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울사 부족의 어느 살파(지금의 경북 구미 어느곳)에 세기의 색녀가 등장했다.


사람의 재능이란 어떤 것이건 간에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있는데, 미루나기란 후천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선천적인 색녀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건 간에 1, 2명씩은 있기 마련인가?


태춘이 열다섯 살이 될 무렵 울사 부족에 타고난 색녀가 존재하였으니, 그녀의 이름은 교민었다.
교민의 나이는 이제 열일곱 살을 넘긴 꽃다운 나이였다. 그러나 말이 처녀이고 여자였지, 살파에서의 몰골이란 너무 형편없는 것이어서 꽃다운 처녀나 쭈글거리는 노인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교민은 예뻤다. 그리고 몸도 예뻤다.


그녀가 살파에 끌려온 지도 벌써 3년이 되었지만 그간에 사내들을 상대하지 못했던 것은 어린아이들을 돌보느라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른 사람이 들어서니 교민은 드디어 칸막이로 옮겨지게 되어 성에 굶주려 있는 사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아직 남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밑은 언제나 뜨거운 열기로 감싸여 있어, 이를 식히느라고 물속에 뛰어 들고 겨울철에는 얼음을 갖다 대곤 했다.
그것은 처녀가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교민의 그 속은 언제나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것을 식히느라 밤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그곳의 움직임 또한 다양하여 열 손가락의 놀림보다도 기능이 뛰어났고, 흡입력 또한 대단하여 한번 끌어들인 것은 결코 놓아주질 않았다. 어떤 사내라도 그녀와 잠깐 동안 일을 벌이기만 하면 모두가 풀이 죽어 나가떨어졌다.
그녀의 용광로에서 내뿜는 듯한 열기가 사내의 몸에 전달되면 사내는 금새 후끈 달아올라 그 희열을 놓치기 싫어 온 힘을 기울여 내쏟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여인은 더 큰 것을 요구하게 되니 사내는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된다.
어쨋든 교민과 한번 상대한 사내들은 대부분 다리가 후들거려 걷지도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하지만 모두 만족한 표정들이었다.
교민을 거쳐가는 사내는 하루 수십 명에 이르렀지만 어느 누구도 교민을 만족시켜주는 사내가 없었다. 그러니 교민의 삶은 다른 여인과는 전혀 다른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여인들의 소망이 먹을 것 실컷 먹고 잠 실컷 자고 사내들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었다면 교민은 그 반대였다. 잠을 못 자도, 먹을 것을 못 먹어도, 아니 당장에 죽어도 좋으니 단 한번만이라도 만족을 얻고 싶었다.
교민은 외로웠다.
불만이 쌓여갔고, 용광로의 불길처럼 달아오르는 끝없는 성욕을 달랠 길 없어 기둥을 붙잡고 울기까지 하였다. 그럴때면 다른 여인들은 부러운 생각보다는 측은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그녀의 몸을 식히는 일을 해주곤 하였다.
한번 교민을 거쳐간 사내들은 야생동물의 피와 날고기와 온갖 정력제를 달여먹고 또 한 차례 도전을 하였다. 그러나 교민에게는 허벅지에 달라붙은 파리가 기어가는 정도의 느낌에 지나지 않았으니 누가 그녀를 만족시켜줄 것인가?


교민은 성욕이 끓어오를 때면 시전군에게 욕을 하거나 때론 돌팔매질까지 하였다. 이는 다른 여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행동이었으나 그래도 교민은 서슴없이 해댔다. 말하자면 옷 벗고 덤벼봐라 하는 식이었다.
교민은 그런 행동에도 시전군들은 큰소리를 못 치는 형편이었다. 때문에 교민은 간혹 살파에서 해결사 노릇까지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교민은 새로 들어온 덩치 큰 시전군 한 명을 유혹한 후에 끊임없는 요구를 하여 성으로써 죽여버렸다.
그래도 교민은 불만이었다. 시전군을 죽이기까지 하면서 일을 벌여도 조금도 만족을 얻을 수가 없었으니 교민은 이제 죽기로 작정을 하였다.
이 소식은 어느덧 각 살파에 퍼지게 되었고, 부족 내의 전 족장과 군상들에게까지도 두루 퍼지게 되었다. 욕심 많은 서현의 족장은 교민의 소문을 확인한 후에 울사 족장에게 1천명의 여인과 맞바꾸자고 제의해 왔다. 그러나 울사 족장은 거절하였다. 일이 이쯤되자 교민은 부족국의 요녀이자 명물이되었다.
원체 욕심이 많던 서현의 족장은 어느 날 교민과 두 차례에 걸쳐서 정을 나누었는데, 이때 쌍코피가 터져 한 그릇이 넘는 코피를 쏟아야 했다.
그 외에도 내노라하는 정력의 사내들이 접근하였지만 교민을 능가하는 사내는 없었다. 아예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인국(서백제)의 성양(지금의 산둥성)에서 어느 성주의 아들이 동인국을 거쳐 부족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고몽으로, 생김새부터가 보통인과는 판이하였다. 그는 너무나도 예쁘게 생겼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의식이라도 하듯 언제나 여장을 하고 다녔다. 모습만 예쁜 것이 아니라 피부 또한 아기같이 곱고 매끄럽고, 그러면서도 탄력이 대단하였다.


하지만 고몽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고민을 갖고 성장하였다. 그는 서인국에서도 알아주는 색광이었다. 얼마나 색광이었는지 남아나는 여자가 없었다. 사내로서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지녔으면서도 남다른 성욕으로 인하여 그의 마음속에는 늘 불만이 쌓여만 갔다.
아니, 이자는 색광이라기보다 특이체질이라는 것이 더 옳겠다. 남근에 한번 힘이 들어가면 도무지 수그러들지를 않았다. 그래서 한번 일을 치를 때마다 줄잡아 30여 명의 여인들이 대기해야 할 정도였고, 중간중간 끼니도 먹어가면서 일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고몽은 드넓은 서인국을 비롯하여 고구려에 이르기까지 자기에게 맞는 여인을 찾아나섰지만 헛수고였다.


고몽은 자신에게 만족을 줄 여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회의에 빠지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용솟음쳐오르는 성욕을 감당할 재간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여행할 때마다 자신의 수음을 돕는 팔힘 좋은 두 사람을 데리고 다녔다. 그것조차도 고몽에게 있어서는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늘 데리고 다닌 것이다.
고몽은 얼마 전부터 방도사라는 단도사(丹道師)를 두게 되었다. 그것은 성주가 아들의 성욕이 걱정되어 곁에 붙여준 것이었다.
단도사는 고몽에게 늘 명상호흡을 하여 성욕을 자제하게 하고 단약을 주어 성욕을 감퇴시키려고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단약을 먹어도 그때뿐, 얼마 후면 또다시 되살아나고 명상은 아예 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방도사는 어느 날 깊은 명상에 들어 고몽의 짝이 될 만한 여인을 찾으러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살피고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부족국에 가면 짝이 될 만한 여인이 있음을 말해 주었고, 고몽은 그 즉시 일행과 함께 부족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방도사가 자세히 가르쳐주질 않았기 때문에 고몽은 우징 부족부터 들어서게 되었다.#1)



#1) 고도의 정신수행자는 육체에서 상념을 분리시켜 의도하는 것을 투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과거와 미래를 시간여행할 수도 있으며, 태양계나 은하계 너머까지 상념을 이동시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몽은 서인국에서 온 귀한 몸이었다. 성주의 아들이 무턱대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살파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서인국의 체면도 있는 것이었다. 방도사가 말한 그런 여인을 찾기 위해 그냥 마구잡이로 들어간다면, 그래서 소문이 서인국이나 고구려에까지 퍼지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고몽은 살파로 직접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우징 족장을 찾았다. 그러자 우징 족장은 큰 절을 올리고는 울사 부족을 가르쳐주며 가마까지 내주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고몽은 드디어 교민을 마주하게 되었다.


울사 부족에서는 족장이 직접 나와 교민의 목욕시중까지 거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고몽이 한마디를 하면 6부족의 족장들은 그저 굽신굽신거리고 안절부절못하며 비굴하게 행동하였다.
고몽은 교민을 처음 보는 순간 눈빛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은 교민도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형편없는 몰골로 있었던 교민는 고몽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리에 하루아침에 요조숙녀가 되어 말끔한 모습으로 성주의 아들 앞에 앉았다. 그녀가 자신의 예쁜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빳빳이 세워 고몽의 눈을 마주보고 있자 옆에 있던 울사 족장이 야단치기 시작했다.
"네 이년! 머리를 숙이지 못할까? 앞에 계신 이분이 서인국에서 오신 성주의 아드님이시거늘…… 네 이년!"
그러자 고몽은,
"아! 됐소. 이제 모두들 물러가도록 하시오."
하고 지시를 내렸다.


고몽의 몸은 벌써 불붙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살파의 외곽에 있는 작은 터에 천막이 세워졌다. 앞에는 작은 냇물이 흐르고 뒤쪽으로는 야산이 펼쳐져 있는 아주 좋은 위치였다. 침대는 족장이 특별히 내준 것이었다.
고몽이 교민을 만나는 시각을 일부러 저녁으로 잡은 것은, 천막에서 하룻밤 교민과 잠자리를 같이하며 도대체 교민이 어떤 여인이길래 방도사가 자신의 짝이라고 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고몽과 교민은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 바람에 뒤따라 들어오던 고몽의 사신들은 얼른 밖으로 나갔다. 이때부터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교민은 그간에 용광로의 불덩이보다도 더 뜨거운 자신으 속을 식혀줄 남자를 애타게 기다렸었고, 고몽은 무쇠 같은 자신을 녹여줄 여인을 찾아 헤맸었다. 이제 무쇠는 용광로를 찾았고 용광로는 자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쇳덩어리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들의 만남은 비록 신분은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할지라도 축복된 만남이었다. 이들이 만남은 BC137년 음력 7월 20일 술시(戌時)에 이루어졌다.
고몽과 교민은 한몸이 된 순간부터 정열적으로 몸놀림을 시작했다. 둘은 마치 수백 수천년 동안을 바라던 끝에 만난 사람들처럼 적극적이었다.


둘의 첫순간부터의 격정은 이해할 수 있는 상식 이상의 것이었다. 막막한 사막에서 물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맨 끝에, 죽음 직전에 물을 찾았을 때에 뛰어들어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마셔대는 감정과 같았다.
둘의 울부짖음은 이 세상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들이 불붙기 시작하면서부터 질러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가쁜 숨소리와 함께 살이 맞닿는 소리도 요란하였다. 무쇠와 용광로는 서로가 제 짝을 만난 듯 요동치기 시작하였는데, 그 치열한 소리는 천막 밖에까지 완연하게 들려와 주위에서 진을 치고 있는 사신들의 귀를 어지럽혀 놓았다.
이들의 요동은 거세면서도 끝없이 이어졌다. 술시에 시작한 것이 해시를 넘어 자시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속도와 요동치는 소리는 주위 일행의 귀를 의심케 하였다.


교민 특유의 교성은 듣고 있는 사내들의 간장을 긁어놓기에 충분하였고, 서있는 그 자리에서 사정할 수밖에 없으리 만큼 기막힌 소리였다. 이에 질세라 고몽의 교성도 들렸는데, 고몽의 소리는 오히려 한층더 고조된 소리였다. 모습이 그러하니 목소리도 여자였다.
둘은 인시에 접어들었는데도 조금도 늦추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구체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는 자리를 잡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방향을 잡는 그런 소리였다.
그러면서도 둘은 목메어 우는 한 쌍의 기러기처럼 끊임없이 울어대며 끊기기도 하고 간간히 자세를 바꾸는 소리도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둘은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더니 고몽이 밖을 향하여 소리질렀다.
"물 좀 떠오너라!"
둘은 물을 실컷 들이켜고는 새로운 기운에 접어들어 또다시 힘찬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묘시에 접어들자 다시금 날카로운 고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봐라! 아침을 냉큼 준비하여라!"


어느덧 날이 밝기 시작하였다.
족장 밑에 있는 여인이 동원되어 아침식사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에도 둘은 결합된 자세 그대로 얇은 천으로 살짝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둘은 누가 들어와도 행동만 멈출 뿐 자세는 그대로 결합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가장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할 아침인데도 두 사람은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였다. 도대체 이들은 부끄러움도 없는 듯, 식사를 들고 들어온 두 여인이 먹여주어야 했다. 고몽은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였고 교민은 그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 자세에서 음식을 받아먹으면서도 적지 않은 운동을 하니 음식이 목구멍에 제대로 넘어갈 리가 없었다.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오니 입안에 든 음식이 밖으로 튀어나오고, 옆에서 음식을 넣어주는 여인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입에서 흘러내리는 것들을 주워담느라 바빴다.


둘의 식사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끝이 났다. 식사가 끝나자 둘은 또다시 샘솟는 듯한 힘을 과시하듯 달리기 시작하였다. 천막 안의 두 남녀의 기분이야 최상에 있을지 모르지만, 밖에서 지키고 있는 사신들은 밤새껏 잠 한숨 못자고 계속하여 뜬눈으로 버티며 그 끈적끈적한 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아침이 되자 모두가 하품을 하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천막 안에서의 소리가 변동이 있을 때마다 정신이 새로워지는 듯 지켜보았다.


아침해가 어느덧 산 위로 솟아올랐다.
부족의 사내들도 이때쯤이면 서서히 거동을 시작하는 시각이고, 살파의 여인들이야 이미 깨어난 지 한참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서인국에서 온 사신들은 고몽과 교민의 간드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살파 쪽을 응시하였다. 천막 앞을 흐르는 작은 냇가 상류에 위치한 살파의 정문 쪽에서 허우대가 큼직한 시전군들이 여인 무리를 에워싸듯 완전포위를 하고 개울을 따라서 천막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인들이 가까이 다다르자 사신들은 유심히 살펴보았다.
모두가 나이를 분간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 이제 서른정도의 여인이나 쉰이 넘은 여인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사신들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형편없는 몰골의 여인들인지라 자세히 보았다. 그랬더니 걸음을 제대로 걷는 여인이 한 명도 없었다. 옷이 초라한 것은 몰론 밖으로 드러난 피부도 상처투성이에 핏멍이 들어 있었으며, 신발도 없는 맨발의 여인들이었다.
사신들은 순간 모두 한마디씩 토해 냈다.
"저럴 수가!'
"원 세상에……."
그간 고몽으로 인하여 드넓은 대륙을 이잡듯 돌아다녀본 이들이었으나 이같은 몰골의 여인들은 처음 보았다.
일터로 향하는 여인들의 행렬이 지난간 후, 그때부터 천막안의 두 남녀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였다. 이미 고몽의 실력을 알고 있는 터라 밖에서 지키고 있는 사신들은 이때쯤이면 끝나겠지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왜냐하면 이같은 경험이 몇 번은 있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부여국 방문 때에 기록적으로 알몸의 여인 50여 명을 대기시켜 놓고 차례대로 기절상태에까지 몰고 갔던 고몽인지라 사신들은 별로 놀랄 것이 없었다.


한데 진짜로 놀란 사람들은 바로 천막 안에 있는 고몽과 교민이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놀란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들을 식혀줄 존재는 없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던 이들은, 끝없이 행하여도 서로간의 한계점이 어디쯤에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계속 이어지니 사신들은 놀라면서도 대국의 사신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전부 바닥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점식식사가 들어가고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중간중간 물 떠오라는 고몽의 소리가 들려오면 주위에 있던 부족의 여인이 급히 물을 들여가곤 했다.
그날 밤, 사신들은 모두 이제는 끝나겠지 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벌서 꼬박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가? 아닌게아니라 두 사람이 내지르는 특유의 소리가 사그라져 좀 조용해졌는지라 이제 끝났구나 싶어 옷을 털고 일어나 천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웬걸, 자세만 틀릴뿐 여전하였다.
그 순간 고몽은,
"네 이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으흐…… 으…… 들…… 어오느냐!
하고 희열의 감정과 호통소리가 어우러져 나오니 듣는 자로 하여금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사신은 그만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네 이놈! 으흐흐…… 흐…… 웃음을 멈추……지 못…… 하…… 하…… 흐…… 할……까?
이때 교민은 땅에 발을 디딘 채 침대에 엎드린 자세였고, 고몽은 뒤에서 일을 보고 있는 자세인지라 들어오는 사신과 그만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네…… 이……놈! ……일이 끝나면…… 너는 으흐흐…… 곤장……을…… 으흐…… 흐……."
사신은 얼른 밖으로 나와서는 배를 움켜쥐고 땅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밤새껏 몇 번에 걸쳐서 물 떠오라는 소리가 들리고, 여인들은 물통을 들고 들어가 고몽과 교민의 입을 적혀준 후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식사를 할 때도 그러했지만 물을 먹을 때에도 고몽과 교민의 사랑의 행동은 멈춤이 없었다. 때문에 물을 먹이려는 여인들은 도무지 그 흔들림으로 인해 제대로 먹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두 남녀의 성의 향연, 서로간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하루 동안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조금은 안 듯, 이제는 기교까지 동반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또 아침이 되었다. 한데 누구에게서 소문이 나게 되었는지 아침이 되자 울사 부족의 사내들이 하나둘씩 호기심에 찬 얼굴로 천막 주위로 모여들었다.
하루 종일, 끝없이 이어져갔다.


이때부터 진짜 놀란 것은 사신들이었다. 그간에 고몽의 실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주위에는 부족의 사내들이 몰려들어 열심히 천막 안의 동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부족의 사내들은 본래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자들이 많았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동하는 일이 있으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하는 것이 사내들의 낙이었다. 그런데 이건 호기심 정도가 아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향연을 듣게되니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고, 다시 다음날 아침으로 이어졌다.
이때가 7월 22일 새벽이었으니, 7월20일 술시에 시작하여 22일 묘시까지 이어진 것이다.


끝없이 달아오르는 두 남녀의 몸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머리와 몸은 물론 바닥까지도 적실 정도였다.
성의 교류가 서로간의 양기와 음기의 나눔이라 하여도 그래도 체력소모는 대단한 것, 점차 물 마시는 행동이 잦아졌다. 또한 식사도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시키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여인들이나 사신들은 쩔쩔맸다.
일이 이렇게 되자 지치는 것은 천막 안의 고몽과 교민이 아니라 천막 밖에서 지키고 있는 사신들과 고몽의 주문에 응하는 여인들이었다. 벌서 사흘 동안이나 잠을 자지 못한 사신들은 기진매진하였다.
낮이 되자 또 마을의 사내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도 고몽의 성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울사 부족 족장이 대신들을 거느리고 천막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거는 사신에게,
"아니, 성주님의 아드님께서 아직까지…… 어디 봅시다."
하고는 천막에 다가서려 하였다.
그때였다. 천막 안의 두 남녀가 갑자기 격정의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둘의 소리는 이중창이 되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거의 똑같은 교성을 질러댔다.
시간은 벌써 22일 정오가 넘어서 있었다. 이들 두 남녀는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물을 흘리고 있는 듯하였다.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땀 묻은 살과 살의 마찰소리……
그때부터 고몽과 교민의 신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다. 고몽의 몸은 누가 뭐래도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몸이었으나, 교민은 살파에서 지내고 있었던지라 형편없는 몸이었다. 피부도 탄력이 없었고 매우 시커먼 빛깔이었다.
그런데 정오가 넘어서면서부터는 교민의 몸에서 윤기가 흐르고 피부도 팽팽할 정도로 탄력이 살아나고 있는 게 아닌가?
뿐만이 아니었다. 살파에서 얻은 온갖 상처가 고몽과의 씨름과정에서 아물고,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 있던 얼굴에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1)



#1) 음·양의 에너지가 우주적인 사랑의 파동으로 서로 오간다면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병이 치유됨은 물론이거니와 우주의 본질과도 하나가 될 수있다.



천막 밖은 이들의 모습은 못 볼지라도 소리만이라도 듣기 위하여 모여드는 부족의 사내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부족 전체에 소문이 돌아 이때 모여든 인원은 1만을 헤아렸다.
1만이 천막을 에워싸고 있었으니 그들이 시끄러움이란 대단하여 천막 안의 신비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사신들은 천막을 에워싼 채 교대로 졸았다.


어느덧 저녁이 가고 밤이 되었다. 시전군을 동원하여 마을 주민들을 물러가게 한 후 또다시 적막한 들녘에 쳐진 천막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사신들은 밤이 되면서부터는 은근히 겁이 나게 되었다. 혹 미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해서였다. 그러다 고몽을 호위하여 따라온 10여 명이나 되는 사신들은 천막을 에워싸고는 주저앉은 자세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어버렸다. 그 시각에도 대기중인 서너 명의 여인들은 천막 안으로 연신 물과 음식을 나르고, 때로는 두 남녀의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곤 했다.
깊은 밤, 모두가 졸고 있는 때였다. 아마도 자시였으리라.
고몽과 교민은 이때부터 울음소리와는 근본이 다른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또한 물과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멈춘 채 행동까지도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고몽과 교민의 몸에서 그 어떤 알 수 없는 미세한 휘광이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신음소리도 훨씬 줄어들었고 거친 호흡마저도 부드럽게 들려왔다. 이때부터 두 남녀는 삼매#1)에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1) 삼매란 곧 옴의 상태와도 같다고 말하 수가 있다. 음과 양이 만났을 때 최고의 극치점에 도달하게 되면 음양의 존재가 하나가 된다. 여기서 하나라는 존재는 옴과 같고, 상태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세계라고 말할 수가 있다. 옴이라는 존재는 보다 완전하고 깊은 사랑의 파동이기 때문에 삼매에 들어갈 경우에는 기쁨이 충만되고 우주의 상태가 된다. 곧 음양이 하나가 되는 완전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시에서부터 고몽과 교민의 몸에서 내비치기 시작한 휘광은 축시를 거쳐서 인시에 이르자 눈에 뛸 정도로 밝은 휘광에 감싸였다. 이는 이른바 웅상이라 할 수 있는데, 천지에서 한인들을 이끌고 내로오는 한웅 대성존의 주위를 감쌌던 그와 같은 빛이었다.
본래 완전한 인간은 웅상이 쳐지기 마련으로, 결국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금 고몽과 교민의 몸에 감싸이기 시작한 웅상은 그들이 성으로써 완전한 하나가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었기에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묘시를 지나 진시에 이르자 그 밝음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밤새껏 머리를 숙이고 졸고 있던 여인과 사신들은 해가 떠오름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사신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기지개를 펴는데 갑자기 여인 하나가 놀란 소리를 지르며 천막을 가르켰다.
천막으로부터 밝은 빛이 퍼져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모두들 무슨 일인가 싶어 천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밝은 휘광은 고몽과 교민의 알몸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발광체와 같았다.
사신들은 이때 서인국의 도사로부터 희열의 극치점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들어온 터라 모두 밖으로 나가 마을 사내들의 접근을 가로막았다.


두 남녀의 극치에서 나오는 가늘게 떨리는 음성은 마치 신비로운 그 무엇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 그런데 그 소리는 이들의 의식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깊고 깊은 삼매의 상태에서 나오는 소리였는데,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먼 거리에까지 완연히 들리는 입체적인 소리였다.
두 남녀의 입에서 내뿜는 소리가 진시부터 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휘광은 더욱 밝게 비치기 시작했다.
사시에 이르자 주위의 구경꾼들은 물론 사신과 족장에 이르기까지 입이 벌어지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럴수가…… 오! 신비스럽도다!"
사신은 연거푸 탄성을 질러댔다.
"오, 성스러운 육체의 신비여! 신의 축복이 내리셨도라!"


오시에 이르자 고몽과 교민의 몸에서 발하는 빛은 밖의 태양빛을 압도하기 시작하더니, 미시에 이르자 천막 안에서 밖으로 내비치는 빛이 오히려 더 밝게 드러나게 되었다. 태양빛보다도 훨씬 더 밝은 이 빛은 너무나 눈이 부셔 직접 보기는 어려운 밝기였다.
그 옛날 한웅 대성존을 감싸고 있던 웅상과도 같은 빛이었는데, 당시의 뱀족·범족·곰족 등의 무리들은 너무나 밝은 웅상 때문에 대성존을 직접 바라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도 그와 같은 웅상을 드러내고 있는게 아닌가.
어느 사신 하나가 눈을 감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서인국에 높으신 두 도인께서 탄생하셨도다!"


밝은 빛은 신시까지 이어졌다.
구름처럼 모여들어 이를 지켜보는 부족의 사내들, 이들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지 모두가 정신나간 사람들처럼 멍청히 바라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뒤쪽 먼 거리에 있는 구경꾼들만이 웅성거릴뿐 모두가 경직된 자세들이었다.
최고의 밝음은 조절이라도 되는 듯 밝아졌다 조금 어두워졌다 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간간히 긴 호흡소리와 교민의 애절한 듯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여인 하나가 몰래 천막을 조금 들추고 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오자 두 손으로 눈을 감싸고는 머리를 땅에 박았다. 이 모습에 사내들은 더욱 놀라 바라보았다.


유시에 접어들면서 빛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때를 같이하여 태양빛도 점점 넘어가는 시각이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던 성의 향연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어가는지 천막 안에서는 요란한 신음소리가 다시금 울리기 시작하였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이같은 두 남녀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소리가 점차 줄어들더니 최후의 밝은 광채가 잠깐 동안 비치게 되었다. 이때가 두 남녀의 성의 향연의 마지막 행동이었는데, 밝은 빛은 태양이 낮 동안 최고조로 발할 때의 밝기와 같았다
벌써 술시가 다 된 시각이어서 해는 넘어가고 주위는 땅거미가 이는 제법 어두운 저녁이었다. 잠깐의 밝기가 천막에서 비치기 시작하자 천을 뚫고 나온 빛이 어찌나 밝은지 천막 바깥에서는 마치 태양이 내리비칠 때와 같았다.
와--- 와--- 하는 부족 사내들의 놀라움과 함께 빛은 서서히 수그러들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오랜시간 계속되던 고몽과 교민의 성의 향연도 끝이 났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웅상이 발하고 있었고, 육체는 이미 보통의 상태가 아니었다. 신비스러운 웅상이 어두운 천막 안을 밝히고 있었다. 끝이 났어도 둘의 몸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 상태로 오래도록 움직임이 없이 머물러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진 지 오랜 시각이었다. 소리도 없고 빛도 사라지자 몰려들었던 사람들도 뒤쪽에 있던 사람들부터 하나둘씩 마을로 사라졌다. 근처에 있던 사내들만이 아직도 어떤 모습일까 하여 지키고 앉아 있었다. 천막 주위에는 장작불 하나가 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밀착된 상태의 두 남녀는 일어나 앉았다. 이미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행동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통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기나긴 사마디 속에서 두 남녀는 설명할 수 없는 진리의 그 무엇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20일 저녁 술시에 시작하여 23일 술시에 이르러서 끝난 이 성의 향연은 꼬박 3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정식으로 삼매를 이룬 시간도 열두 시간이었으니, 성으로써 삼매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으로는 최고이리라.
밖에서 사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고몽과 교민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둘은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교민, 나의 아내가 되어주오. 우리는 알고 보니 전생으로부터 못 이룬 사랑을 나누었고, 이번 생애에 나누어야 할 성의 사랑도 이루었으니, 나의 아내가 되어 미래의 삶을 함께 살아갑시다."
"고몽 어르신, 아니 되옵니다. 어르신께서는 성주의 아드님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미천한 몸으로 부족인들의 성의 제물이 되어왔던 여인입니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오. 누가 뭐래도 그대는 나의 아내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마시오, 교민!"
이것이 고몽과 교민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으면서 나눈, 언어 이전의 감각으로 나눈 정신적인 대화였다."
마침내 고몽과 교민이 밖으로 나오자 사신들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마을의 사내들도 모여들었다. 고몽과 교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천막을 열고 나온 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고몽과 교민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웅상이 둘러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신령과도 같았다. 고몽의 오른손과 교민의 왼손은 깍지를 끼고 있었다. 이들이 서서 미소를 머금고 주위의 사내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놀라 뒷걸음치며 달아났다.


몸의 웅상보다도 머리에 있는 두상은 더욱 밝았다. 환한 빛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감돌고 백색의 피부에서는 밝은 광채가 발산되고 있었다.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쪽이 진짜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외모였다.
이렇게 고몽과 교민은 도사가 되어 이튿날 서인국으로 떠났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태춘은 다른 칸막이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미 미루나기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외모가 예쁘다는 이유도 있었다. 태춘이 예쁜 외모에 미루나기가 되자 단번에 기둥서방이 다섯이나 생기게 되었다.
사실 살파에서 미루나기를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침울하고 암울한 살파 내의 공기의 흐름은 여인들을 침묵 속에서 보내도록 손발을 묶어놓은 상태였으니, 말하자면 적극적으로 가르쳐주기가 귀찮은 환경이랄까?
그래도 몇몇 나이 든 여인들은 젊은 여인들에게 비기를 전수하였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굶주림에서 해방되라는 뜻에서였고, 또 하나는 사내들의 정기를 뽑아내어 죽이라는 뜻에서였다.
살파 내에서 일단 미루나기로 통하게 되면 기둥서방이 생기게 되는데, 기둥서방을 잘 대해 줄 경우 최소한 굶주림은 면할 수 있었다.
태춘이 미루나기 칸막이에서 지내기 시작한 지 얼마 후, 가을이 시작되는 때였다. 동이 트기 전부터 새로운 미루나기로 등장한 태춘에게로 사내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봄이 여인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들의 계절인 듯, 어느 계절보다도 사내들의 힘이 거세었다.
"좋다, 오너라!"


태춘은 이를 악물고 아침부터 사내들을 받았다.
한 명, 두 명, 세 명…… 거듭될수록 태춘은 괴로웠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온몸을 휘감을 듯 사지에 전해져왔다.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도 끝없이 밀려왔다.
하지만 살파 내에서는 어느 누구든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시달리는 여인에게 제동을 거는 사람이 존재하질 않았다. 당하는 여인은 끝까지 당하게 되어 소변과 같은 생리적인 일도 볼수 없을 정도였다.
줄줄이 서 있는 사내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으며 기다렸다.
저녁 무렵, 견디다 못한 태춘은 기절하고 말았다. 밑에서 전해져 오는 감각이 없을 정도로 당한 태춘은 막장이 깨운후에도 일어설 줄 몰랐다.
의식은 돌아왔으나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누워 천장만 바라다보았다. 막장은 태춘을 자신의 칸막이로 옮기고 뜨거운 물에 적신 헝겊을 그녀의 아랫도리에 대주었다.
"쯧쯧, 어린 것이……."
이미 그의 가슴속에는 사내들에 대한 용서의 마음이 티끌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태춘이 있는 곳의 막장뿐 아니라 모든 여인들의 마음 전체가 이와 같았다.



뜨거운 헝겊이 닿을 때마다 태춘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지쳐 잠이 들었다. 이때 태춘은 처음으로 진기한 꿈을 꾸었다.
끝이 안 보이는 드넓은 대지 위에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다. 태춘은 거대하게 늘어난 자신의 몸을 끝없이 펼쳐진 유채밭 위에 알몸으로 천천히 뉘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날아다니는 새도 없고 맑고 투명한 하늘은 높게만 보였다.
유채밭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바라다보는 또 하나의 자신이 있음을 느끼는 순간 태춘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라다보는 또 하나의 자신은 '어머, 무슨 일일까?'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거대한 모습의 자신이 다리를 벌렸다. 다리 사이로 드러난 자신의 여음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몸은 전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큰 여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럴수가?"
태춘은 꿈속에서도 본능적인 수치스러움 때문에 몸둘 바를 몰라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하늘이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강렬한 오색빛이 날아와 자신의 거대한 여음 속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어찌 된 일일까?"
여음 속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바라다보는 태춘이 발걸음을 두어 한 발짝 옮겼을 때 거대한 동굴안에서 무지개가 나오더니 온 대지를 뒤덮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한 필의 요란한 말발굽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백마 위에 여신의 모습을 한 여인이 불칼을 들고 밖으로 달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태춘은 놀랍기도 하였지만 마주친 순간 같은 여인이란 생각을 하니 무섭지가 않았다.
자세히보니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몸을 보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으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은 허리까지 이르렀고, 오른손에 든 칼은 손잡이를 제외하고는 이글거리는 불로 타고 있었다. 말과 함께 감싸인 웅상은 눈부실 정도였다.
말은 천천히 걸어가다가 우뚝 섰다. 태춘은 호기심에 여인에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그러나 그 여인은 아무런 표정도 없고 움직임도 없이, 시선마저도 끝없이 먼 곳을 주시한 채로 있었다.
다시한번 손을 흔들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금 앞으로 걸어가 또 한번 손을 흔들자, 말에 탄 여인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마주친 순간 태춘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천사보다도 더 예쁜 모습이었지만 눈은 손에 든 불칼보다도 더 이글거리고 있었다.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두 볼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태춘과 눈이 마주치자 분노의 모습은 사라졌는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다보았다.
그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여인은 태춘을 향하여,
"나의 모습을 기억하시오."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에 태춘도 꿈에서 깨어나 현실세계인 살파로 돌아왔다.
태춘은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알몸을 멍청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막장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깨어났는가? 오늘은 이곳에서 나와 함께 있도록 하자."
"막장님,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아직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듯, 태춘은 소녀와 같은 말투로 막장에게 꿈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네 이름이 태춘인가?"
막장은 꿈이야기를 듣더니 그녀의 이름을 묻고는,
"그 꿈은 예사로운 꿈이 아니구나."
하고 태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잘 들어라. 네가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만, 네가 더욱 성장하거든 나의 말을 되새겨보아라! 지금은 네가 나의 말뜻을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간에 들려주는 것이니, 다만 잊지 말고 기억하고 있어라!"


그날 저녁, 막장은 늦은 시각까지 태춘에게 부족국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부족국의 사내들 마음속에는 우리 여인들의 존재란 하나의 부속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여인에 대한 애정은 저들에게서는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며, 지금은 여인들을 짐승처럼 취급하고 있다. 잘 들어라. 지금 나와 같은 나이의 여인들은 이미 늙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 여인들의 시대가 밝아진다는 희망도 없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멀지 않아 우리 여인들은 모두가 죽어버릴 것이다. 그 동안 여러 곳의 살파에서 반란도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여인들은 엄청난 피만 흘리고 말았다. 우리 나이 든 여인들은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살파가 생긴 이후 나이가 든 여인들끼리 각 살파마다 비밀스럽게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론 집단으로 도망치기도 하였다. 우리 여인들은 너무나 굶주리면서 살아왔기에 반란을 일으켜도 싸울 힘이 없었다. 뼈마디가 앙상한 여인이 소리질러봤자 시전군의 한주먹이면 바닥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다. 태춘아, 네가 열다섯이라 하였지?"
"네."
"네가 태어나기 일년쯤 전이었다."
태춘과 막장이 있는 곳은 다섯 번째 칸막이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문간 바로 옆이었다. 때문에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희미하게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막장은 알몸으로 누워 있는 태춘 옆에 다리 하나를 세우고 앉아서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응시하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그때 나는 우징에 있었다. 그때만 하여도 살파가 생긴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여인의 수도 이와 같은 대인원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인들에게 가해지는 매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먹는 것도 그렇고…… 우리 젊은 여인들은 그때에 죽기를 각오하고 반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각 살파마다 비밀스럽게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8월 대보름달이 뜨는 날 우리는 아예 목숨을 내걸고 싸우기로 하였단다. 빈약한 여인의 몸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여 피골이 상접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몽둥이와 돌을 집어들고 반란을 일으켰지. 그것도 우징 전체의 여인들이 일시에 일어났던 거였다. 지금 너에게 그 반란의 이야기를 전부 해줄 수는 없지만, 아무튼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것이, 여인들에게는 싸울 만한 기력이 없었다. 살파가 생기고 하루에 한 끼니로 바뀌어버린 이후, 우리 여인들의 체력이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는지라 결국 모두 붙잡히게 되었다. 반란에 가담한 여인들은 모두가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만 하였다. 주동자들은 모두 죽게 되었는데, 그들은 눈뜨고는 볼 수 없는 형벌을 당하고 죽었다. 내 입으로는 차마 그때의 참혹한 상황을 너에게 들려줄 수가 없다. 나머지 여인들도 이레 동안을 굶어야 하는 고통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때 우징 부족 내에 있던 모든 살파의 여인들은 절반이 굶어죽었지. 그 일로 인해 다른 부족의 여인들은 겁에 질려 도저히 도망을 가거나 반란을 일으킬 수가 없었단다. 그 후 네가 열 살쯤 되던 어느 때에 순측에서도 대규모의 반란이 일어났단다. 열 살쯤 되던 이때에도 엄청날 정도로 싸움에 싸움을 거듭하였지. 그러나 결국은 여인들만 피를 흘리고 끝이 나버렸다.


정말 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듬해 서현에서도 소규모로 반란이 일어났단다. 낮이면 보이는 저 앞산 너머에 있는 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지. 반란을 일으킨 여인들은 나중에 시전군에게 잡혀 처형당하게 되었는데, 그 처참함과 끔찍함이란 도무지 말로 다 할 수가 없구나. 그들은 여인들의 몸을 분해하여 죽였단다. 오장육부를 모두 끄집어내었고, 살과 뼈를 분해하고 눈알과 머릿속의 골을 끄집어내고, 그리고 반란에 가담했던 여인들을 세워놓고는 그것을 강제로 먹게끔 하였다."


누운 상태에서 멍하니 듣고 있던 태춘은 구역질이 나는 듯 기침을 하며 침을 삼켰다.
"태춘아! 그 정도는 순측에서 일어났던 여인 반란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라. 나는 너의 꿈이야기를 듣고 왠지 모르게 희망 같은 걸 느끼게 되는구나! 이미 부족의 남자들은 완전히 변하였다. 저들 사내들이 인간으로 돌아오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이미 용장의 후예는 끝이 난 것이며, 멀지 않아 막이 내릴 것이다. 그것이 또한 저승에 계신 용장의 바램일 것이며, 우리 여인의 바램인 것이다. 비록 우리 여인들의 몸은 사내들의 제물이 되어버렸어도 정신까지 제물이 되어서는 안되느니라. 나는 이곳에서 늙어버린 여인이다. 나는 여인들에게 희망이 있는 일이라면 그간에 무슨 일이라도 함께 해왔다. 나는 몇 번에 걸쳐서 너와 같은 꿈을 꾼 여인이 있을 때면 내 목숨을 걸고서 동인으로 도망시켰다.


나는 언젠가 위대한 여인이 등장하여 나라를 일으킬 것이라는 굳은 희망을 걸고 살아가고 있느니라."
막장이 태춘을 사흘 동안이나 자신의 칸막이 속에 숨겨주었는데, 사흘째 되는 날 동인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준 후에 밤을 이용하여 탈출시켰다.


태춘은 밤을 도와 부지런히 동인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