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계와 인간계와의 관계

               다시 태어난 병사

그 정령의 모습은 다른 정령들과 어딘지 모르게 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열 명 정도의 정령들과 약간 떨어져 서 있었고 또 그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멍청하게 서 있었다. 단지 이러한 태도만으로는 죽은 지 아직 얼마 되지 않고 또 정령계에 익숙치 못한 정령으로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별로 이상하다고 볼 것까지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는 며칠 전에 죽어서 정령계로 들어온 정령이었던 것이다. 그가 매우 색다른 정령 이었다는 인상을 주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는 방금 말한 것처럼 다른 정령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다른 정령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 표정은 자기 자신이 현재 어디에 와 있는지, 또 자기 자신이 도대체 무엇이 되어 있는지, 심지어는 자기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태도로 보아 누구나 짐작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의 불안스러운 표정으로 연달아 자기의 목 언저리를 문질러 보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령에 대한 환영의 표시로 가까이에 있던 10명가량의 정령 중에서 한 정령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어째서 다른 영들과 어울리지 않는가?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그렇게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가?” 하지만 그는 이 말도 들리지 않는지 멍청히 서 있을 뿐, 조금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선배격인 영은 또다시 같은 말을 되풀이 하여 물어 보았다. “당신은 어째서 다른 영들과 어울리지 않는가? 그리고 또 당신은.......... .” 그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누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렸는지 다음과 같은 말을 혼자서 중얼 거렸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건가?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인가? 내가 정말 아직 살아 있단 말인가?” 그는 연방 같은 말을 독백하듯 중얼거리다가 이윽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승에 있을 때에 아시아에 있는 어떤 나라의 어떤 군인이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군인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활의 명수였으므로 적장의 목숨을 빼앗을 임무를 띠고 다른 몇 사람의 궁수들과 함께 적군의 성 밑으로 몰래 잠입했다. 그들은 적장의 저택 밖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집 뒤에 있는 산 속에 숨었으며,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어서 안심하고 잠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심이 그들의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갑자기 배후로부터 들이닥친 많은 적군에 의해서 몰살을 당했던 것이다. 그는 목이 잘리어 죽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마치자 다시 먼저와 같은 독백을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해된 기억은 분명한데, 그런데도 나는 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살아 있는 기분이야. 그 증거로 나는 이처럼 당신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소? 나는 정말 죽은 것인가? 아니면 꿈이란 말이요?” 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안절부절 자기의 목을 다시 만져 보곤 했다.

하지만 이 정령이 참으로 기묘하고 이상한 정령이라는 점에서, 그 곳에 있던 10여 명의 정령들 사이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는 것은 그의 이러한 태도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은 그들 10여 명의 정령들은 그 후 군인이었던 그 정령을 아무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령계나 영계는 이미 이야기 한 것처럼 무한하게 넓으므로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정령계이건 영계인건 영들은 타인에 대하여 만나고 싶다는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 영이 즉시 눈앞에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 10여 명의 정령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에게 이상한 인상을 주었던 그 병사의 정령을 만나고 싶었는데도 아무도 그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영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일에 관한 진상은 나는 수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에 이승에서 알게 되었다. 그 진상이란 아시아 여러 나라 사이를 왕래하고 있는 상선의 한 선원에 의해서 알려진 것이다. 당시 세상에 퍼진 이상한 이야기로 아시아의 어떤 나라의 어린아이에 관한 소문이 파다했다.

이 어린 아이는 겨우 세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직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멀고 먼 외국의 거리를 자세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자기는 그 외국의 거리에서 3년 전까지 살고 있던 사람이었으며, 이제 다시 태어난 아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군인이었으며, 그 나라에서 첫째가는 활의 명수였다는 것과 적국의 성 밑으로 숨어들어가 적장의 생명을 노리고 있을 때, 뜻밖의 습격을 받아 적군에게 목이 잘리어 죽었다는 것, 그리고 전생에서의 이름까지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는 자기의 목에 있는 상처는 전생에서 목이 잘리어 죽었기 때문에 난 상처라고 하면서 목덜미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어린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목에 상처의 흔적이 있었고, 그의 부모는 그것을 이상히 여기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이야기라 세상 사람들이 반신반의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러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그 나라의 상인에 의해서, 이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자 사람들의 놀라움은 절정에 달했다. 더구나 이 어린아이는 그를 찾아온 상인과, 배운 일도 없는 전생에 살았던 나라의 말로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 이상한 정령에 관한 일도 있고 해서 이상야릇한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그는 정령계에 단 며칠 동안만 머물렀을 뿐 인간계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정령을 다른 10여 명의 정령들이 만나고자 했어도 이후 다시 만날 수 없었던 이유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시 태어난 것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어떻게 그 어린아이가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전생에 관한 일을 기억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령이 되었을 때 오래도록 남은 기억은 현세에 관한 한 영적인 마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달한, 그러면서도 개략적인 것만이 기억에 남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지만, 혹 어떠한 사정에 의해서 이러한 일도 있는 모양이다.

<역자 주> 미국 심령조사협회의 환생(還生)에 관한 최근의 보고서에는 약 200건의 예를 엄밀한 증거 조사에 의해서 검토하고, 그 결론으로 “전생의 죽음의 폭사(爆死)와 같은 돌발적인 죽음일 경우에는 아마도 전생에 대한 기억이 남는 모양이다.”라고 “환생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을 이 이야기에 비추어 보면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되살아난 처녀

죽은 지 몇 시간이 지난 후, 힐다는 침대 위에 눕혀 있는 자신의 시체(屍體)안에서 자기가 조용히 눈을 뜨고 있음을 알았다. 이것은 물론 이승에 있었을 때의 힐다라는 이름의 그 처녀가 느낀 것이 아니다. 그 육체 안에 있던 힐다의 영이 눈을 뜨고 영으로서의 생애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윽고 그녀의 영은 자기 주위에 자기 주위에 지금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가 새로 열리고, 다음에는 두 인도의 영이 그녀의 시체 머리맡에 와서 조용히 앉아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영은 시체 안에서 서서히 일어나 인도령(引渡靈)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앉았다. 사자(死者)의 영과 인도하는 영 사이에 상년의 교류가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인도령 중의 하나는 힐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 정령이 되었으니 인간이 아니오. 당신은 지금부터 나의 물음에 대답하시오.”힐다의 영은 처음 보는 이 영의 말을 듣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 했다.

-----나는 얼마 전에 죽었는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웬일인가?-----

하지만 인도령의 말에는 힐다의 영에게 반문이 허락되지 않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힐다의 영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령은 말했다. “당신은 인간 육체 안에 몇 년이나 있었소?”

“약 20여 년 됩니다.” 힐다의 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육체는 어째서 죽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이오?” 인도령은 계속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힐다의 영으로서는 몹시 난처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죽음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힐다의 영은 그 답을 찾으려고 고심했다. “나는 지금 그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지금 당장엔 그것을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

두 인도령은 이 대답을 듣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두 영의 얼굴에는 이상한 대답도 다 듣겠구나 하는 놀라운 표정이 역력히 떠오르는 것을 힐다의 영은 눈치 채지 못했다. 힐다의 영은 인도령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찾으려고 그녀의 뒤에 있는 인간 힐다의 시체를 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이 된 힐다에게 이승에서의 존재였던 인간 힐다의 시체가 보일 까닭이 없었다......... .

영으로 된 힐다는 자기가 얼마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애썼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힐다의 영이 갑작스런 공포와 함께 제 정신이 들 때까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영체의 힐다는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녀(힐다의 영)는 공포에 질려 괴로워하면서 겨우 중얼거리듯이 이렇게 말했다.    

“내 몸 안에 인간 힐다의 육체가 들어오는 것 같아요. 내 눈은 내 몸 속에 힐다의 육체가 보인답니다. 저 육체....... .” 힐다의 영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

두 영은 힐다의 영이 하는 말을 듣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힐다의 영 이상으로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에게도 힐다의 영 안에 인간 힐다의 육체가 들어온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두 인도령은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힐다의 영에게 황급히 명령 했다.

“당신은 인간이었을 때의 육체로 돌아가서 육체의 지배를 계속할 것이오. 당신을 정령계로 데리고 간다는 것은 우리들로서도 바람직스럽지 않소.” 힐다의 영에게는 이 소리가 하늘에서 수천 개의 천둥이 한꺼번에 울리는 것과 같은 큰 소리로 들렸다.

인간의 육체가 죽으면 그 안에서 정령이 눈뜨고 이 정령은 영계로부터 온 인도령과의 상념의 교환을 한 다음에 정령계로 인도된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상념의 교류를 하는 동안에 매우 드문 일이지만 인도하는 영이  사자의 영을 정령계로 데리고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육체에 머물러 육체를 지배하도록 명령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인도하는 영이 무엇인가의 이유로 말미암아 아직 사람의 영을 정령계로 안내하는 것은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했을 경우이다. 이러한 때에는 힐다의 영의 경우처럼 대개는 영의 몸으로 사자의 육체가 스며드는 현상이 일어나며, 사자의 영은 그 들어오는 육체를 영으로서의 눈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다는 현상은 가끔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지금 소개한 것과 같은 경우에 일어나는 것이다. 힐다가 인간으로서 되살아나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또 가족들을 기쁘게 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증발의 수수께끼와 그 진상.        

우리는 가끔 증발이라는 불가사의한 일에 직면하여 당황해 하는 일이 있다. 즉 감쪽같이 사라져 행방을 감추는 현상을 우리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때까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해왔고 사람들과도 아무 탈 없이 사귀어 오던 사람이 마치 기체처럼 증발해서 사라져 버려 영구토록 행방을 감추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그 때까지의 행적, 성격, 환경 등 어는 것이나 어느 모로 보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증발이라는 말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현상에 다음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가령 산이나 들에서 길을 잃어 인가를 찾지 못한 채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 버리는 경우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이와는 달리 영계와의 관련성 때문에 발생하여 그야말로 증발이라는 표현도 알맞은 사건도 상당히 많다. 나는 이 두 가지의 전형적인 경우를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전자의 경우는 살아 있는 채로 정령에게 이끌리어 인간으로서 자신을 의식 못하는 사이에 으슥한 장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죽는다는, 표면적으로 해석한다면 지금 내가 예를 든 길을 잃은 경우와 꼭 같은 결과를 빚어내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겉으로는 마치 길을 잃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길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숨진 것처럼 해석을 하지만 사실은 전혀 사정이 다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죽음의 상태”에서 정령과 어울려 이승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때에 그의 눈은 이승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길도 물론 보지 못한다. 그는 정령과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자신의 정령으로서의 눈으로 정령계의 경치를 머리에 그리면서 길을 거닐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승의 땅을 육체로 걸어가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이승이 아닌 다른 세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그는 바로 이 때 “죽어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다만 발로만 이승의 땅을 밟아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의 인간은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이승의 어디이든지간에 전혀 아랑곳없이 몽유병 환자처럼 걷고 있는 것이다. 그의 육체의 감각은 죽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멀어도 또 며칠을 걷더라도 피로하다는 따위의 “육체적 감각”은 전혀 느끼질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그의 육체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발견되지 않는 산이나 들 또는 바다로 들어가 그 길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증발 현상의 첫 번째이다.

나는 실제로 정령에게 인도되어 가는 이러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그의 육체 속에는 그 자신의 정령의 모습이 내 눈에도 보였다. 그는 다른 정령과 함께 이승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이윽고 높은 절벽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육체는 아랑곳없다는 듯이 발길을 돌릴 생각도 없이 곧장 걷고 있었다. 그의 눈(정령으로서의 그의 눈을 말한다)은 절벽이 아니라 마치 평지라도 보듯이 그 공간에 전혀 이승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절벽 끝에서 한 걸음 발을 디뎠을 때, 육체를 가진 인간 자체는 당연히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그러나 정령으로서 그는 곧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공중의 길을 전진한 것이다.

다음에 두 번째 현상으로서 같은 하나의 육체 속에 두 영이 드나드는 경우가 있다. 이것 역시 “죽음의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점은 같으나, 죽음의 상태에서 영으로 눈뜬 그의 영적인 감응을 알고 찾아온 다른 영이 그냥 눌러 앉아서 육체의 주인공이었던 먼저의 영을 쫓아내는 경우이다. 이러한 때에 영이 교체되는 방법에는 몇 가지의 경우가 있어 일정치 않다. 그러나 어째든 교체된 영은 이 육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먼저의 인간은 전혀 다른 인간이 되어 버리므로 먼저의 주인공이 영위했던 생활로는 이미 돌아갈 수가 없다. 이로 말미암아 앞서 말한 인간 시절에 살고 있던 고장도 그에게는 기억할 수가 없게 되며 또 그 기억을 간직할 필요조차도 없는 것이다.

이 나중에 들어와서 눌러 앉은 영과 육체와의 일치가 순조로우면 그 인간은 같은 육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별개의 인격체로서 이후의 생애를 전과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보내게 된다. 이것이 증발의 두 번째 경우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말하는 증발에는 단순히 길을 잃고 행방불명이 된 경우와, 방금 설명한 두 종류의 경우처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하나하나가 과연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가를 알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역자 주> 증발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육체를 둘 이상의 영이 공유(共有)한 예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셀리. 비이참 이라는 처녀의 이야기가 있다. 흥미를 끄는 이야기 이므로 소개하기로 한다. 단 전 세계 연구가들 사이에도 “영의 교체”를 사실로서 인정을 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 까지나 사실을 인정 했을 뿐, 본 항에서 기록한 것처럼 영계의 입장에 서서“죽음의 상태에서 영의 교체”라고까지 설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아마 스웨덴보르그를 빼 놓고는 감히 상상 조차 못했을 것이다.

1898년에 미국에 사는 크리스티느. 비이참 이라고 하는 아주 내성적이고 양전한 처녀에게, 난데없이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인격은 크리스티느에 관한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새로운 인격은 크리스티느와 똑같은 육체를 공유하고 있으나, 자기와 크리스티느와 전연 다른 인격이며, 자신의 이름은 셀리이고 크리스티느는 애당초 다른 사람이라고 막무가내 우겨댔다. 그러나 크리스티느라는 인격은 셀리에 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두 인격”의 성질은 분명히 셀리가 주장한 데로 완전히 “별개의 인간”이었다.

셀리가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육체는 셀리의 성격대로 행동하였고, 셀리 대신크리스티느가 눈을 뜨면 크리스티느는 셀 리가 행동을 취했던 일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은 크리스티느의 주치의로 있는 프린스 박사가 “한 사람이면서도 두 사람인 처녀”에 관하여 몇 가지의 실례를 들어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미국의 심리. 심령학회에 큰 파문을 던졌고, 동시에 이 처녀의 사건은 전 세계의 화제를 독차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한 사람이면서 두 사람인 처녀”는 얼마 안가서 “한 사람이면서 세 사람의 처녀”가 되어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것은 크리스티느와 셀리 말고도 이름을 대지 않는 또 하나의 전혀 다른 성격의 처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이 처녀까지 합치면 한 육체를 세 사람이 공유한 셈이 된다. 세 번째 소녀를 T라고 가정하고 이 “세 소녀”의 행적이 어떠했던가를 예를 들어 소개한다.

크리스티느는 취직을 하려고 뉴우요오크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러나 도중에 크리스티느는 셀리로 변해 버렸다. 셀리는 뉴우오요크로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도중에서 기차를 내려 그 고장의 식당에 취직했다. 셀리는 이 식당에서 한 동안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셀리가 아닌 T로 변했다. T는 식당을 그만두고 봉급을 받아 쥐자 보스턴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셀리로 돌변하여 보스턴에서 아파아트에 세들었다. 이 아파아트에 살고 있는 동안에 본래의 크리스티느가 눈을 떴다. 크리스티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스턴에서, 게다가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방에 와 있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도무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면 환상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전부 사실이었다. 이 이야기의 해석을 둘러싸고 심리학자. 심령연구가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 졌으나, 셀리나 T는  크리스티느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적인 존재라는 설도 주장된바 있다.

               죽음의 통지(通知)는 정령계에서 전달된다

정령계에는 얼핏 살펴보아도 곧 알 수 있는, 보통 정령과는 모습을 달리한 정령이 가끔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정령은 거개가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불안스러운 듯이 정령계를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그들은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는 다른 정령들이 어떻게들 하고 있는 것인지, 정령계의 동정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양 방심한 사람처럼 비실비실 떠돌아다닌다.

이러한 정령은 다른 정령이 말을 걸기만 하면 훌쩍 사라져 버린다. 인간계로 말하자면 가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령과 같은 것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계의 유령처럼 특정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령계의 어는 정령에게도 다 잘 보이는 것이다. 이 정령은 실은 정령이 아니라 굳이 명칭을 붙인다면 가짜 정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령계에 이와 같은 정령이 동시에 둘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얼굴 모습 등이 닮았을 경우는 틀림없이 어버이와 아들 아니면 형제 사이인 것이다. 이런 경우 그 한쪽은 현재 임종이 가까운 자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숨진 직후의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이 죽은 자로부터 죽음의 통지를 받은 자이다.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자는 정령과 인간의 경계선을 오락가락 하면서 차츰 죽음에 이른다. 따라서 정령이 된 순간에 그는 불쑥 정령계에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알려 주어야 할 상대방 인간의 영에게 영의 감응을 통하여 순간적인 죽음의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정령계로 불러내는 동시에, 거기서 죽음의 통지를 알리는 것이다.

죽음의 통지란 세상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그 통지를 받는 쪽도 일순간이긴 하지만 죽음을 경험하는 학설은 이미 첫머리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이상과 같이 두 사람이 함께 정령계로 순간이나마 들어감으로 해서 그 자리에서 통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정령 가운데 한쪽은 통지를 한 뒤, 멀지 않아 이번에는 진짜 정령이 되어 정령계를 찾아온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정령계로부터 모습을 감추어 다시는 찾아오는 일이 없다. 즉 후자는 인간으로 돌아간 것이다.

               당신도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쓴 바와 같이 1772년 3월 29일에 이 세상을 하직하고 영계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사람은 나의 경우처럼 자신이 죽는 날(나로서는 단지 이 세상에 육체를 버려놓고 영의 세계로 옮겨가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을 수 년 전부터 미리 알고 있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여길 것이고, 그 중에는 나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누구나 자기 일생의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을 여기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먼저 자신의 생애를 20세 때에 예언 했던 어떤 사나이의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그는 프랑스의 한 농부였다. 그는 20세가 되던 해에 이미 다음과 같이 자신의 운명을 예고한 바 있다.

----- 그에게는 2년 후인 7월 20일, 어떤 친구가 서쪽으로부터 나타남으로 해서 52세가 되는 해 6월까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꼬마 친구가 이에 이어서 셋이 나타나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그가 35세가 되는 해에 그를 슬프게 해줄 것이다. 또 그는 29세의 가을에 물 밑에 그의 집이 가라앉을 것을 보게 될 것이며, 32세의 봄에는 남십자성이 유난히 빛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예언대로 22세가 되는 해 7월에 마을 서쪽에 있는 같은 농가 집 딸을 아내로 맞았고 아내는 그가 52세 때까지 함께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아이(꼬마친구)는 셋이 태어났는데, 그 중에 한 아이는 그가 5세 되던 해에 병으로 죽어 그를 슬프게 했다.

그가 살던 마을은 그가 29세가 되던 해에 큰 홍수를 만났는데, 예언과는 달리 물속에는 잠기지 않았으나 농작물은 물밑에 잠겨 전멸을 면치 못했다. 또한 그는 이 홍수가 난 지 3년 후인 32세 때에 유산 상속인이 없는 친척의 토지를 물려받았는데, 이 토지는 남쪽을 향한 경사진 언덕에 있었다.

나는 그도 역시 나처럼 어는 정도의 “죽음의 기술”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죽음의 기술”에 의해서 그도 가끔 영계에 들어갈 수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앞에서 설명하기를, 영끼리 교환하는 상념의 교류 중에는 인간계에 있을 때의 그 일생이나 영계에서 장차 보내게 될 일생이 빠짐없이 주마등처럼 그림으로 나타나 상대방이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이 그림은 영이라 할지라도 스스로는 볼 수가 없으나, 상대하고 있는 영이 본 내용을 말로써 전해 듣는다든가 혹은 그 영의 눈에 비치는 표상을 통해 전달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간단히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어느 정도의 죽음의 기술을 터득하고 영계에 들어가 다른 영과 자유롭게 상념의 교류를 할 수만 있다면, 영이 아닌 인간이라도 자기의 인간으로서의 일생을 미리 알아낸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나는 이 농부도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미래를 알았고 또한 그것을 예언으로써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다음은 당신도 영과 대화할 수 있다. 이승도 영계의 일부이다. 유령은 왜 사건 현장에 나타나는가.의 내용입니다)

              四次元의 世界13.의 “영계의 手記” / 스웨덴보르그 저 / 청화 (1984)  

셀라맛 가준Selamat Gajun(시리우스 말로 하나가 되세요)! 셀라맛 카시자람Selamat Kasijaram(사랑과 기쁨 속에서 축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