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파수꾼 코디우거스




  한번은 내가 어떤 주간신문에 시 한 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대중적인 신문은 아니었고 종교기관에서 발행하는 신문이었다.

  그 신문에 나의 시 한 편이 소개된 후 여러 독자들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았는데, 어떤 독자는 직접 찾아와 면담을 나누기도 했다. 나를 찾은 독자 중에 한 분은 일흔이 넘은 어른도 있었는데, 상당히 긴 시간 시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 적이 있었다.

  내가 발표한 시의 제목이 <인생>이었는데, 그때 내 나이는 불과 스물을 갓 넘긴 때였다. 젊은 나이에 너무 조숙한 관념으로 작성한 시의 내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든 어른과 시의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나누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노인 독자는 아주 진지한 자세로 나와의 대담에 임했다,

  내가 쓴 <인생>이란 시의 내용은 이렇게 나갔다.

  허무한 꿈인 것을/한 조각, 구름인 것을/안개처럼 사그라질/볼 품 없는 잔영인 것을/밤새워 헤매 찾아 다투옵는 무리여 . . . . . .(이하 생략)

  시의 내용에 대하여 노인 독자는 이렇게 평했다.

  “내가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작자의 나이가 꽤 됐을 것으로 생각했네. 그런데 막상 작자인 자네를 만나고 나니 예상이 너무 빗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쨌든 자네가 쓴 시의 구절구절이 내 심정의 정곡을 찌르고 있네. 어쩌면 젊은 나이에 인생이란 의미를 그렇게 함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었나. 자네 시를 음미하고 있으면 느껴지는 점이 많아. 앞으로도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좋은 시 많이 써서 상실된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게나.”

  나이 든 어른한테 그런 평가를 들으니 도리어 기분이 이상했다. 겸연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제가 인생을 깊게 깨달아서 이런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어쩌다 순간 떠오른 시상에 의하여 몇 자 적어본 것뿐입니다. 어른께서 그런 칭찬을 하시니 마음이 어색해서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인 독자는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야 조금도 어색할 거 없어. 순간 떠오른 시상이라고는 하지만 인생을 깊게 관조하지 않으면 결코 그런 내용을 표현할 수 없어. 앞으로 나이 같은 건 따지지 말고 우리 좋은 친구가 되어 보세.”

  그렇게 노인독자와 상당히 긴 시간 대담을 나누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노인은 몇 년 전까지 지방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강의했던 학자란다. 40대에 상처하고 일찍 홀로 된 몸인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이야. 그래서 네가 쓴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았나보다. 노인이 부탁한대로 좋은 친구가 되어서 따뜻한 우정을 베풀어라. 너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의식이 해맑고 고운영혼의 소유자란다.’

  노인독자는 내 귀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눈치 채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내가 즉석에서 노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젊어서 부인을 잃고 혼자 지내시느라 외로움이 크시겠어요. 앞으로 미력하나마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철학자님께서도 저에게 좋은 가르침 많이 베풀어주세요.”

  노인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어떻게 나의 신분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었나?”

  “대충 아는 방법이 있어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내 모습만 보고도 일찍 상처한 철학자로 보이던가? 얼굴에 그렇게 씌어있기라도 하나?”

  “사실은 우주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철학자님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거든요. 그 목소리를 듣고 본의 아니게 철학자님의 신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목소리는 철학자님과 제가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자네에게는 우주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신통력이 있었나?”

  “어쩌다보니 우주의 소리를 듣게 되었고 우주와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나 이런 내용을 철학자님만 아시고 다른 곳에 소문을 내지는 마세요. 소문을 내도 믿어줄 사람도 없겠지만요. 철학자님도 제 말이 너무 허황되게 들리시죠?”

  “그렇지 않다네. 오히려 내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명색이 철학자이면서 아직 우주의 소리를 듣지 못한 내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그러나 우주의 소리를 듣고 있는 자네야 말로 영혼이 깨어 있음이 분명해. 또 자네는 우주로부터 선택받은 자가 분명해. 그럼 앞으로 우주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나에게도 전달해 주게. 그리고 우주의 목소리처럼 우리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보세.”

  “그렇게 할게요, 철학자님. 그 대신 저와 함께 지구의 파수꾼이 되는 일에 동참해 주세요.”

  “그 약속을 지키겠네.”

  이 후로 철학자와 자주 만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을 받아왔다. 철학자는 우주로부터 선물 받은 큰 선물이었다.




  이런 현상은 자주 있었다.

  낯선 사람과 사귈 때 상대방의 정체를 알려주며 가까이 할 사람과 멀리 할 사람을 결정해주기도 했다. 나중에 수소문해 보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알려 준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모든 사물에 대한 예지력이 탁월한 존재였다.

  한 번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이런 제안을 했다.

  ‘네가 장차 큰 파수꾼이 되기 위해서는 미지의 세상을 바라보는 큰 눈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미래를 예언하는 예지력으로 인류의 큰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그래서 나는

  “예지력은 하늘이 점지해 준 큰 힘이 아닙니까? 그래서 하늘이 보낸 큰 인물들이나 미래를 예언하고 다가 올 일들에 대한 예지력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까?”하고 반문했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지구인류들의 속담처럼, 장차 지구최후의 날이 다가오기 전 초능력의 힘이 지구를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한 자는 끝없이 도달하고, 낮은 차원의 정신세계로 추락한 자는 끝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날의 불행 앞에서 아무리 풍성한 물질의 힘으로도 아무리 발달한 과학의 힘으로도 재앙을 벗어나지는 못하리라. 맑고 고운 영혼들과 초능력을 소유한 소수의 자들만이 보이지 않는 빛의 보호를 받으리라. 그때를 대비하여 풍성한 예지력을 기르고 미래를 예언해 주어라. 듣는 자는 듣고 비웃는 자는 비웃더라도 파수꾼의 역할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진지하기만 했다.

  “예지력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없으며 미래의 예언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주정신세계가 크게 열리고 우주와 합일체를 이루면 우주의 영감으로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우주의 음성을 온전히 수용하고 온전히 전달해 주어라. 그 이상 지구인류들에게 최후의 날을 대비한 예지력은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듣는 자는 듣고 비웃는 자는 비웃더라도, 네 파수꾼의 임무를 저버리지 마라라.’

  “당신의 말씀을 온전히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예지력이요 지구인류들에게 전달할 예언이란 뜻이군요?”

  ‘그렇다.’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요?”

  ‘쉬운 것 같아도 쉽지 않은 문제다. 네 정신세계가 더욱 크게 열리기 전에 나의 입을 통해 전달해주는 우주의 소식을 온전히 수용하고 실천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 의식부터 큰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네 의식수준을 지금보다는 끝없이 더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면 미래를 내다보는 놀라운 예지력과 예언의 힘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 온전한 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명심하여라.’

  “그러한 단계에 오르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요?”

  ‘지금 상태라면 30년의 노력은 더 필요하다. 그래도 너는 더 기다리며 높은 의식수준에 도달하도록 수행을 멈추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당신의 힘이 늘 함께만 하신다면 그 보다 더 많은 시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당신도 제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줄 수 있나요?”

  ‘우리는 1만년의 세월도 기다리며 지구최후의 날을 지켜 줄 준비를 멈추지 아니했다. 그러한 심정으로 너를 기다리고 파수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지구의 파수꾼들은 많이 양성되어 있나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소수정예의 조직을 갖추고 있단다. 그들이 곧 코디우거스란 이름을 가진 감추어진 조직이며 고운 영혼들의 집합이기도 하단다.’

  “코디우거스란 무슨 뜻이지요?”

  ‘우주의 전령사란 뜻이지.’

  “지구의 파수꾼들인 코디우거스는 주로 어떤 일들을 수행하고 있지요?”

  ‘수행하는 일들은 많지만 대부분 최후의 날을 준비하는 일들이지. 즉 지구인류들이 장래에 처할 정신적 공허, 환경적 공허, 생태적 공허들을 미리부터 내다보며 재앙을 늦추기 위해 혼신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지. 너도 장차 파수꾼의 정예요원은 아닐지라도 코디우거스운동에 적극 가담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맡겨만 주시면 정성을 다 해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코디우거스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인사들은 주로 어떤 신분의 소유자들인가요?”

  ‘유명한 학자나 종교 지도자도 포함되어 있고 지구인류들의 흑인 백인 황인종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낮은 신분과 높은 신분들이 골고루 섞여 있단다.’

  “코디우거스운동은 지구인류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활동인가요?”

  ‘감추어진 조직의 활동이므로 비공개활동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지. 그러나 코디우거스운동은 지구에서만 실천하는 활동이 아니라 우주광역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주캠페인이기도 하단다.’

  “코디우거스조직은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광역에서 살고 있는 다른 인류세계에도 갖추어져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단다.’

  “코디우거스운동을 그처럼 우주광역으로 실천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이지요?”

  ‘한마디로 우주정신세계의 이상을 모든 우주에 실현하기 위해서지. 그리하여 우주파수꾼의 역할을 완수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 우리들이 지구를 찾아오는 일도, 다른 인류의 문명세계를 찾아다니는 일도, 한 가지 목적이 우주파수꾼의 사명이니까.’

  “그런 위대한 사명을 띠고 지구를 방문하고 있는 당신들의 정체는 왜 지구인류들에게 비밀이며 공개되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은 은밀하게 지구를 찾아오고 은밀하게 떠나고 있기 때문이지.’

  “당신들의 정체를 공개하면 나쁜 불상사들이 발생하기라도 하나요?”

  ‘지구인류들의 관습상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부터 지구인류들에게 은밀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단다. 공개된 모습으로 나타나서 공개적인 교류를 나눌 때도 있었단다. 바로 고대의 우주문명시대에 있었던 일들이지.’

  “당신들이 지구를 찾기 시작한 역사는 얼마나 되는데요?”

  ‘1만년 이상이란다.’

  “1만년 전이라면 지구인류들이 아직 문명의 잠에서 깨기도 전 원시문화가 판을 치던 사회가 아니었나요?”

  ‘아니란다. 지구인류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찬란한 문명이 꽃피었던 고대문명국가는 1만년 전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단다. 그때 고대문명국가들은 모든 백성들이 우주문명을 수용해서 천시민의 자질로 살아가고 있었단다. 말하자면 우주사상과 일치된 삶을 살아가던 인류의 역사가 고대에 존재했던 셈이지. 새 하늘과 새 땅이 그때 열리고, 하늘시민들의 자격을 갖추고 살았던 인류들은 현대의 인류들이 누릴 수 없었던 우주문명을 계승시켜 오기도 했단다. 그때 우리들은 우주의 친선사절로서 거리낌 없이 지구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우주문명을 전달해주고 했지. 그러한 전통이 중도에 좌절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단다.’

  “문명의 암흑기처럼 생각했던 그 시대에 벌써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려 고차원의 정신세계와 아름다운 정신문명이 꽃피고 있었다는 소식이군요?”

  ‘그렇단다. 지혜로운 우주선민들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천시를 이루고 우주의 아름다운 사상을 인류에게 널리 펼치고 있던 우주문명 시대가 1만년 전 네가 살고 있는 작은 나라에 존재했단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그 우주선민의 후손들이 긴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 시대사명에 걸 맞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구최후의 날이 다가오기 전 천시민의 후예들은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는 절정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시대란 뜻이군요?”

  ‘천시민들의 후예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지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우주선민의 후손들 중에서 코디우거스 정예요원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지구운명의 미래는 밝다고 점칠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우주선민의 후손인 하리의 사명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있어요.”

  ‘어떤 의문이냐?’

  “지구인류들의 고대사회에 그렇게 뛰어난 우주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지속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지요?”

  ‘다른 지구인류들의 나쁜 악습과 동화되며 물질적 탐욕과 이기적인 욕망들로 눈이 어두워져 정신세계가 황폐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곧 지구인류들의 정신세계가 황폐화되면서 우주정신세계도 서서히 모습을 감추어가고 있었지. 그때부터 지구를 방문한 우리들 세계의 모습도 지구인류들과 우주선민들의 시야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설명해 줄 수 있겠구나.’

  “지구인류들의 시야에서 당신들의 모습은 감춰졌지만 지구의 방문은 계속되어 왔다는 설명이군요?”

  ‘그랬단다. 우리들이 지구인류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할 때 우리들은 지구최후의 날을 예지하고 있었고, 그날을 준비하고 준비하며 대비책을 세워오고 있었단다. 그 준비된 모습이 지구의 해저기지에 건설되어 있는 우리들의 지하도시이지.’

  “당신은 언제부터 지구를 방문하기 시작했나요?”

  ‘80년이 넘는단다. 그때부터 나는 지구와 우리들 세상을 왕래하면서 맡겨진 소임을 완수해 왔단다.’

  “지금 당신의 나이는 얼마인가요?”

  ‘우주나이로 150세란다.’

  “그러면 당신은 엄청난 할아버지시군요.”

  ‘지구의 나이로는 할아버지이지만 우리들 세계에서는 젊은 나이에 불과하단다. 우리들 세계의 인류들이 평균수명 350세이니까 150세의 나이로는 청년 측에도 들지 않지. 더구나 나에게는 너와 비슷한 연배의 딸도 있지. 그러므로 나에게 할아버지란 이름은 어울리지 않단다.’

  “당신들 세계의 인류들은 백세가 넘어서도 자녀를 낳을 수 있나요?”

  ‘우리들 세계에서 결혼의 적령기가 60세 정도이고 200세까지는 자녀를 낳을 수 있단다.’

  “그러면 평생 동안 엄청난 자녀를 낳고 살겠네요.”

  ‘그렇지 않고 한두 명에 불과하단다. 우리들 세상에서 자녀를 가지는 일이 쉽지는 않단다.’

  “그렇게 귀하게 얻은 따님인데 우주여행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따님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겠어요.”

  ‘내 딸도 나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서 지금 지구의 해저기지에 머물고 있지.’

  “너무 뜻밖의 소식이군요. 당신의 따님이 어떻게 생겼을 지 궁금해 죽겠어요. 따님의 얼굴은 예쁜가요?”

  ‘지구인류들의 표현대로 하자면 천사처럼 예쁘지.’

  “만나보고 싶네요.”

  ‘내 딸도 너와 친구가 되면 좋아할 것이다. 우리 해저기지를 방문하는 날 둘을 친구로 맺어주지.’

  “그 약속을 꼭 지켜줄 수 있나요?”

  ‘이제까지 너에게 한 모든 약속이 다 유효하다.’

  “그러면 당신의 따님을 만나는 날까지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야겠군요.”

  ‘많이 설레고 기다려 보아라.’

  “어떻든 당신이 80년 동안이나 지구를 방문하셨다면 지구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손바닥처럼 꿰뚫어보고 계시겠네요?”

  ‘당연하지. 지구에서 이루어진 현대사의 일들은 안방내용처럼 알고 있지. 그래서 지구의 절망은 무엇이며 희망은 무엇이란 사실도 소상히 알고 있지.’

  “지구인류들을 친구로 많이 사귀고 있나요?”

  ‘소수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신분의 대상들을 친구로 사귀고 있단다.’

  “지구의 친구들을 당신들의 해저기지로 초대하기도 하나요?”

  ‘그럼. 지구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지구의 희망을 건지기 위한 토론과 대책을 강구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지구최후의 날을 대비한 우주프로젝트를 그들에게 전달하기도 하지.’

  “해저기지에는 어떤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지요?”

  ‘고차원문명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단다. 우리들 세상의 축소판과 같은 모습이 지하도시에 있단다.’

  “아무리 그래도 어두운 땅속이라 답답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갈 것 같은데요? 고차원문명세계의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 우리들 지하도시는 살기 좋은 환경이란다. 지상과 다름없이 식물도 자라고 신선한 공기도 충만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들도 자라기 때문이지.’

  “어두운 땅 속에서 어떻게 꽃과 식물들이 자라고 신선한 공기가 충만할 수 있을까요?”

  ‘고차원문명세계의 힘은 그보다 놀라운 일도 얼마든지 완성할 수 있단다.’

  “바다 밑의 어두운 땅 속에서 지상과 똑같은 환경의 세상을 건설하고 살아간다니 고차원문명세계의 힘은 대단하게 느껴지는군요.”

  ‘우리들은 마음만 먹으면 땅 속이든 물속이든 하늘이든 가리지 않고 어떤 집도 만들고 어떤 세상도 새롭게 건설할 수 있단다.’

  “하늘이나 공중에도 당신들은 집을 짓고 길을 만들고 인류들이 살아갈 생활터전을 건설할 수 있다는 설명인가요?”

  ‘우주공간에도 벌서 우리들은 땅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들어 고차원문명세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단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주의 정복자라고 자신 있게 말한단다.’

  “우주공간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지요?”

  ‘우리 샤르별의 상공에 땅처럼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우주도시가 만들어져 있단다. 우주도시에는 거대한 빌딩과 시설들이 지어져 있어 인간들이 땅에서처럼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이 없단다.’

  “그만큼 당신들 세계는 땅이 좁고 인류가 많아서 우주도시를 건설하고 살아가나요?”

  ‘우리 샤르별은 지구보다 큰 별이지만 인구 숫자는 많지 않단다.’

  “그런데도 우주공간에 땅처럼 넓은 우주도시를 건설하고 살아갈 의미가 있나요?”

  ‘인류에게 주어진 삶의 공간은 땅이 전부가 아니란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무변광대한 우주공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한단다. 우주도시는 인류들이 우주정복을 위한 첫 단계 사업이기도 하지.’

  “우주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어느 정도 되나요?”

  ‘상주하는 인구가 3억에 달한단다. 그러나 땅에서 살고 있는 인류들이 수시로 우주도시를 왕래하며 우주첨단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가용되고 있는 인구 숫자는 더욱 많단다.’

  “그만큼 샤르별의 인류들은 우주여행이 자유롭다는 뜻이군요?”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어린 아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우주여행을 하고 우주도시를 다녀 올 수 있단다. 지구인류들이 소풍 가듯 우주여행은 손쉬운 레저문화란다.’

  “어린아이라도 우주여행이 자유로운 샤르별은 우주정복자들의 세상이란 이름이 걸맞군요. 과연 고차원문명세계의 힘은 무소불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