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버리는 것이 '구도'가 아니다

 

 삶은 수많은 영화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것과 같아서, 사람들은 그 속에서 거의 제 정신을 잃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의 일들을 사실로 알고 있으니 거기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머리를 깎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세상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단절하고 삶으로부터 떠나서 홀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무 잘못이 없고, 삶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의식이 아직 깨어나 있지 못하여, 어둠 속에서 스스로 혼란과 고통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문제는 세상을 버림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이 꿈속을 헤매고 있는 한 어디를 가도 그곳은 여전히 꿈속일 뿐입니다. 그러니 삶을 버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조용한 장소를 찾을 수는 있습니다. 온갖 관계와 사연으로 얽히고설킨 어두운 의식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삶을 관조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삶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마음을 비우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머리를 깎는 것은 마음을 깎기 위함이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떠나는 것도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만물은 신의 표현입니다. 무한한 세계, 수많은 존재 하나하나가 모두 신의 나타남입니다. 신은 어디 특별한 곳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여기에 있고, 신은 저기에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신은 물과 공기처럼 모든 것을 감싸고 모든 것에 가득 차 있는 살아 있는 의식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은 그 자체로서 이미 신입니다. 우리가 바로 신이며, 우리의 삶 자체가 곧 신의 흐름입니다.

 

세상은 의식을 성숙시키는 둥지이며, 삶은 신성을 일깨우기 위해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부정하지도 말고, 삶으로부터 떠나지도 마십시오. 세상을 등지는 것은 신을 등지는 것입니다. 삶을 버리는 것은 신을 버리는 것입니다.

 

삶에 대해서는 ‘중도’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삶은 욕심낼 것도 아니고, 부정할 것도 아닙니다. 감각은 집착해서는 안 되지만, 배척하는 것도 잘못된 태도입니다. 부정하고 배척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척은 집착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집착이든 배척이든 둘 다 감각의 세계에 머물러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끌어당기는 것이나 밀어내는 것이나 여전히 감각의 세계에 갇혀 씨름 중에 있는 것입니다. 집착도 배척도 없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롭게 되고, 변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삶을 거부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감각과 욕망과 감정과 생각을 정화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입니다. 삶은 깨달음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우리를 진보시키는 수련장입니다. 

 

출처: http://cafe.daum.net/sinmunmyung(새누리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