운드 당 2.78달러를 기록했다,.

백금도 23.40 달러(1.8%) 오른 온스당 1318달러를 기록했고, 팰라디움 역시 2.2% 상승해 온스당 310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전날 종가보다 2% 가량 오른 배럴당 71.80 달러에 거래됐다.

이처럼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본위제로의 회귀, 또는 금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외환위기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금 보유 현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보잘 것 없는 금 보유량

세계금위원회(WGC)가 최근 공개한 세계 103개 국가의 금 보유 현황(6월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4.3t을 보유해 세계 56위 수준이다. 금 보유량에서도 단연 1위인 미국(8133.5t), 2위 독일(3412.6t)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위 일본(765.2t)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금 보유량에서 한국은 크게 밀리고 있다. 대만은 423.6t, 필리핀은 154t, 싱가포르는 127.4t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에서도 한국은 0.2%(1월 말 금값 기준)로 보잘 것이 없다. 전 세계 평균(10.1%)의 50분의 1 수준이다.

금융계 일각에서 달러가 붕괴해도 미국의 통화 헤게모니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언젠가 금본위제로 국제통화시스템을 전환하자는 국제여론이 조성돼도 최대의 금 보유국인 미국은 가장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