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덤의 미스테리

  

  그 우주의 파수꾼이며 외계의 존재라고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전해주는 우주의 소식을 접할수록 내면의 정신세계는 우주에 대한 환상, 우주에 대한 동경심으로 몰입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우주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심이 본래부터 내면의 잠재의식 속에 머물고 있다가 돌연히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환청으로 변해서 돌출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도 마음이 들뜨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하늘에 나타나는 물체를 발견할 때도 역시 마음이 들떠서 견딜 수 없었다.

하늘에 나타난 물체는 멀리 보일 때도 있었지만 아주 가깝게 보일 때도 있었다. 가까이 보일 때는 미지의 에너지가 몸을 감싸고 그 힘이 몸속에서 증폭되기도 했다. 그 투명한 빛의 물체가 머리 위로 가까이 다가왔다가도 아주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때는 마음이 공허해지기 일쑤였다.

  투명한 빛의 물체가 사라질 때는 구름처럼 흐늘흐늘 흩어지는 모습일 때도 있었고, 비눗방울이 팽창했다 터져버리는 현상 일 때도 있었다. 대부분은 투명하게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는 모습들이 그 물체의 흔적이었다.

  그때마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 숨바꼭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릴 때는 반드시

  ‘샤르샤르샤르사차 슈-미뮤-무사차...........우주의 문을 열라. 우주와의 경계를 허물고 우주와 합일체를 이루어라.’

라고 하는 노랫소리가 들리면서 시작되었다. 부드럽게 울려오는 주문 같은 그 소리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는 힘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또 뜻밖의 소식도 들려주었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분이 묻혀 있는 무덤에 기대어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사랑스런 우주의 존재여! 그 무덤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라 산 자의 것이니 놀라지 말라. 끝까지 진실을 덮어두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 우리는 우주의 파수꾼이니 이제 진실을 말하려 한다.’

  이제까지 세상에 태어나서 듣던 말 중에 이보다 황당한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죽은 자의 무덤이 산 자의 것이라고 주장하니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황당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 불현듯 그리움의 영혼이 눈앞에 나타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햇빛에 그을려 거무스레한 얼굴에 한 없이 인자함이 돋보이고 짙은 눈썹과 맑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고인의 환영이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할 때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다시 반복되었다.

  ‘그 무덤의 주인은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더 이상 그 죽음을 슬퍼하지 마라. 즉 죽지 않고 살아있는 무덤의 주인을 이제 더 이상 무덤에서 찾지 말고 그 영혼을 저승에서 부르지 말라는 뜻이다.' 라고.

  이미 저승에 있다고 믿어왔던 영혼을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진짜 유령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분이 살아 있기를 바라는 너무 간절한 소망이 환청으로 바뀌어 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주장처럼 무덤에 묻혀있는 고인의 영혼이 진짜로 벌떡 살아나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가끔씩 꿈속에서 생존해 있는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꿈인 줄 알면서도 행복해 했던 기억들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다.

  유령의 목소리라도 그분이 살아있다는 소식은 반갑고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억울하게 그분을 여의었지만 사실은 그 그리움을 아주 땅에 묻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리움의 영혼은 멀리 떠나지 못하고 항상 가슴속에 머물며 살고 있었다. 가슴속에 살고 있는 그리움의 영혼을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그렇게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고인이 된 그분이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네 그리움의 영혼은 무덤 속에 있지 않다. 살아있다. 살아있다. 너에게는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비밀이다.'

  그분의 무덤은 예나 지금이나 처음처럼 멀쩡한데 무덤에 묻혀있는 영혼을 살아있다고 믿으라니 풀릴 수 없는 비밀이요 수수께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향해 반문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노라니 떠나간 영혼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북받쳐 옵니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보다 기쁜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평소에 간절히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목소리는 정녕 환청이지 사실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라 사실이다. 네 그리움은 이제 저승으로 떠나간 고인이 아니라 우주의 하늘아래 엄연히 생존하고 있는 현실인이다.’

  “그렇지만 저승에서 영혼으로 머물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고인을 살아있다고 믿으라니 반갑고도 황당합니다. 그 분의 무덤이 여기 이렇게 멀쩡한데, 이 속에 잠들어 있는 영혼이 죽지 않고 살았다는 뜻이 무엇인가요? 아니면 이 무덤이 저에게 소중했던 그분의 무덤이 아니란 뜻인가요?”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더 친절한 음성으로 답변해 주었다.

  ‘사랑하는 우주의 아들 하리야! 네 그리움인 그 사람의 본래 무덤은 맞지만 지금은 그 속에 아무도 잠들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 무덤의 내부는 지금 비어있는 상태란다. 그 무덤이 비어있지 않다면 네 그리움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내 말은 당연히 거짓이겠지.’

  “그러면 저는 이제까지 빈 무덤을 찾아와 외로움을 달래고 그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했습니까?”

  ‘너는 이제까지 빈 무덤을 찾아다니고 있었단다. 그래서 더 이상 비밀을 감출 수 없단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 우롱당한 느낌이군요. 저는 이제까지 세상이 고단하고 힘들 때, 슬프고 억울한 일들이 많을 때 이 무덤을 찾아왔고, 그때마다 마음의 위안을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슬픔으로 울다 지치고 잠이 들 때면 꿈속에서 그분이 나타나 살아있을 때처럼 위로해주고 했습니다. 꿈은 거짓이었고 무덤을 찾아와서 느끼던 위안도 착각이었나요?”

  ‘그 무덤은 지금 비어 있지만, 빈 무덤 속에는 네 그리움이 지구에서 이루지 못한 한과 아쉬움 그리고 남겨두고 떠난 것들에 대한 사무치는 애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몸은 없어도 혼은 남아있는 무덤이겠지. 그래서 이제까지의 위안들은 우롱당한 일들이 아니니 억울한 생각을 갖지 마라라. 앞으로도 그 무덤을 외면하지 말고 찾아오너라. 예전과 다름없이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고 힘든 일들을 토로하도록 하여라. 그 빈 무덤은 네 그리움에 대한 유일한 흔적이니까.’

  “그러면 이 무덤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면 믿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싶지만 무슨 방법으로 어두운 땅속을 확인하지요?”

  ‘네 마음속 의문을 깨끗이 지워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이어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샤르샤르샤르사차 슈-미뮤-무사차....두서무 아디 아디!’하고 무언가 호출하는 것 같은 노래를 불렀다. 그때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사이로 투명한 물체가 나타났다. 투명한 물체가 나타나 높은 상공에 머물더니 산소 위에서 투명한 빛으로 무덤을 비추었다.

  안개 빛 같은 투명한 터널이 무덤 위에 씌워지자 땅속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X-ray 사진기로 몸속을 찍듯 어두운 땅 속의 모습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였다. 투시안으로 땅속을 들여다보는 기분 같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주장대로 무덤은 텅 비어 있었고 유골이나 아무런 유품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떤 작은 흔적도 눈에 띄지 않은 빈 무덤이었다.

  빈 무덤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한편은 허전하고 한편은 기뻤다.

  그때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나에게 질문했다.

  ‘어떠냐? 내 말이 맞지?’

  나는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그분의 소생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무덤 속은 비어있고 그분이 잠들어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과연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제 그리움은 땅 속으로 꺼졌을까요? 하늘로 솟았을까요?”

  ‘우주 저편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샤르별나라를 찾아와 살고 있단다.'

  “샤르별나라는 어떤 세상인데 죽은 자들이 찾아가서 살 수 있습니까? 그곳은 저승세계의 다른 이름입니까?”

  ‘저승이 아니라 고차원문명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현실 속의 4차원문명세계이며 초광속세계란다. 바로 우주의 파수꾼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름이란다.’

  “초광속세계라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이란 뜻인가요?”

  ‘우주파동의 우주속도로 움직여지는 초물질적 모순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이란다.’

  “모순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도 있나요?”

  ‘우리들 세상이 그곳이며, 4차원문명세계와 초광속세계는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모순의 법칙으로부터 창조된단다.’

  “그곳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세계인데요?”

  ‘거리의 측량조차 무의미한 멀고 먼 거리에 우리들 세상이 존재한단다. 그 멀고 먼 별나라에서 우리들은 쉬지 않고 지구를 왕래하며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단다.’

  “멀고 먼 우주의 세계에서 무슨 힘으로 지구까지의 왕래가 가능하지요?”

  ‘우주파동의 파뵤시에너지의 힘으로 가능하단다.’

  “파뵤시에너지는 우주공간을 단숨에 날아가게 만드나요?”

  ‘파뵤시에너지는 물질공간을 4차원공간으로 바꿔주며 움직이는 물체를 공간이동체로 만들어준단다. 그 힘으로 우리는 우주공간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단다.’

  “지구인류들이 발명한 과학의 논리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현상이군요?”

  ‘이해는 불가하더라도 체험은 가능한 현상이란다. 지구인류들의 사고가 진화되고 진화되어 우주의 영성이 크게 열릴 때 비로소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리라.’

  “그러면 혹시 당신들의 고차원문명세계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섞여서 살고 있지 않나요? 우주가 다차원세상이라면 당신들의 세상이 그 다차원의 어느 영역에 속한 영혼과 육체의 존재들이 혼합되어 살아가는 특별한 현상의 세상이 아닌가요?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세상보다 모순의 법칙이 잘 어울리는 세상도 없을 것 같네요.”

  ‘허허 하리는 소설도 잘 쓰는구나. 결코 그렇지 않단다. 문명의 차원은 다르지만 지구인류들과 똑같은 인류들이 똑같은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이 우리들 고차원문명세계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떠있는 아름다운 별이라면 마찬가지로 우리 샤르별나라도 우주의 중심에 떠있는 아름다운 별에 지나지 않단다. 우리 샤르별에도 지구처럼 아름다운 산천과 꽃과 열매와 무수한 생명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주의 섭리를 노래하며 살아가는 자연의 세계이며, 인류의 애환이 녹아 있는 세상이란다.’

  “그런데 무덤에 묻힌 그분이 어떤 천지조화로 되살아나 우주파동의 초광속세계인 샤르별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허황되게 들리겠지만, 무한이론의 우주학문을 숭상하고 있는 우리들 세상에서 파뵤시에너지의 힘으로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분야가 없단다. 즉 파뵤시에너지의 힘으로 네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 일들을 가능하게 하였고, 앞으로도 너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현상들을 수없이 체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 너와 내가 마주앉듯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현상도 파뵤시에너지의 힘이 아니면 불가하다.’

  “파뵤시에너지의 힘은 제가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지만, 우주에서 이보다 신비한 힘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주에는 정 반대되는 현상의 모순의 법칙이 수 없이 존재한단다. 모순의 법칙을 바꾸어 무한이론으로 부르기도 하지. 지구인류들이 사용하는 전기라는 힘도 처음에는 모순의 법칙에 의해 세상에 선보인 힘이란다. 모순의 법칙으로 세상에 태어나는 힘들은 인류들이 미리부터 상상하고 이해하기 힘들지. 우리들 세상에는 지구인류들이 상상하기 힘든 모순의 법칙이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학문의 이름으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단다. 파뵤시에너지의 힘은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징일 것이다. 우리들이 우주를 정복할 수 있는 힘도 무덤에서 죽은 자를 구출할 수 있는 힘도 파뵤시에너지의 힘이 아니면 불가할 것이다. 네 말처럼 신비하고 신비한 우주의 힘이지.’

  “그러면 그 신비한 힘에 의해서, 무덤에서 소생한 그분은 지금 4차원문명세계라고 하는 당신들 세계에서 영혼이 아닌 육체의 몸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계시다는 뜻이군요?”

  ‘당연히 영혼이 아닌 육체의 몸으로 재탄생하여 우리들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우리들 세상에서 누지오디란 새 이름을 부여 받고 새로운 학문에도 몰두하며 새로운 삶을 약속받고 있단다. 지구에 남겨두고 떠난 인연들은 당연히 아쉽고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지. 우리들 세상도 인정과 그리움과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떻든 다행스런 일이네요. 당신이 들려주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그분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살고 있다는 초광속세계나 고차원문명세계는 너무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이어서 그 말을 듣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져요.”

  ‘우리들 세상은 모순의 법칙이 순리화된 세상이라 네 귀에 들리는 소식이 모순투성이로 들릴 것이다. 거듭 설명하거니와 우주는 손바닥의 앞부분과 뒷부분처럼 양극화된 다차원의 현상들이 존재하고, 그 다차원의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들은 서로의 차별됨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단다. 양극현상의 이쪽에서 생각하면 저쪽이 모순이고, 저쪽에서 생각하면 이쪽의 질서들이 모순이 된다. 그래서 너도 우리들 세계에 대한 소식이 이제까지 경험해 본 바도 없고 배운 바도 없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대부분은 모순처럼 들릴 것이다. 어떻든 파뵤시에너지의 힘으로 물질과 빛의 법칙을 초월한 세상을 초광속세계라 부르고, 초광속의 질서로 이루어진 문명세계를 4차원문명세계 또는 고차원문명세계라고 부른단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지게 될 것이다. 나는 우주의 파수꾼이니 파수꾼의 말은 언제나 진실이란다.’

  “저도 빨리 당신께서 들려주는 모든 우주의 소식들이 진실 되게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면, 외계의 존재들인 당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지구인류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원의 문명이 펼쳐지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겠군요. 그런 고차원문명세계에서는 모든 죽음이 해방되어 영원한 존재들만 살아가는지 궁금해요.”

  ‘그건 어불성설이다. 4차원문명세계라고 하여 죽음의 그늘이 피해가지는 못한단다. 우리들 세계도 지구인류들처럼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의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질서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단다.’

  “무덤 묻힌 죽은 생명조차도 파뵤시에너지의 빛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면 당신들 세계에 죽음의 그늘이 존재할 까닭이 있을까요?”

  ‘파뵤시 빛이 모든 죽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란다. 반복해서 설명하자면 네 그리움은 지구문명의 힘으로는 가망이 없는 목숨이었고, 고차원문명세계의 힘으로는 소생이 가능한 목숨이었을 뿐이란다. 즉 문명의 차이 때문에 죽을 생명이 살고 살아날 생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지. 최소한 4차원문명세계의 힘은 살아날 수 있는 생명조차 무덤에 묻히도록 방치하지는 않지. 지구처럼. . . . .’

  “그만큼 우리 지구인류들은 낮은 단계의 문명 때문에 살 수 있는 생명이 살지 못하고 무덤에 묻히게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당신들은 다른 지구인류들도 무덤에서 소생시킨 사례가 더 있나요?”

  ‘있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구에서 발생한 관행이란다.’

  “그럼 지구에는 가족들도 모르는 빈 무덤이 존재하겠군요? 지금 제가 당하는 일처럼.”

  ‘그럼.’

  “어떤 존재들이 무덤에서 부활하는 혜택을 누리지요?”

  ‘고운영혼을 소유한 우리의 친구들이지.’

  “그 관행은 현재와 미래에 계속 이어지게 되나요?”

  ‘지구의 과학문명이 모순의 법칙을 뛰어 넘어 완전한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지구에는 그만큼 당신들의 친구가 많이 존재하나요?”

  ‘고운영혼들은 모두 우리들의 친구지. 그 중에는 실제로 교류가 이루어지는 친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도 있단다.’

  “고운영혼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당신들이 지구를 찾아온다는 뜻이군요?”

  ‘우리들은 지구최후의 날을 준비하고 또한 소중한 친구들과 영적인 깊은 교류를 나누기 위해 지구를 찾아오고 있단다. 고운영혼의 친구들을 우리들이 우주 끝까지 보호하고 감싸 줄 의무가 있지.’

  “무덤에 묻혔던 저의 소중한 분도 당신들과 영적교류를 나누던 친구였나요?”

  ‘놓칠 수 없는 영혼의 보물이었고 절친한 사이였지. 그 친구는 무덤에서 떠났지만 남겨두고 간 소중한 것이 있다.’

  “무엇을 남겨두고 떠났지요?”

  ‘우정의 바톤.’

  “그 우정의 바톤이 무엇이지요?”

  ‘바로 너 하리란다. 네가 빈 무덤을 찾아와 떠나간 영혼과 긴 대화를 나눌 때 우리가 대신해서 들어주었단다. 네 여린 가슴속 절절한 사연들을 떠나간 영혼을 향해 토로할 때 우리들은 숨죽여 들으며 눈물을 삼켰지.’

  “그래서 제가 이 무덤을 찾아올 때 보이지 않는 영혼이 지켜주는 듯 마음이 포근해지고 했나요?”

  ‘그런 이유도 있지..............’

  이런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 고차원의 정신세계에서 살아가는 외계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지구를 찾아와 지구인류들과 우정을 나눈다는 사실이 마음 흐뭇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설명을 듣고 나서 허전했던 마음의 빈자리가 따뜻한 빛으로 채워지는 듯 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고운영혼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롭게 방치하지 않고 도와준다고 하니 그보다 든든하게 여겨지는 힘도 없었다.

  외계의 존재들이 위기의 영혼들을 구해주는 무기가 파뵤시에너지였다. 나로 하여금 공간이동의 체험을 하게 만들고 위기의 순간 보호막이 되어주기도 했던 보이지 않는 빛, 파뵤시에너지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외계의 존재들이기에 스스로 우주파수꾼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파뵤시에너지에 대해 이런 설명도 들려주었다.

  ‘파뵤시에너지는 우주최대 모순의 법칙이다. 그 힘은 물질의 법칙을 초월한 힘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질서는 본래 모순의 법칙이 지배하고 그래서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모순의 법칙은 필수적이다. 죽을 것이 죽지 않고 멸할 것이 멸하지 않는 파뵤시에너지의 위대한 힘을 네가 체험하며 살아가리라. 우리들 4차원문명세계는 파뵤시에너지의 힘으로 창조되었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우주최대의 초월적인 힘이며 모순의 법칙이 파뵤시에너지라고 확신했다. 죽을 것이 죽지 않고 멸할 것이 멸함을 당하지 않는 일보다 더 큰 모순이 어디 존재하며 초월적인 힘이 존재할 것인가 자문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죽었던 영혼을 다시 깨우는 힘이 기적이라 말하지 않고 문명의 차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지구의 문명보다 앞 서 있는 4차원문명세계의 힘 때문에 기적이 발생한 것이지 다른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4차원문명의 현상은 물질법칙의 질서에서 고찰할 때는 모순이지만 다차원의 우주질서 현상에서는 순리라고 했다. 지구인류들은 낙후된 문명 탓으로 살아있어야 할 목숨들이 일찍 병들고 무덤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어떻든 무덤에 묻힌 영혼까지 다시 살릴 수 있는 4차원문명세계의 힘은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구를 찾아온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행운이라고 생각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그분이 그들과 생전에 우정을 나눴고 무덤에서 구조됐다는 소식은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부터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비어 있는 무덤을 확인하고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