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몸에서 나온 독성물질... 일본 오염수가 가져올 끔찍한 미래

핫핑크돌핀스
입력 2023. 8. 24

고래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헌법소원에 당사자로 참여한 까닭

[핫핑크돌핀스]

일본 정부가 결국 24일 오후 1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개시하기로 했다.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배출은 결국 막대한 처리 비용을 줄이려는 일본 정부의 치졸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바다를 방사능물질로 오염시키는 범죄행위다.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존재들, 그리고 모든 지구공동체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한반도 해역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고래 164개체와 해녀, 어업인, 일반 시민 4만여 명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만약 온갖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30년간 버리면 해양생태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에 대한 답은 토종 돌고래 상괭이에서 찾을 수 있다. 상괭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바다가 세계 최대 서식처이지만 매년 많은 개체들이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멸종위기 해양포유류이다. 문효방 교수 등이 2020년 3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 <한국 상괭이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체내 축적 현상과 시간 흐름에 따른 추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분석해보았더니 과거 농약으로 사용되었으나 이후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DDT와 발암물질인 PCB(폴리염화비페닐) 등이 상괭이 체내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었다고 한다.

상괭이 몸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오염된 바다
 
▲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2021년 3월 31일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DDT는 이미 국내에서는 50년 전인 197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맹독성 발암물질이다. 50년 전에 사용이 금지되었으면 이제는 사라질 법도 한 이 독성물질이 아직도 돌고래 체내에 축적돼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발견된 상괭이 116개체 중 31개체에서 DDT가 한계치를 초과해 검출되었으며, PCB도 상괭이 사체 10%에서 한계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이는 한반도 해역이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음을 알려주는 자료다. 이런 독성물질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1970년대부터 사용을 중단했지만, 이미 생태계에 널리 퍼진 채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며 해양동물의 체내에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DDT와 PCB뿐만 아니라 메틸수은,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 물질도 고래의 몸에 쌓이고 있다. 고래와 돌고래들은 해양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종인데, 이들에게서 암과 피부병이 발병하고, 중금속과 맹독성 화학물질이 한계치 이상으로 축적되어 검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동아시아 바다가 안전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바다 넘나드는 고래들... 헌법상 책임 방기한 한국 정부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한 밍크고래는 큰돌고래와 함께 한반도 해역의 대표적인 회유성 해양포유류인데,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부터 동해, 남해, 서해, 제주 해역까지 넘나들며 살아간다. 애초에 고래들에게 바다의 경계가 없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해양생태계와 인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결정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헌법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 한반도계군(J-stock) 밍크고래의 먹이활동 경로 일본 고래연구소의 고토 무쓰오(Mutsuo Goto) 등이 발표한 논문 'J계군 밍크고래의 회유경로'에 나온 지도를 보면 미성숙 밍크고래 개체들은 계절에 따라 동해, 남해,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 러시아, 중국 해역을 넘나든다
ⓒ 고토 무쓰오
 
위 지도는 일본 고래연구소의 고토 무쓰오 등이 2010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 발표한 논문 < J계군(J-stock) 밍크고래의 회유경로에 관한 추측 >에 나오는 밍크고래 미성숙 개체들의 회유 경로를 나타난다. J계군은 보통 한반도 해역에서 발견되는 밍크고래를 가리킨다. 밍크고래 중에는 오호츠크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O계군(O-stock)도 있는데, 북서태평양계군이라고 하여 한반도계군과는 유전자가 다르게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밍크고래의 유전자 검사와 체형 등을 통해 미성숙 개체군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일본 남부 그리고 동해와 남해, 제주해역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밍크고래들은 가을철이 되어 바다수온이 내려가면 동중국해로 이동해 겨울을 나며 번식을 하고, 다시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봄철이 되면 쿠로시오해류와 대만난류를 따라 한반도해역을 거쳐 일본 후쿠시마와 홋카이도 등지로 회유하는 특성을 보인다.

오염수 투기는 '생태학살'이다
 
▲ 밍크고래 한반도계군과 북서태평양계군의 경로 차이 한반도해역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주로 발견되는 밍크고래 계군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북서태평양 그리고 오호츠크해까지 올라가는 밍크고래 계군의 회유 경로는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점선은 미성숙 개체를 가리킨다
ⓒ 고토 무쓰오
 
고토 무쓰오 등이 국제포경위원회에 발표한 2017년 논문 <유전자검사를 통한 일본 해역 밍크고래 O계군과 J계군의 분포와 이동 경로>에 나온 이 지도 역시 한반도와 일본 해역을 넘나드는 밍크고래의 회유 경로를 잘 보여준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점선은 밍크고래 한반도계군의 미성숙 개체들의 이동 경로인데 계절에 따라 후쿠시마 해역에서 동해, 남해, 제주해역을 넘나들며 이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다로 유입된 오염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생물에 축적되는데, 이렇게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류된 방사성 물질은 생물 체내에 축적이 될 것이고, 이를 먹이로 삼는 상위포식자인 회유성 해양동물들에 의해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생물농축은 더 강해질 것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 고래연구센터에 의해 한반도 동해안에서 서식이 확인된 밍크고래 10개체와 큰돌고래 54개체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1차적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110개체들도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제주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한반도 해역에서는 제주에서만 발견되며 전체 110여 개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핫핑크돌핀스
 
50년 전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물질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생물농축으로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을 인위적으로 바다에 투기하려는가!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제 앞으로 수십년간 한반도 해역에 기대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방사능 노출로부터 안전한 수준이란 없다. 방사능 생물축적이 심화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오염수 해양투기를 '생태학살'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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