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1일

불도에 귀의하여 마음에 평온을 차젔다(찾았다). 육신을 어떻게 다루던 알 바 아니다. 마음의 본성은 공(空)이다. 본성만 확고히 잊지 않으면 세상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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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2일
  
  고등군재를 대기하면서 어젯밤 꿈에 상(想)자에서 심(心)자를 떼라는 계시를 받고 아침에 깊이 생각에 잠김. 무심하라는 계시다. 불심은 사람이 무심하면 곧 볼 수 있다.
  
  매사에 무심하면 마음이 평안하고 무슨 일에도 동요되지 않는다.
   사생관의 초월도 무심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이제 나는 천지가 뒤집어져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해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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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5일
  
  군법회의도 끝나고 이제 최종최후의 준비를 해야겠다. 불심에 귀의해서 평화로운 최후가 되도록 계속 노력한다. 이미 마음의 안정은 찾았다. 금일부터 더욱 불법에 정진한다.
  
  성불만이 최고의 희망이다. 나는 기필코 이룰 것이다. 변호사 3인 다녀가다. 잠시 졸았다. 꿈을 꾸었다. 마음의 자성을 관리하라고 했다. 성불성아 가까어지는 듯. 조용한 하루를 지냈다. 마음은 평온하다. 모든 잡념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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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2월8일
  
  세월은 유수와 같이 잘 가는구나. 2심의 언도공판 통지 아직은 없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신중을 기하는 듯 조급히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다. 결과는 보나 마나지마는 조반을 마주서니 마음닦는 수련에 들자. 불교의 심오한 원리. 사람의 생각을 개조하누나. 사람이 몸인 줄 알었드니 그게 아니고 마음이 진짜 사람 즉 나라는 것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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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음력 12월11일)
  
  -만일 내가 사형선고 없이 견성할 수 있었겠는가. 육신 즉 유한생명을 바치고 무한생명 부처를 찾았다.
  -불행이 지혜의 눈으로 보면 곧 행복이 된다는 진리를 입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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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2월 29일
  
  선정(禪定)이 부족하다. 전념선정. 선정삼매. 유실실개는 양심에 가책없다. 전원을 구제하는 방법이 대국민 여론에 달렸다고 하면 사실만은 공개해 주어야겠다. 나의 미덕을 앞세워 타인의 생명을 위협받도록 해서는 아니 되겠다.
  
  물론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생각하면 가슴은 아프다. 그러나 저 젊은 생명 여하히 하겠는가. 나에게 끝까지 충성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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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1980년 5월 24일

< 김재규 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