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을 통한 민족통일

 

 

노태구(담원)

전 경기대 사회과학대학장, 민족통일학회장

 

 

 

-정치개혁을 통한 민족통일-

  

민주적 민족주의


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정치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족의식에 입각한 민족주의 정치이념을 평화와 통일의 정치이데올로기로 삼고자 한다. 이것은 팽창적 제국주의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는 민주적 자유주의의 민족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것이다. 남북은 반만년 역사를 통해 언어, 종족, 사상, 문화, 종교, 영토를 동질적으로 향유해 온 단군의 후예이므로, 배달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해 민족주의 이론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서구에서도 프랑스혁명 이후 민족주의는 정치학 교과과정의 한 분야로 통일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전문적으로 다루어 왔다. 제임스 켈라스의 민족주의 이론은 개별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정치사상적 연구로, 그는 잉글랜드로부터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위해 민족주의를 국제정치학적 관점에 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소련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온 동구의 약소국가 출신 학자들은, 프랑크푸르트학파나 일제시대 신간회운동의 정치사상과 같이, 유물론에 기초한 공산주의와 관념론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하여, 제3의 평화통일 정치이론으로 자민족의 민족해방운동의 일환인 민족주의를 새로운 연구과제로 진행해왔다.


나는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민족주의 정치이념의 정립을 위해 '동학혁명'과 '태평천국혁명'을 비교연구한 적이 있는데, 중국의 경우 '태평천국의 난'을 거쳐 오늘날 '태평천국혁명'으로까지 승화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민족혁명인 '동학혁명'으로 부르지 못하고 '동학난'이나 '동학운동', '동학농민혁명'으로 부르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태평천국혁명'처럼 '동학혁명' 또는 '동학민족혁명'으로 평가될 때 비로소 우리 민족은 완전한 자주독립 민족국가를 이루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동학)민족주의를 민족통일의 정치이데올로기로 내세우면서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계급의식을 넘어 남북한 모든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한민족의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통일과 인간중심의 정치


우리는 인간 중심 정치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평화통일의 과업에 참여하여 민주적 민족주의를 구현해나가야 한다. 한국민족주의 이념의 고양으로 민족의 자주적 지위와 창조적 역할을 높여가야 한다. 인간은 각 개인으로서도, 강화 발전된 물질적 힘과 정신적 힘으로 자신의 자주적 지위와 창조적 역할을 높여가야 한다. 


물질적 생명력, 정신적 생명력, 사회협조적 생명력은 인간생명력의 3대 구성요소다. 따라서 인간의 3대 생명력의 발전 수준에 맞게 인간의 자주적 지위와 창조적 역할의 수준이 달라진다.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보면, 존재의 객관적 측면만을 본질로 보는 유물론이나, 주관적 측면만을 본질로 보는 관념론은, 다 같이 존재의 일면성만 보는 과오를 범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민주적 민족주의 정치는 경제, 문화, 정치 등 인간생명력의 3요소에 의거하여 인간 중심의 사고로 펼쳐나가는 것이다.


동양에는 음양오행이라는 상당히 발전적인 학설이 있다. 탈레스는 그저 물이다 불이다 정도의 얘기를 했지만, 동양에서는 음기와 양기로 나누어 그것이 오행으로 구현된다는 사고를 했다. 서양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서양철학화해서 기일원론을 유물론, 리일원론을 관념론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별개가 아니다. 기라고 하는 것은 물질을 자꾸 분석하다보면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오늘날 입자와 파동을 하나로 보는 양자역학은 오히려 동양철학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중심철학이 유물론과 관념론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존재 자체에 이미 객관성과 주관성이 있고, 그것이 자꾸 발전하면서 생명력이 결합되어간다. 동학이 유, 불, 선으로서 종합되어진 것이 아니라, 풍류도처럼 이미 같은 속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동학의 인내천은 인간과 한울을 하나로 보는 것이고 이것은 인간중심철학의 기본 바탕이다.


온전한 민주주의로 새로운 미래를


양극사상의 분단 논리가 반평화주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재와 혼란을 해결하고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이념철학은 인간중심 민족주의이다. 양극사회로부터 초래된 수많은 정치적 비극이 그 얼마인가? 위기를 극복하고 조국을 하나로 부둥켜안으려면 우리 모두가 합심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이념이 나와야 한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표만 얻으면 당선이라는 잘못된 다수결 원리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활개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세계로 웅비할 수 잇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아직까지도 신탁통치 이후 남북의 양극사상 교육으로 길들여진 정치이념적 재앙이 남남갈등까지 만들어내면서 오늘날의 혼란과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이 정치적 민주주의의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모르고 있다. 경제논리만으로는 고장난 정치를 해결할 수 없다. 정치안정 없이 사회안정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인간성 타락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발전만을 추구한 편향된 정치로 인한 비극임을 모르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다 같이 발전하는 온전한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 통일을 위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고 전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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