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자와 함께


다방에서 대화가 있는 뒤 얼마 안 지나서 나(저자 : 아담스키)는
또 그 충동을 느껴 로스엔젤스로 향하였다. 시내에 당도할 때까
지 차안에서 왜 그런지 들뜬 마음에다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그것은 누구나 그런 경험아 있으려니와, 어린이 때 크리스마스
전에 느낀 흥분과 아주 비슷했다.

다른 혹성의 친구에게서 전해오는 텔레파시 통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더 또렷해져 왔다. 가령 이번에 만나는 곳은 요전처럼 지상의 레스토랑에서 뿐 아니라 다시 한번 우주선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점까지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행복한 생각에 잠기면서 집을 나와 가지고 한동안 계속되는 산줄기를 차안에서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보는 이 산이지만 이때만은 훨씬 장엄한 느낌이었다. 골짜기의 들어 난 암석은 금빛으로 빛나고, 경작지는 푸르름으로 뒤덮어 있다. 그 광경을 보니 나의 대지에 대한 애착은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이었다. 사실이지, 인류가 새로운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 괴로움이나 싸울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차를 달리고 있으니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호텔에 들어 잠깐 방에 올라갔으나, 곧 로비로 돌아왔다. 책상의 시계는 5시를 좀 지난 듯, 나는 별로 시장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그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그리고 다시 돌아와 친구를 기다림이 좋다는 강제적인 느낌을 가졌다. 어쨌든 그런 대로 시간을 보내고 6시 가까이 되어서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라뮤우(*토성인)가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반가 와서 인사를 나누고 오래 기다리게 했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라뮤우가 한 대답이었다. "언제 만날지 내게는 빤했으니까요." 길 한 모퉁이에 폰티악이 멈추어 서 있었다. 그 차에 올라타면서 나는 파아콘(*화성인)의 일을 물었다. "이번엔 못 옵니다" 라고 라무우가 말했다. "못 만나게 되어 섭섭하지만 인사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행복감과 기대감이 뒤를 끌어  로스엔젤스 교외로 차가 달리는 동안에도 죽 내게는 떠나지 않았다. 이따금 한두 마디 입을 열었지만 그밖에는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속도로를 꺽어 반시간쯤 좁은 길을 털털거리며 차가 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정찰 원반을 보고 싶어서 어둠 속을 눈으로 더듬고 있자니까 마침내 멀리서 흐릿하게 번쩍이는 빛이 눈에 띄었다. 그 윤곽이 점점 또렷해 옴에 따라, 그 크기로 보아 토성(土星)의 정찰 원반이나 그것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생각 대로였다.  주울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댔다. 우주에 떠있는 모함에 도착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것은 --- " 하고 내가 말을 꺼내자 주울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 했다. 잘 맞혔습니다. 먼젓번에 탔던 토성의 모함입니다. 착륙은 먼젓번과 똑같았다. 주울이 널직한 라운지로 나를 안내해 주면서 잠깐 걸음을 멈추어 내 귀에 이렇게 귀뜀을 해 주었다. "오늘밤 당신을 데려온 것은 성자 스스로 입니다. 이번엔 성자 자신이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당신을 초대한 것이지요" 그 소리를 듣고 나는 기쁜 나머지 신바람이 났다.

라운지에 들어서면서 나는 새삼 이 방의 아름다움과 방 전체에 넘실거리고 있는 조화를 탐상(探賞)했다. 먼젓번에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그밖에 마치 쌍둥이가 아닌가 싶게 생각되는 두 미녀가 있었다. 첫 대면이었다. 소개를 받지 않아도 나는 토성의 여인으로 짐작  했다. 블라우스의 오른쪽 소매 가까이에 저번 방문 때 토성의 남자 샤쓰에서 본 휘장과 똑같은 것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면 친구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나는 두 아름다운 여인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품도 의상도 다른 여인들과 다른 데가 있다. 마침 가까이에 서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다. 두 여인이 모두 상당히 짙은 갈색의 머리털과 눈을 가지고 있고 머리카락은 굽은 듯이 굽이치고 있었다. 살결은 눈이 휘둥그래질 만큼 희고, 볼에는 엷게 홍조가 들어 있었다. 입술은 크고 붉었다. 두 여인 모두가 다른 여성보다 훨씬 왈가닥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토성인 이라는 것과는 관계없이, 인품에서 본 특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긴소매의 엷은 청색 블라우스인데 손목께를 질끈 매 놓았다. 이 블라우스는 차라리 짧은 자켓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앞가슴의 깃은 작고 둥글다. 스커어트는 같은 색으로 감도 같았다. 롱스커어트 위에 폭이 넓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다른 여성들의 스커어트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발목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작은 발에는 사슴빛 샌들을 신고 있고.

성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아 성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오늘밤은 지구의 공간이 좀 심하게 움직이고 있나 봅니다" 하면서 라뮤우가 가르쳐 주었다. "지금 모선이 상승 중입니다. 아마 지구에서 9만 피이트쯤 되는 곳까지 부상(浮上)하게 될 것입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먼젓번과 마찬가지로 나는 전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다. 이때 성자가 들어왔다. 모든 사람이 그에게 몸을 돌렸다.

눈으로 내게 인사하고 나서 성자는 웃으면서 테이블이 있는 곳까지 왔다. 얕은 의자가 몇 개 테이블을 두르고 놓여 있었다. 의자는 보기에 검정 비단 같은 아름다운 천으로 씌어져 있었다. 라뮤우가 내 손을 잡으니까 성자는 자기 오른쪽에 와 앉도록 지시했다. 토성의 여인 하나가 내 곁을 자리 잡았다. 모두가 그렇게 자리에 앉은 사이에 나는 틈을 보아 그 휘장의 뜻을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여인은 몸을 비틀면서 그의 오른편 어깨를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내밀었다.

"이것은 토성이 태양계의 <재판소>임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그 여인은 그러나 그 이상은 설명해 주지 않았다. 나는 <재판소>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휘장은 한 천체를 한 원(圓)이 두르고 있는 도안이었다. (만원경으로 본 토성 그대로 였다) 다만 그 천체 안쪽에 바로잡힌 저울이 그려져 있었다. 그에게 감사를 하고 나는 의자에 깊숙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푹신하고 기분이 좋을까 생각했다. 공기 쿠션조차도 이 의자처럼 그렇게 푹신하면서 안정감을 주지는 않았다.

성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구여!. 오늘밤에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번의 되풀이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은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해를 돕는 데 중요한 때문이거든. 게다가 아마 이야기가 좀더 자세한 설명이 될 터이니까 기억하는데 편리할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뻤다. 아무리 텔레파시의 힘을 빌려도, 전부는 기억할 수 없지 않을까 슬며시 걱정이 되었던 때문이다.

"지구인이 키워온 가장 큰 잘못은"하고 성자가 말을 이었다. "절대로 나누어서는 안될 것을 많은 부분으로 쪼개 버리는 것이다. 당신들은 예의(禮儀)도 그렇고, 교의(敎義)도 그렇고, 쩍하면 구별을 두고 좋다 나쁘다 하고 있거든. 이런 짓은 모두가 지구의 혼란상태를 배가시키는 구실밖에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 세계 주민은 이 단위 구별은 하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고 서로 의존(依存)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전에 당신이 벽에 걸린 <神>의 초상화를 보고 거기서 발산하는 힘과 빛에 크게 감동하고 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항상 눈앞에 이 초상화를 그려보고 마음속에서 반추(反芻)하고 있거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神> 바로 그 안에 만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생명>이란 것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神>이다. 神은 또 우리를 통해서 모든 창조물에 생명을 주고, 그 생명 안에서 창조물이 저마다의 본성을 실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광물, 그 밖의 물질의 이합집산과 상황을 환히 알고 있는 것도 <神>이며, 그것은 우리들에게 뿐 아니라 <우주>를 위해서도 보다 나은 세계의 실현에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갓 것은 어떠한 형체를 경험함으로써 승화되고 보다 고차원적 형체에 적합하게 되기 때문이다. 금성이나 발달의 정도가 여러 단계로 다른 혹성의 주민은 광물 및 그 밖의 물질도 새로운 활동의 정화(精華)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지구에서 생각하는 그러한 단조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창조주>가 전 <우주>를 창조했음을 우리는 우러러보듯이, 물질에 별개의 봉사의 길을 찾아 준 인간의 창조도 똑같이 찬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번에 물질 편에서도 날이 갈수록 더욱더 유익한 구실을 바라게 될 것이다. 물질도 한층 더 높은 봉사의 단계로 오르기를 바라게 되는데, 이러한 일이 그러니까 영원히 쉴새없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뚜렷이 알 수 있도록 한 예를 들어보면 한 조각의 쇠는 지구의 광물의 하나로서 어느 특수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철에 <전기>라는 힘을 합침으로써 철은 전의 봉사 형태에서 <자석>이라는 별개의 형태로 변화하게 되어, 여지껏 있었던 힘, 이른바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을 몸에 지니게 되며, 광물이나 물질이 보다 높은 봉사형태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이런 것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쇠라는 광물이었으나, 그러나 한층 더 높은 봉사단계에 이르면 처음단계에서는 할 수 없었던, 물건을 잡아끄는 힘을 갖게 되며, 이런 식으로 해서 이 쇠는 점점 더 높은 봉사단계를 올라가 <창조주>를 돕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에 말한 광물 및 그 밖의 물질이 인간에게 유익한 구실을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를테면 물질 자신이 <일체를 포함하는 예지>에 따름으로써, 일종의 이해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법칙은 생각컨대 지구에서는 <물질 전환 법칙> 이라든가 <진화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도 당신 것이나 내 것이나 모두 광물과 같은 여러 가지 원소로 되어 있다. 당신의 육체를 만들고 있는 광물이나 원소가 거기에 가해진 마음의 각인(刻印)대로, 즉 마음이 원하는 데로 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마음속에서 즐거운 일을 생각하고 있으면 인간은 정말로 즐거워지는 법이며, 반대로 마음속에서 노발하면 육체도 노여움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육체 속의 광물이나 원소는 언제나 <예지>를 따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로써 분명해진 것이다. 그렇게 안 하면 물질도 고차원적인 표현 형태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신들 지구의 인간들은 서로 협력해서 일하기보다 서로 대립하려는 궁리를 만들어서 언제나 불행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당신들은 자신을, 즉 신성한 자성(自性)을 자신과 별개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자연대로 살아가는 대신에 연속해서 문명이라는 잘못된 구상을 짜내며, 아름다움을 타고난 여인이 더욱더 그 아름다움을 빛내고자 더덕더덕 값싼 장신구를 몸에 걸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참된 생명력이나 에너지가 아닌 것을 덧붙임으로써 당신들은 그와 똑같은 짓을 해온 것이다. 여기서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한 힘에 대해서 가르쳐 주겠다. 우리 금성인은 그 힘을 사용해서 살고 있지만 지구인은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원리는 다른 세계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도 응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당신들 인간들은 다섯 개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밖에 육감(六感), 칠감(七感)-----  따위를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제멋대로 생각해낸 감각을 닦는 길을 찾고 있지만, 참된 감각을 이해하거나 개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투시(透視), 투청(透廳), 마음의 텔레파시, 초감각지각(ESP)과 같은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로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잇는 것을 적어도 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놓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인간의 참된 정체가 애매해지고, 끝내 놓치고 말았다."

"좀더 설명을 할까. 우선 먼저, 당신은 자연물이라는 광물 및 그 밖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인간이라는 예지적 표현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당신은 <창조주>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신이라는 존재 속에는 광물 빛 그 밖의 원소 부분은 4가지의 통로, 이를테면 감각이 주어져 있어서 그 통로를 통해 이른바 육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지, 즉 신성(神性)은 육체로 불리는 모든 형태의 세포 하나 하나를 통해서 현신(顯身)한다는 것이며, 지금 말한 4가지의 감각이란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을 가리키거니와, 내가 지구에서 촉각으로 부르는 감각을 들지 않았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촉각이야말로 다른 모든 감각에 선행하는 예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볼까. 어느 세계에서나 아무도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없으며, 그것이 가능한 자는 오직 <우주>의 <창조자> 한 사람 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존재 속에 또 하나의 어떤 존재가 잉태되었을 때, 모태 그 자신은 또 하나의 육체를 안전히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떠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모른 다는 사실을 시인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태아는 완전히 현신의 길을 찾아서 성장하고, 마침내 만삭이 되어 물질계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태어났을 때 영아( 兒)는 벌써 완전한 눈이나 귀, 입이나 코를 지니고 있으며, 거기서 비로소 눈은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 4개의 감각은 육체의 부품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육체가 처음으로 물질계에 등장 할 때는 이 4개의 통로를 통해서 외계와 접촉하며, 이 4개의 통로는 육체에 속하고 있다. 그러나 육체의 어머니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 촉각은 그것을 알고 있다. 처음에 내가 이 촉각을 감각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아라. 영아가 어머니 태내에서 아직 형성 과정에 있을 때 모체에 압박이 주어지면 태내의 아기도 그 압박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단 말이다. 양자가, 즉 모체와 태아가 따로따로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태아가 모태 속에서 출생의 준비를 완료하면 어머니는 이 행위를 누르거나 가르치거나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때, 감각이 둘로 나뉘어서 어머니와 아기는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은 아기가 아직 어머니 태내에 있어도 저마다 별개의 감각이나 느낌의 영역에서 살게 됨을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이 사실에서 이 <촉각> 또는 <느낌> 이야말로 예지의 영역에서 작용하고 있으며,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인식하고 있음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인식자(認識者)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석을 위해서 이렇게 이야기 해 왔지만 촉각이야말로 중심적 감각(中心的感覺)이며, 실지로 육체의 혼, 즉 일체를 포괄하는 예지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느낌 --- 당신들이 말하는 긴장의 상태 --- 이거니와, 우리는 의식의 의식으로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식이라는 것이, 인간이라는 광물과 원소로 이루어진 육체를 떠나면 눈이나 귀나 코나 혀는 작용을 그치게 되는데, 그 까닭은 육체가 무의식 상태에 빠지면 촉각을 비롯하여 모든 감각이 그 작용을 않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 육체를 두들겨도 이른바, 촉각, 즉 감촉의 느낌조차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이 눈을 잃어도, 또는 청각이나 미각이나 촉각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의식 바로 그것이며, 그것이 의식인 한 그 사람은 적어도 살아서 의식적으로 반응할 수가 있다. 또한 육체를 무엇인가 두들기면 무엇이 와 닿는 느낌이나 아픔을 느낄 것이나, 의식이 육체를 떠났을 때에는 그렇지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육체의 참된 예지는 이제껏 오해되고 오용되어 왔지만 당신네들에 게 촉각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감각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육체의 혼 또는 생명이 아니겠나. 인간의 육체는 --- 다른 모든 것의 육체도 같지만 --- 그러니까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 및 그 밖의 원소가 4개의 주된 육체적 통로를 통해서 스스로를 표현하려는 노력을 돕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5감, 즉 다른 4개의 감각에 감각 능력을 나누어주고 있는 보편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촉감이 없어지면 다른 4개의 감각은 결국 느끼거나 작용하는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으면, 인간은 가면의 속 깊숙이 숨어 있는 참된 자신을 발견하기에 이르면, 이 발견이 이제껏 오랜 세월을 두고 살아온 옹색한 감옥이 절로 무너지고, 그는 <우주>의 주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우주인으로서 무엇이든지, 그가 살고 있는 혹성 그 자체는 물론 온갖 것의 내부에 작용하고 있는 법칙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자기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온갖 것에 통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아무 것도 몰랐던 <창조>라는 것이 바로 <우주> 그것이며, 바로 <거룩한 예지> 그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인식 또는 깨달음을 통해서 물질적 인간이 <아버지>, 즉 창조신과의 합일 상태에까지 승화되는 것이며, 거기서 <아버지>와 <자식>은 일체가 되는 것이다. 지구의 인간도 이 사실을 배우고 통감하면, 그리고 또 머리로 이해할 뿐 아니라, 우리처럼 그 진리로 산다면, 우리가 다른 별에서 누리는 그러한 환희를 곧 누리고 체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들의 성서에도 있듯이 방종한 자식은 육체적 물질적 허영을 내던지고, 물질의 노예가 되느니 <아버지>를 섬기기 위해서 그 물질을 유익하게 사용함으로써,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무렴 당신이라면 이 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오랜 세월을 두고 그렇게 살려고 애써왔고,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 왔으니까 말이야. 이 가르침은 결코 새것이 아니며, 당신의 독창도 아니다. 이 가르침은 모든 인간이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타고난 신성을 누리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알고, 게다가 살아야할 보편적인 법칙인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하다는 실감을 당신은 될 수 있는 데로 지구의 동포들 마음에 심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냐? 내가 미끄러진 그 일인자(一人者)에게 다시 돌아가려면 어떠한 길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해야만 되는가?> 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물음이 될 것이 아니겠나?"

"또한 사람들에게 <인간>이란 완전무결한 존재라는 것을 역설(力說)해 주기 바란다. 인간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배우고, 그것을 이해한 다음에 살지 않으면 안 되며, 중요한 일은 이 사는 일이다. 이것만이라도 실현되면 앞으로 지구의 인간에게서 슬픔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의 네 감각을 성립시키기 위해서 사용되어 있는 여러 원소는 점차로 발전해서 보다 더 민감한 기관이 되어 언제나 물질계를 감각할뿐더러, 우주 바로 그것을 감수하기에 이를 것이다."

"지구의 인간이 절실히 느끼지 않으면 안될 또 하나의 사실은 <우주>는 물질계를 그 속에 포함하고 있지, 그 바깥에 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가운데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神>, 즉 <지상(至上)의 예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그 바같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들의 세계에 보이고 있는 관심과 똑같은 관심을 당신들의 지구에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상의 예지>와 같은 왕국의 주민이다. 우리는 몇 천년, 몇 만년을 두고 이 예지를 몸에 지니고 게다가 이 예지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인처럼 살의를 가지고 살생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상 형체를 변형은 해도, 그것과 함께 살지 않으면 안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인간의 마음이 이 정도의 깨달음에 도달하면 추한 것, 불쾌한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숭고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구인이 이 법칙을 생각하면 온갖 것이 어떻게 낮은데서 높은 데를 지향하고 활동하고 있음을 스스로 목격하고 이해하게 되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목적인 것이다.  절대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힘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기도 한다. 낮은 곳에서 높은 데로 비약하려는 힘을 주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영원한 교류가 있으며, 낮은 것과 높은 것이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별 주민은 이 법칙을 알고서, 그것을 자기 발전을 위해 이용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영원한 생명과 그 생명 가운데서의 만물의 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해온 것이다."

이때 인구 과잉 문제가 내 마음을 스쳐갔다. 이는 지구의 여러 나라가 떠들썩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리면 울리는 식으로 이 위대한 성자는 내 생각에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아니야. 우리에게는 인구 과잉 문제는 없거든. 이러한 상태에서 지구인처럼 위험을 느끼는 일도 없다. 우리는  지구인처럼 무모하게 무계획으로 인간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지. 자연에는 균형의 법칙이 있어서 우리는 이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혹성에서 많은 지식을 얻는 자는 마음대로 다른 혹성에 가서 재생(再生)을 찾을 수 있으며, 이 목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중에 한 길을 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나는 탄생이라는 길을 통해서 이 전생(轉生)을 꾀함이요. 둘째는 생신(生身)으로 우주선을 타고 바로 그 혹성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일은 지구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인간이 재생을 통해서 지구로부터 다른 혹성으로 진화해왔다. 또 아주 소수이지만 성서에도 있듯이 직접 데려와진 사람들도 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다른 혹성에서도 죽음의 현상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또 지구인처럼 죽어서 떠나가는 사람을 가여워 하지도 않는다. 이 이변은 상태나 장소의 변화에 지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아가는 데 집을 끌고 갈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즉 죽음이란 이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집이 되는 육체를 끌고 갈 수 없지 않겠나. 지구인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지구의 소유물이며, 지구를 유지하기 위하여 거기에 남아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다른 별로 옮길 때, 그 별은 거기에 존재하는 필요와 조건에 맞추어서, 육체라는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재료를 빌려줄 것이다."

"지구인이 생각하고 있는 <우주>는 아주 좋은데 그들은 우주를 무한한 존재로 생각하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원이란 말을 그들은 사용하고 있다. 영원이란 지구인의 정의에 따르면 처음도 끝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주>는 얼마나 광대한가. 영원과 같은 만큼 광대무변한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일시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원의 화신(化身)이라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영원한 <우주>의 별에서 별로 전생(轉生)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진리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영원인 지금에 살고 있다. 진리는 언제나 현재 아니겠나?"

"우리 금성인은 지구인과 같은 정도 옷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일을 같은 몸짓으로 해내고 있다. 생김새도 크게 다름이 없고, 그 몸에 입은 의상도 거의 같은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있는 점에서 지구인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생명이란 온갖 것에 골고루 널려 있으며, 우리는 생명 바로 그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다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을 다칠 수 없음을, 다시 말해서 남을 다치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을 다치는 일임을 알고 있다. 게다가 생명은, 영원히 생명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초의 상태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언제나 새롭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앞서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결코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다. 한 순간 한 순간 즐겁게 지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이른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 우리는 몸소 일하는데 기쁨과 사랑을 느낄 것이다. 우리 혹성에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매일 해야할 일이 있지만, 누구나 어떠한 일이나 똑같이 존경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각자 나름대로 전체에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점이 있어도 아무도 비판하지 않으며 어떠한 봉사이건 설령 이른바 하천(下賤)에 속하는 일이라도 전체를 위해 구성이 되고 있는데 다를 바 없다. 모든 봉사가 똑같이 감사를 받는 것이다."

"지구의 인간에게는 이 법칙은 주어져 있었다. 이 법칙을 알고, 전에 다른 혹성에서 이를 실행했던 인간의 손으로 솔로몬의 신전 건축이 이를 나타내 주고 있다. 당신들의 예수가 말하고 있듯이 <포도밭의 노임은 하루의 끝인 저녁에 모두 똑같이 1페니씩 지불된다. 이는 봉사는 모두 똑같이 찬양 받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성자는 한숨 돌리면서 손으로 가볍게 눈썹을 만졌다. 나는 꼼짝도 않은 채 귀를 기울이고 듣는 데 열중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저마다 혹성에 따라서 대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지구의 과학자들의 신념과는 반대로 지구인이라도 <우주> 어느 곳에서나 쾌적하게 살수 있다. 사실이 그렇지, 지구인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이란 종족의 위대한 적응성을 알게되면 장차는 자연의 타고난 천질(天質)이 될 것이다."

여기서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돌리고, 명상에 잠기듯 머리를 약간 숙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우리의 의식적인 지각은 상당히 발전돼 있어서, 행복한 생각을 갖지 않고서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을 수 없을 만큼 되어 있다. 우리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그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그 까닭은 우리의 사람들은 단순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란 형체를 통해서 산 모습으로 나타난 <신의 예지>로 보기 때문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서 우리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의 의식>이 극소한 것으로부터 극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존재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떠한 존재이든, 그것을 통해서 그것을 버티어 주고 있는 생명이 없이는 절대로 그 존재일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생명이야말로 <신의 숭고한 예지>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잠자코 있는 때라도, 또한 한 순간이라도 우리는 이 <신의 현존(現存)>을 느끼지 않은 일이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의 참된 목적인 것이다. 인간은 그 때문에 만들어진 존재인 것이다."

"다른 만물은 저마다 그들의 특수한 분야에서 전체에 봉사하고 있고, 인간은 광물 및 그 밖의 원소가 <신의 예지>의 최고 형태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발전한 모습이다. 우리는 서로 경계하는 일이 없으며, 남의 것을 탐내는 일이 없다. 우리 혹성의 소유물을 우리 모두가 고루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혹성에서 온 이 위대한 성자의 말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가지 의문이 내 마음에서 고개를 들었다. 만일에 그들이 식량 때문에 살생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동물뿐 아니라 야채나 과일도 각자의 표현을 통해서 살고 있지 있을 것이 아닌가. 그것을 먹는다는 것은 곧 살생이 안 되는지? 이러한 의문이었다. 언제나 그처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대답이 바로 왔다.

"이 점 불합리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친구여! 당신이 상추 잎을 먹으면, 그것은 당신의 일부가 된다. 그렇지 않는가. 그 결과 그 순간부터 상추는 당신과 더불어 여러 가지 일을 체험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실제로 한 일은, 한 물체를 당신이라는 인간의 형태로 바꾸었음을 말하며, 만일에 당신이 그렇게 안 하면 그 상추 잎은 성장해서 다시 상추를 번식하기 위한 종자가 될 것이다. 상추가 체험하는 일은 이뿐이다. 그러나 당신이 상추를 먹으면 상추는 당신의 일부가 됨으로써 당신과 더불어 한층 더 높은 봉사를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올라서는 것이다."

"이 원리에는 동기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만일에 단순히 멸종시키거나 상처를 주거나, 착취할 목적으로 살생을 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행동이 다른 존재를 당신의 수준까지 높이고, 당신을 통해서 전체에 봉사한다는 뜻이 있으면, 그때는 옳다는 것이다. 당신은 한 식물이 보다 위대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꾸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성장이나 발전의 법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셈이 되며, 지구에서는 이런 일을 때에 따라 <진화>라고 부르고 있으나, 이는 곧 창조의 법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구의 사람들은 이 승화의 법칙을 깨닫지 못하고서 여러 가지 물체를 만들고 있다. --- 아니, 해체시키고 있다. 형체를 갖춘 것이 존재의 전부라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체란 것은 생명, 즉 예지가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통로에 지나지 않으며, <온갖 것을 포괄하는 예지>는 상추 잎으로는 표현을 다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상추 잎은 보다 더 큰 봉사를 하고 싶으면 그것이 가능한 고차원 적인 형체로 차례를 따라 변형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며, 이렇게 해서 상추는 인간에게 식용이 됨으로써 도리에 보람을 얻는 것이다."

"지구인이 이 법칙을 다른 혹성이나, 우주 계(系)의 주민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받아들여서 그대로 산다면, 지구를 둘러싼 대기는 곧 밝아질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거기서부터 기쁨의 빛을 내뿜게 되고, 그 기쁨의 빛은 차츰 인간의 대기 속으로 퍼져갈 것이 아니겠나? 당신은 우리가 현재의 생활양식에 어떻게 도달했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우리가 살고 있음은 근본적 법칙이며, 그것을 택해서. 이 법칙에 따라 산다면 지구인도 우리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인이, 자신은 육체나 집이 아니며, 육체나 집의 거주 인에 자나지 않음을 배우면 마음대로 어디에서나 집을 일의 킬 수 있을 것이며, 지구인도 또한 물질의 노예가 아닌 물질의 입자가 될 것이다. 지구인은 어느 정도 물질을 지배하는 지식을 알고 있지만, 그 지식을 오용할 위험도 커지고, 때는 바야흐로 물질이 인간을 멸망시킬 직전에 놓여있다. 지구에서는 과거에도 몇 차례 이렇게 해서 수많은 문명이 멸망해 간 것이다. 현재 지구인은 이와 같은 단계에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원조를 아끼지 않지만, 지구인처럼 마음이 트이지 않은 인간에게 충분 할이 만큼 도움을 주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성자는 여기서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우주선에 데려와진 지구인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며, 또 마지막도 아니다. 우리 다른 우주세계의 주민은 이따금 당신들에게 진리를 알리고 그것을 지구의 동포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른 세계의 정신적, 종교적 진실과 마찬가지로, 육체의 생활에 대해서도 아주 이야기 해두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구별을 처음부터 하지 않음을 미리 알아야 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삶뿐이며, 그 삶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구인은 두개의 삶을 섬기거나 살 수 없고, 가능한 것은 하나의 삶뿐임을 깨닫게 될 때까지 항상 서로 대립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 사실은 지구인이 다른 혹성에 버금 가는 삶을 보내려고 하면, 그 전에 반드시 몸에 지니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진리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지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시간인가 보군. 여기서 당신이 견문한 모든 것은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사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지만, 배운 것이 잊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려고 할 때면, 미리 그렇게 생각만 하면, 기억의 흐름이 끊임없이 당신에게로 쏟아질 터이니까."

다른 우주 세계에서 찾아온 이 아름다운 우주선 내부에는 평온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밤의 가르침은 내 마음 깊숙이 꽂히고 중대한 뜻을 지니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누구나 일생 동안에 몇 번이고 이 같은 가르침을 듣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쩐지 내게 들기도 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만인이 경청하고 따라야 할 가르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가르침을 들음으로써 각자 마음속에 언제나 새로운 깨우침이 이루어지고, 보다 높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까. 이때도 나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서 어떻게 이 훌륭한 친구들과 같이 다른 혹성에까지 여행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성자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구에서 할 일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사람들은 진리에 굶주리고 있단 말이다. 먹을 것을 주어야지. 사람들이 몇백 세대 동안 지구에 깔린 무명의 어둠 속에서 파멸하지 않도록 당신이 돌아가서 이 정신적인 진미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                 *

돌아오는 도중에 나는 아직도 성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허공에서 계속 듣고 있었다. 나의 의식 속에 성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끊임없는 보슬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라뮤우도 주울도 나 스스로도 굳게 침묵을 지켰다. 시내로 돌아가는 차안에서도 같았다. 나는 희미하게 정찰원반의 조종사가 이륙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지는 않았다. 라뮤우는 호텔 현관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나는 천천히 차에서 내려 인도에 버티고 섰다. 그 때 뒤돌아보고, 나는 내가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고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라뮤우는 나보다 먼저 내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는지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조용히 내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눈과 입에 떠오른 엄숙한 웃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고 싶었던 말이 치밀어 올라왔다.

이번에 내가 받은 텔레파시는 어느 때보다도 훨씬 또렷했나 봅니다. 로스앤젤리스를 나올 때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 나는 상당히 또렷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성자께서 스스로 내게 텔레파시를 보내 주셨던가요?

"잘 맞히셨습니다." 라뮤우의 대답이었다.

"성자 스스로 보냈지요. 그것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또렷했던 이유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수신능력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내가 느낀 정신의 흥분은"하고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말이 막히면서 계속했다. "아마 성자에게서 내게로 전해져 오지 않았나 싶은데?"

"그렇습니다." 라뮤우가 또 대답해 주었다. "성자는 태양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장 진화된 인류의 한 사람입니다. 성자의 곁에 있기만 해도 자비와 지혜가 커집니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지요."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 나는 호텔로 들어갔다. 이러한 회견이 있은 뒤에는 언제나 그렇거니와 나는 잠을 청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는 몇 시인지 확인조차도 안 했다. 내게 기억나는 것은 오랫동안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던 일이다. 아래는 내려다보지 않았다. 나의 내부에는 전에도 체험했던 기묘한 분열된 감각이 남았었지만 이때만은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아마도 혹시 나는 큰 소리로 그때 마음에 생각하고 있었던 바를 이렇게 소리내 외쳤을지도 모른다.

"하나야. 모든 것은 하나란 말야. 여기도 그곳도, 어디에나 모두가 하나란 말야. 절대로 따로 따로가 아닌 거야." (끝).

                                                    UFO동승기/신현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