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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눈물] "아버지 같던 형, 주검 되어 네팔로" E-9 비자에 갇힌 코리안드림

김영훈기자입력 2021.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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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죽음의 그림자 짙은 농어촌
최근 5년 숨진 E-9 이주노동자 매년 76명
질병·사고 등 산재외 사망자가 무려 84%
농어촌 이주노동자 건강권은 더욱 열악

지난해 2월 15일 경남 밀양 사과농장에서 사망한 고(故) 림부 얌쿠마르(33)의 생전 모습. 얌쿠마르씨는 2년 9개월만에 이주노동자의 삶을 마감했다. 사진=유족인 라주쿠마(30)씨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지난해 2월 15일 경남 밀양 사과농장에서 사망한 고(故) 림부 얌쿠마르(33)의 생전 모습. 얌쿠마르씨는 2년 9개월만에 이주노동자의 삶을 마감했다. 사진=유족인 라주쿠마(30)씨 제공

형만 생각하면 히말라야 만년설이 생각나요. 잠들어 있듯 누워있던 형의 시신을 확인할 때도, 그리고 형의 이야기를 꺼내는 오늘도 펑펑 눈이 내린 게 우연일까요?
네팔 이주노동자 고(故) 얌쿠마르 동생


1월 28일 강원 홍천군 산자락에 위치한 돼지농장. 폭설과 매서운 칼바람 추위에도 네팔 출신 라주쿠마(Rajkumar·30)씨의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돼지 3,000마리의 밥을 주고, 우리에 쌓인 분뇨를 치우느라 추위도 잊은 채 분주히 움직였던 탓이다.

오후 6시쯤 일과를 마치고 옷에 묻은 분뇨와 땀을 씻어낸 라주쿠마씨는 “형의 1주기가 코앞인데 아직도 나랑 함께 한국에서 일하는 것 같다”며 형 이야기를 꺼냈다. 길고도 짧았던 2년 9개월간의 한 많은 코리안드림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 1월 28일 강원 홍천군의 돼지농장에서 비전문취업(E-9) 네팔 이주노동자 라주쿠마(30)씨가 1년전 경남 밀양 사과농장에서 숨진 형 얌쿠마르(33)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형이 과로에 시달렸고, 사장의 허락을 맡지 않고선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편지. 김영훈 기자



시신으로 네팔로 돌아간 이주노동자


고(故) 림부 얌쿠마르씨는 다른 사람들 꿈을 가꾸고 응원하는 걸 사랑했다. 가정에선 7세 딸 리아와 3세 딸 리안의 꿈을 지켜보는 걸 낙으로 삼는 자상한 아빠였고, 밖에선 네팔 청소년들이 세계로 나가길 바라며 영어를 가르치는 중학교 교사였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얌쿠마르씨가 네 살 터울 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준 이유도 동생의 장래를 위한 마음에서였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났던 라주쿠마씨에게 형 얌쿠마르씨는 손윗 형 그 이상의 존재였다.


4년간 네팔 중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준 얌쿠마르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두 딸의 풍족한 미래를 위해 얌쿠마르씨는 중학교 교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대한민국 이주노동자의 삶을 택했다. 형은 동생에게 “한국어 공부해서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2017년 5월 경남 밀양의 사과농장에 취업했다.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주쿠마씨는 한국어를 공부해 E-9 비자를 취득했다. E-9은 전문기술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시험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하는 비자다. 하지만 2019년 7월 출국준비를 하던 중 그는 '머리가 너무 아프니 한국 올 때 약을 사갖고 와달라’는 형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예전 일이 생각나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2018년 겨울에 잠시 네팔에 왔을 때도 형은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타국 생활이 힘들어 잠시 아픈 것으로 생각했지만, 형이 한국에서도 네팔 약을 계속 찾는 것을 보자,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짐작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9년 9월 13일 추석, 라주쿠마씨는 서울 동대문역 3번 출구 앞에서 형을 기다렸다. 명절 당일이면 전국 각지의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동대문 네팔타운에 모여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랜다. 2019년 7월부터 강원 인제에서 고추농사를 했던 라주쿠마씨 역시 형이 부탁한 약을 들고 아침부터 서울에 도착했다. 하지만 밀양에서 올라온 형은 점심시간이 돼서야 동생과 한국에서 첫 상봉을 했다.


라주쿠마씨는 형의 얼굴을 보고 형에게 문제가 있음을 단번에 알아챘다. 항상 미소를 지었던 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우울한 형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얌쿠마르씨는 동생에게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쉬는 날도 없이 사과농장에서 혼자 일한다” “아파서 한국 병원에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 “농장을 옮기고 싶어도 사장님이 허락을 안 해준다” 등의 하소연을 쏟아냈다. 2년 넘는 한국 생활이 얌쿠마르씨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만든 것이다. 아버지나 다름없던 형의 무너진 모습을 본 라주쿠마씨는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 지 몰랐다. 만남도 잠시, 형은 동생에게 “추석 다음날부터 일하러 가야 한다”며 동대문역 3번 출구를 내려갔다. 버스를 놓칠까봐 황급히 뛰어내려가던 뒷모습. 라주쿠마가 본 생전 형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강원 홍천 돼지농장으로 사업장을 옮긴 라주쿠마씨에게 지난해 2월 16일 네팔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형의 부고소식이었다. 형의 사망에 라주쿠마씨는 사업주 허가를 받고 형이 머물던 밀양으로 향했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씨 속에 동생은 “밀양에서 형이 얼마나 외롭고 고된 노동에 시달렸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딸의 꿈을 지켜보지 못한 게 가장 괴로웠던 걸까. 얌쿠마르씨가 남긴 유서엔 ‘미안해 리아, 리안아.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가려고 했는데 너희들 꿈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해 미안해’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만나 코리안드림을 이루자던 형과의 약속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된 라주쿠마씨는 지난해 2월 주검이 된 형과 함께 네팔로 돌아갔다.


이름도 없이 스러진 농·어촌 E-9 이주노동자. 송정근 기자

숨진 이주노동자 84%는 산재외 대상

얌쿠마르씨처럼 내국인 노동자가 외면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나 질병,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E-9 이주노동자가 매년 76명에 달했다. 한국일보가 2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고용노동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 E-9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모두 352명이었다. 2017년 92명을 기점으로 2018년 69명, 2019년 64명으로 줄어들다가 2020년 78명으로 사망자가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E-9 이주노동자 입국이 중단되면서 평균(22만명) 대비 4만명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망자는 되레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 증가와 함께 사망원인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주노동자는 송출기관 안내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상태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한국에 들어올 때는 대부분 건강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개인질병ㆍ자살ㆍ개인사고ㆍ교통사고 등 산재외 사망자가 84%를 차지할 정도로, 입국 후에 병이 생기거나 각종 사고로 숨지는 경우가 많았다.


E-9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농축산업과 어업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은 특히 열악했다. 이처럼 이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대응에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는 “이주노동자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안 되는 농어촌 사업장에게 고용을 허가해준 정부도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최근 5년간 비전문취업(E-9) 이주노동자 사망 통계. 자료=양이원영 의원실(고용노동부)


농어촌 이주노동자 건강권 가장 열악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감소는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절대적인 농어촌 사업장에서의 인력감소는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질병으로 사망한 E-9 이주노동자는 37명에 달해 전년보다 12명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경기 이천시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씨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는 “쉼터에 머물던 A씨 부인에게서 남편이 급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화장 처리됐고, 부인은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라 산재 신청은커녕 남편 시신을 지키지도 못하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주노동자의 건강 악화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4일 충남 돼지농장에서 4년 9개월간 근무한 네팔 E-9 이주노동자 버쉬알(38)씨는 출국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료들에 따르면 버쉬알씨는 네팔에 있는 가족들과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귀국 비행기 티켓도 사둔 상태였다. 하지만 4년 9개월간 쌓인 스트레스와 고된 이국생활은 버쉬알씨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병원을 가려고 했지만 한국인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고, 자칫 큰 질병으로 판명되면 '성실 근로자'로 재입국하는 게 힘들 것으로 생각해 죽음에 이르는 병을 외면하고 말았다. 충북 청주에서 네팔 이주노동자 쉼터를 운영하는 수니따(43)씨는 “버쉬알이 9월 말부터 수시로 불안하다며 우울증을 호소했다”며 “죽기 전날 전화했는데 그때 전화를 받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버쉬알씨처럼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네팔 국적 E-9 이주노동자는 15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농축산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이 특히 열악한 이유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있는 영향이 크다.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이주노동자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사 업종별 건강검진 비율’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건강검진을 받은 이주노동자 비율은 평균 60.6%였지만, 농업과 어업은 각각 21.5%와 8.3%에 불과했다.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은 “농업과 어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은 의료기관과 멀리 떨어진 고립된 장소에서 일하고,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근로시간과 휴일 적용에 예외가 인정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을 이용할 시간조차 없어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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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눈물] 한국에서의 4년 9개월,

속헹씨가 죽어간 시간

윤태석입력 2021. 02. 02



<1>죽음의 그림자 짙은 농어촌 
포천 농촌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 
비자연장 때문에 열악한 처우 참아
건보료 월 12만원 내고도 병원 못 가
한국서 화장 뒤 배편으로 고향으로

속헹씨가 일했던 경기 포천의 농장. 왼쪽 검은 차양막에 덮힌 곳이 그가 묵었던 비닐하우스 숙소다. 김달성 목사 페이스북

지난달 27일 경기 포천시 채소농장. 한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 내부는 상추와 얼갈이, 시금치에서 스며나오는 초록내음으로 싱싱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여러 개를 가로질러 농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차광막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내부엔 채소 대신 플라스틱 패널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굳게 문이 잠겨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이주노동자 5명이 살던 숙소였다.

캄보디아 출신 31세 여성 누온 속헹(NUON Sokkheng)씨도 그곳에 살았다. 지난해 12월 20일 영하 18도 한파 속에 속헹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주검은 추위를 피해 다른 곳에 머물다 온 동료들에게 뒤늦게 발견됐다.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이지만, 죽음의 이면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과 건강권 문제가 숨어 있다. 우리 밥상을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속헹씨 죽음을 통해 다시 짚어봤다.


최저임금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

2016년 3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입국한 속헹씨의 첫 근무지는 경기 남양주 농장이었다. E-9은 전문기술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시험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하는 비자다. 근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시급은 그해 최저임금인 6,030원이었다. 근로계약서엔 휴게시간이 표시돼 있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63조에는 농어촌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및 휴식·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법대로라면 농어촌 노동자는 고용주가 한 달 내내 휴일을 안 줘도 또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켜도 항의할 수가 없다. 실제로 농촌에선 계약내용과 무관하게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비일비재하다. 속헹씨 역시 중노동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일하고 받은 그의 첫 월급은 122만6,502원. 농장주는 여기에서 숙박시설 제공료로 17만원을 떼어갔다.

속헹씨는 2018년 8월 남양주 농장을 나왔다. 사유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 즉 권고사직이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농장 일감이 떨어진 농장주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신고했고, 노동자도 권고사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헹씨는 그해 12월 경기 포천시 농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포천에선 근로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1시간 늘었다.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월 4회·하루 1시간)도 명시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7,530원)도 올랐다. 숙박비도 월 17만원에서 12만원으로 줄었지만, 남양주 농장에서 안 받던 월 9만원의 중식비가 차감됐다.

속헹씨가 생전 묵었던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 입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화장실 바닥은 제대로 마감처리가 안 돼 있고 천장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다. 속헹씨 동료 중 한 명은 전기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최정규 변호사 제공

포천 농장의 숙소는 한눈에 봐도 열악했다. 지난달 12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숙소를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숙소 내부가 곰팡이와 결로로 뒤덮여있고 화장실 바닥은 마감처리도 안 돼있었다. 월급에서 숙박비를 빼고 제공한 기숙사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농장주가 "이주노동자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보살폈다"고 전하자, 류 의원은 "가족이라면 이런 데 살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속헹씨가 머물렀던 숙소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보기에도 열악했던 것 같다. 포천의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 아임꾼티아(30)씨는 2019년 고용부 알선센터 소개로 속헹씨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기숙사가 너무 지저분하고 더러워 일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헹씨는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E-9 비자를 받으면 3년 체류 뒤 1년 10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고용주 동의가 필수다. 속헹씨는 포천 농장에서 계약 연장에 성공해 올해 1월까지 머물 예정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시급은 8,350원으로 상승했지만 월 12만원이던 숙박비가 13만9,000원으로 따라 올라, 결국 손에 쥐는 돈은 똑같았다.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이주노동자는 입국 전에 건강 검진을 받는다.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를 통해 받은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도 속헹씨 건강은 '정상'으로 나와 있다. 다만 '간질환주의-생활습관 개선 및 주기적 검사 필요'라는 의사 소견이 담겼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 정도는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속헹씨는 한국 농장에서 별 탈 없이 일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가 작년 12월 30일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 앞에서 속헹씨를 추모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달성 목사 페이스북

그러나 속헹씨 건강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달리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국이 숨진 속헹씨 동료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1년 전 속헹이 토할 때 피 나오는 걸 본 적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2019년 7월 정부가 모든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속헹씨도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그가 낸 건강보험료는 월 11만~13만원으로 비슷한 임금을 받는 한국 노동자의 2~3배에 달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이주노동자에게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속헹씨는 1년 반 동안 2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건강 검진은 커녕 병원 문턱 한 번 밟지 못했다.


영하 18도, 난방 제대로 작동했나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속헹씨 사망 당일 숙소 내 난방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골 같던 숙소가 그의 병세를 갑자기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속헹씨 동료는 사망 이틀 후인 작년 12월 22일 시민단체와의 통화에서 "사건 전날부터 전기 차단기 스위치가 계속 내려가 속헹씨와 룸메이트가 추워서 잠도 못 자고 숙소 밖 스위치를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농장주에게 말했지만 조치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농지용 전기를 숙박시설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전력사용 과다로 숙소 차단기가 작동했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작년 12월 30일 속헹씨 농장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부에 고발했지만, 고발장 접수 한 달이 넘도록 동료 노동자와 추가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동료 노동자 모두 현재 일을 하고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조만간 면담 날짜를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줌의 재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속헹씨는 사망 8일 뒤인 지난해 12월 28일 경기 성남시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본국에 있는 속헹씨 유족으로부터 장례 절차를 위임받은 주한캄보디아 대사관이 화장을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는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노동자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보다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씁쓸해했다.

속헹씨 생전 일을 함께 했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두 명이 작년 12월 28일 쏙헹씨 유골함을 경기 군포시 캄보디아 불교센터에 안치한 뒤 추모하고 있다. 린사로 스님 제공

화장 당일 속헹씨 동료 두 명은 유골함을 경기 군포시 캄보디아 불교센터로 옮겼다. 유골함은 이곳에서 이틀간 안치됐다가 배편을 통해 캄보디아로 옮겨졌다. 캄보디아 불교센터의 린사로 스님은 "속헹은 고향에서 나이 드신 부모와 남동생 등 많은 가족을 부양했다. 이국에서 이렇게 세상을 등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속헹씨 사망 직후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 서랍장 안에선 1월 10일자 프놈펜(캄보디아 수도) 항공권이 발견됐다. 4년 10개월의 한국 생활을 마친 그는 예약했던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한줌의 재가 되어 고향 땅에 묻혔다. 한국에선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속헹씨 49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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