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대학원생 시절에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함께 박사논문 과제를 연구했다.  그 후, 1951년 오펜하이머가 반미행위 혐의로 극우파 조세프 매카시 상원위원이 주도한 공포의 청문회에 회부되었을 때 봄은 오펜하이머의 반대증인으로 소환되었으나 출두를 거절했다.  그 결과 그는 프린스턴 대학의 직장을 잃었고 미국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되어 브라질로 갔다가 뒤에 런던으로 옮겨갔던 것이다.

프리브램도 일찍이 이와 비슷한 일에 부딪혔다.  1935년 포르투칼 출신의 에드가스 모니츠라는 신경학자가 자칭 정신질환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을 고안해냈다.  즉, 사람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대뇌의 전두엽 피질을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분리시키면 아무리 골치 아픈 환자도 온순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견했던 것이다.

그는 이 수술을 전두엽 절제술이라고 명명했고 1940년대 이르자 이것은 매우 대중적인 의술로 받아드여져서 노벨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1950년대에도 이 방법의 인기는 지속되었고 그것은 마치 매카시 청문회처럼 문화적 이단자들을 몰아내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이 수술법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시술된 결과, 미국에서 이 수술을 옹호했던 유명한 외과의사 월터 프리만 ( Walter Freeman) 같은 사람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이 전두엽 절제술이 '정신분열자, 호모, 급진주의자'와 같은 사회적 부적응자들을 '착한 미국 시민'들로 만들어놓는 데 공헌했다는 내용의 글까지 썼다.

프리브램이 의학계에 발을 들어놓은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프리브램은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타인의 두뇌에 그토록 무도하게 손을 대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느꼈다.  그의 신념은 너무나 확고 해서 플로디다 잭슨빌에서 신경외과의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그는 그 당시 널리 수용되고 있던 이 의학지식에 반대하고 자신이 맡은 병동에 서는 전두엽 절제술 시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훗날 예일 대학에서도 이러한 반대입장을 고수했는데,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그런 태도 때문에 거의 쫒겨날 뻔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뒷일을 돌보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는 봄과 프리브램의 투지는 홀로그램 모델의 경우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자신들의 무시할 수 없는 명성을 이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의 이 같은 용기와 과거 이들이 보여주었던 통찰력은 홀로그램 가설에 다시금 비중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홀로그램 모델을 뒷받침해주는 마지막 증거는 초상현상 (일상 적인 범주 밖의 정신/심령현상)이다.  이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우주는 견고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실재관이 그릇된 것임을 암시하는 증거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나게 쌓여왔기 때문이다.

표준적인 과학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은 이런 발견사실들을 주로 묵살해버리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증거의 양은 이런 태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누적되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1987년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 로버트 G. 얀 (Robert G. Jahn) 과 같은 대학의 임상 심리학자 브렌다 J. 듄 ( Brenda J. Dunne) 은 '프린스턴 공학적 특이현상연구소'에서 10년에 걸쳐 엄밀한 실험을 행한 끝에 인간의 마음이 물리적 현실과 심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의심할 수 없는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얀 과 듄 은 인간이 정신집중만으로도 특정한 종류의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발견이며, 우리의 통상적인 실재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홀로그램적 관점에서는 이것을 설명할 수 있다.  역으로, 현재의 과학 이론으로는 초상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즉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홀로그램 모델이 초상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역으로 초상현상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누적된 증거들이 사실상 그러한 모델이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끔 만들고 있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현재의 우주관이 초상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 우주관이 많은 모순점을 간직한 채 남아 있는 이유들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또다른 이유는, 실험실에서는 정신적인 작용를 포착해내기가 매우 힘들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그러니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 결론짓게끔 만들었다.  이 명백한 문제회피적 태도 또한 이 책에서 짚어볼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과학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처음으로 이 점을 알게 되었다.  한번은 저명한 물리학자에게 특정 초심리학 실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물리학자 ( 그는 초상현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는 매우 권위적인 말투로, 그 실험의 결과는 '그 어떤 정신적 효과에 대한 증거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는 그 결과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물리학자의 지성과 명성을 존경했으므로 그의 판단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나중에 직접 그 결과를 살펴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실험이 정신의 능력에 대한 매우 놀라운 증거를 끄집어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때서야 나는 저명한 과학자조차도 편견과 맹정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상현상의 연구에서 이런 상황은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 게재된 기사에 의하면 예일 대학의 심리학자 어빈 L.  차일드 (Irvin Child) 는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메이모나이즈 의료원에서 행한 ESP (초감각적 지각) 꿈에 관한 일련의 유명한 실험들을 기존 과학계가 어떻게 취급했는지를 조사했다.

차일드는 그 실험에서 밝혀진, ESP 현상을 뒷받침하는 극적인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과학계가 그들의 연구결과를 완전히 묵살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그 실험에 대해 그나마 언급을 했던 몇몇 과학계 간행물들도 그 연구를 '심하게 왜곡시켜' 놓음으로써 그 실험의 의미는 완전히 매장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한 가지 이유는, 과학은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만큼 늘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약간의 경외심을 품고 과학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사실을 말해주면 그것이 틀림없는 참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그들 또한 우리와 똑같은 종교적, 철학적, 문화적 편견에 휘말리지 쉬운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 책이 보여줄 내용처럼, 우주는 현재의 우주관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증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은 왜 유독 초상현상에 대해서는 그토록 거부적인가?  이것은 좀더 어려운 질문이다. <<사랑, 의술, 그리고 기적>> 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예일 대학의 외과의 베르니에 S. 지겔 ( Bernie S. Siegel) 박사는 비정통적인 관점에 대한 반발을 경험했던 자신의 기억에 비추어 이렇게 주장한다.  즉,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겔은, 누군가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바뀌놓으려고 들면 사람들이 마치 중독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겔의 말은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그것이 많은 문명 속의 진보와 통찰이 처음에는 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신념에 중독되어 있으며, 누군가가 우리의 강력한 아편인 우리의 신조를 앗아가려고 하면 '정말' 마치 중독자처럼 반응한다.

그리고 서양과학은 초상현상을 믿지 않기로 수백 년 동안 마음을 다져왔기 때문에 그 중독증에서 쉽사리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행운아다.  나는, 세상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영적인 가족환경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 책에서 언급될 많은 현상들을 직접 체험했다.  나는 논의되는 주제와 관련이 있을 때마다 나 자신의 체험을 몇 가지씩 언급할 것이다.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이야깃거리 정도의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인간은 이제 막 그 깊이를 재보려고 하는 그런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나는 그것이 보여주는 통찰 때문에 그것을 이 책의 내용에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홀로그램 관점은 아직도 형성 중인 개념이고 여러가지 상이한 관점들과 증거의 조각들이 모자이크된 상태에 머물러 있으므로 어떤 이들은 이런 공통성 없는 관점들이 통합되어 좀더 통일성 있는 전체상이 드러날 때까지는 그것을 모델이나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홀로그래픽 아날로지 (비유), 홀로그랙픽 메타포 (은유)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성을 기하기 위해 이 모든 표현을 받아들였고 홀로그래픽 모델과 홀로그래픽 이론이라는 용어도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홀로그램 개념이 엄밀한 의미에서 용어가 뜻하는 바와 같은 어떤 모델이나 이론의 지위를 얻었음을 암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매락에서, 봄과 프리브램은 홀로그램 개념을 주창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이책에서 보여주는 모든 견해와 결론들을 포용하는 입장은 아님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와는 달리, 이 책은 봄과 프리브램의 이론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호로그램 모델에 영향받고, 또 그것을 자신의 독특한, 때로는 반대되는 방식으로 해석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생각과 결론들도 살펴본다.

또 나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아원자 입자 (전자, 양성자 등등) 물리학 분야인 양자물리학의 다양한 개념들을 논한다.  이런 주제에 관한 글을 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일부 독자들이 '양자물리학'이라는 용어에 미리 겁을 먹고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 책에서 다루는 정도의 물리학 개념은 이해할 수가 있다.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요구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다만 자신이 모르는 과학용어와 마주칠 때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는 자세다.

나는 그런 용어의 사용을 가능한 최소화했고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될 때는 내용의 전개에 앞서 늘 그것을 설명해놓을 것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라.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양자 물리학의 기이하고 매혹적인 개념들 속에 헤엄쳐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는 훨씬 쉬운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몇 가지 개념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사실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당신의 우주관을 변화시키리라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이다.  나는 이런 소박한 소망으로 이책을 내놓는다.


* 제  목  : 홀로그램 우주
* 저  자  :  마이클 탤보트
* 출판사 :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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