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관념을 넘어 빛과 하나 되기

 

 

욕망은 어리석음에서 연유한 것이기에, 그 마음이 깨달음에 이르게 되면, 햇볕 아래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그것을 다스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비록 욕망이 일어난다 해도 제대로 다스릴 수만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주시하는 데 있어 그다지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욕망은 억지로 금하거나 누른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끈질기게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욕망에 집착하여 정신을 잃어버려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억압하고 멀리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억압하고 멀리하는 것은 그가 아직 욕망과 집착 속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집착이 없으면, 억압할 필요도 없다. 집착이 있기 때문에 억압하려고 한다. 집착도 억압도 모두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욕망이 일어나면, 거기에 매몰되지도 말고, 그것을 누르려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것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두고, 다만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조용히 관찰할 수 있는 자세만 가지면 된다. 명예욕이건, 물욕이건, 정욕이건, 일어나는 순간에 잠시 떨어져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힘을 잃고 만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며 초라한 것인가, 얼마나 뜬구름 같은 것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욕망이 아무 때나 들고 일어난다 해도 그것에 붙잡히거나 매몰되지 않는다. 요컨대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끌리지도 않고 억누르지도 않는 것,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고 그저 되어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 다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차분히 바라보는 것, 그러면 되는 것이다.

 

관념을 관념으로 타파할 수는 없다.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로 밀어낼 수 없고 오직 빛에 의해서만 사라진다. 그림자는 결코 빛을 불러올 수 없다. 그림자는 어디까지나 힘없는 그림자일 뿐으로, 어딘가에 빛이 존재한다는 암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정작 빛과는 아무 것도 닮은 데가 없다.

 

관념과 실상은 전혀 다른 차원이어서 그 중간에는 아무것도 연결될 수가 없다. 길도 없고 다리도 없다. 그 사이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철벽이 가로막고 서 있거나, 아니면 밧줄 하나 걸려 있지 않은 천 길 낭떠러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

 

의식적인 노력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고 안정되게 만들어 주긴 하지만, 그 성품을 근본에서부터 변모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교리와 학설을 공부하고, 아무리 많은 생각으로 진리를 추구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어와 문자로 이루어진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관념에 머물러 있는 한, 참 진리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적인 방법들 역시 실상을 알게 해 주지는 못한다. 계율을 잘 지킨다고 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것도 아니고, 선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의식행사와 기도를 되풀이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호흡이나 신체 단련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런 방법들은 심리적 안정과 건강에는 도움을 주지만, 깨달음에 이르게 해 주진 않는다.

 

깨달음은 관념이나 방편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념이나 방편은 기껏해야 철벽과 낭떠러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벽을 넘고 허공을 건너는 것은 교리나 학설, 그 어떤 외부적인 방법으로도 불가능하다. 마음이 관념이나 방편들로 채워질수록 진리 실상에 접근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니 먼저 그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이나 인위적인 노력을 중지하고 무심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이의 마음에는 관념이나 목적 따위는 없다. 그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상을 향해 직접적으로 몰입한다. 아무 생각 없이 대상과 접하여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특권이며, 그들을 그토록 생기와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진리의 빛은 모든 관념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비로소 등장한다. 관념과 관념에 의한 행위는 결코 빛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빛은 빛으로부터 나온다. 빛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빛에 관한 모든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그냥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구름이 걷히면 태양이 나타나듯이, 우리 마음이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철벽을 돌파하고 낭떠러지를 건너뛰게 된다.

 

이것은 ‘직관’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상이요 기도다. 이것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직관의 길은 ‘길이 아닌 길’이다. 직관은 그림자 속에서 빛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삼켜서 스스로 빛이 되는 것’이다. 직관 속에서는 지식이나 관념은 한 조각 휴지로 사라진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계율은 지켜지고 선행은 이루어진다. 호흡은 저절로 깊어지고 이 몸은 그냥 두어도 조화로이 변모하게 된다.

 

출처: http://cafe.daum.net/sinmunmyung/hNoN/123 (빛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