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가)

세상사 모든 일을 홀연히 생각하니 한바탕 꿈이로다


주장자와 바릿대로 일대사를 깨치고자 깊은 산중에


들어가니 새소리 물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머루다래 덩굴들이 천길이나 높은 솔에 백번이나 얽


혔는데 그 틈에 터를 잡아 두어간 띠 집 짓고


뜻 맞는 벗과 함께 어떤 때는 풍월 읊고


어떤 때는 향 피우고 고요히 앉았으니


모든 망상 사라지고 한 생각 깨끗하여


세출세간 모든 이치 분명히 드러나니


이 세상에 으뜸가는 훤출한 대장부라


무근초 불습수를 배불리 먹은 뒤에


천지삼라 만상을 모조리 인가하고


재(灰)머리 흙 얼굴로 꽃 피고 새 우는 곳,


훨훨 뛰어다니면서 나나리 나나리로 태평가를 불러보세  

(경허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