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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사
 < 한국의 쉰들러들 >
ㅡ 1950년 7월 18일

 우리 현대사 최대의 흑역사 가운데 하나는 단연 보도연맹원 학살이다. 6월 27일 허겁지겁 피난길에 오른 이승만 대통령의 정부는 남로당원들과 보도연맹원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헌병과 방첩대, 그리고 경찰은 관할 지역의 보도연맹원들을 쓸어담아 산으로 골로 끌고 가 되는 대로 죽여 버렸다. 초반의 정신없는 패퇴로 거물 공산당원 김삼룡 이주하 정도만 죽이고 나머지 빨갱이들은 놔두고 남하해야 했던 분풀이랄지 국군과 경찰은 깨끗이 싹쓸이를 하면서 남하했다. 충청북도 영동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대전 함락이 7월 20일이다. 그러니 7월 18일쯤이면 충남북 일대의 전선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전황은 절망적이었고 믿었던 미군 24사단도 처참하게 붕괴됐다. 후퇴령이 내려왔다. 그리고 후퇴령은 살인 명령을 동반하고 있었다. 보도연맹원들은 멋도 모르고 집결하라는 명령에 집결했고 어딘지도 모르게 끌려가 뒤통수에 총알이 박혔다. 일단 보도연맹 딱지가 붙었으면 용서가 없었다. 해방 이후 영동 군수를 지낸 사람이 보도연맹원 틈에 낀 것을 보고 한 경찰관은 “집에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오시라.”고 넌지시 얘기하며 어떻게 살려보려 했지만 이 순진한 양반은 정말로 옷을 잘 갈아 입고 모자까지 쓰고 다시 나타나서 시체 더미에 합류한다. 심지어는 장인어른을 손도 못쓰고 황천길로 보낸 경우도 있었다. 보도연맹원 몰살 명령은 그렇게 살기를 띠고 있었다. 

7월 18일 영동경찰서에는 관내 지서장이 전원 집결했다. 영동서장은 무거운 음성으로 명령한다. “내일 중으로 국민보도연맹원들을 모두 격리하라는 지시다. 오늘부터 유치장도 특무대가 관리한다. 전시 비상계엄하에서 어쩌겠는가. 군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남부 4개 면은 황간지서로, 용화면은 용화지서로, 영동읍을 비롯한 나머지 6개 읍면은 경찰서 수사계로 인계하되 황간지서장과 용화지서장은 지서나 창고에 이들을 집결시켰다가 특무대에 인계하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교육소집이니 한사람도 빠져서는 안된다.” 그 명령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지서장은 없었다. 이튿날 멋모르는 보도연맹원들은 영동경찰서와 각 지서 앞마당에 모여들었다. “보도연맹 교육”이 있다고 했다. 교육은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고 했다. 그들은 창고에 수용돼 한뎃잠을 청했다. 

그러나 용화지서장 이섭진은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저 천진하게 코 골고 있는 사람들을 죽인단 말인가. 저들은 대부분 빨갱이도 아니었다. 진짜 빨갱이라면 산에 들어가 있거나 월북을 했지 저렇게 물정모르고 오라는 대로 오고 앉으라는 대로 앉는 농민들일 뿐이었다. 고심 끝에 이섭진은 부인 박청자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부인은 펄쩍 뛰었다. “죄 없는 사람들을 전부 죽인다고요? 말도 안돼요.” “그렇다고 명령을 어길 수도 없잖아. 우리 애들도 생각을 해야지.” “저 무고한 사람들 죄 죽여 놓고 무슨 염치로 세상을 살 겁니까? 하늘 보고 살 수 있겠어요?” 마침내 이섭진은 용기를 낸다. 

특무대의 명령이라면 호랑이도 앞발을 모을 시대였고 전시였으며 대전이 함락 직전으로 충청도 일대가 완전히 인민군에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특무대에게 인계하라는 명령을 정면으로 어길 경우 누구의 권총에 뒤통수가 뚫릴지 몰랐다. 실제로 증평지서장은 사람들을 살리려다가 특무대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이섭진은 목숨을 걸고 보도연맹원들이 수용된 창고로 향한다. 널빤지로 허수룩하게 막힌 흙담 창고 안에 갇혀 있던 보도연맹원들에게 이섭진은 철사를 자를 칼과 가위를 넣어 두고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아까 막아둔 봉창으로 빠져 나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게. 이유는 묻지 말고. 그리고 지금 내가 한 말을 절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안 되네.” 이렇게 눈치를 주는데 멀거니 앉아 있을 사람들은 없었다. 용화리 보도연맹원들은 모두 달아났다. 영동 전역에서 수백 명의 보도연맹원이 죽어가는 동안 용화리에서는 단 한 명도 죽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절대 얘기하지 말라.”는 당부는 지켜지지 않았다.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섭진 지서장의 선행은 불길처럼 퍼져 나갔고 1952년 11월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두고 없는 사람은 노력으로 힘을 보탠 공덕비가 용화리에 세워지게 된다. ‘이섭진 지서장 영세불망비’ 즉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는 고마움의 표시였다. 어느 촌로가 붓을 기울여 지었을 비문을 해석하면 이렇다. “강직하고 현명하게 일에 임하여 어질고 한 마음으로 사람을 구했네/ 한 고을을 잘 다스리니 그 덕이 이웃에까지 미쳤도다/ 모든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듯 집집마다 그의 덕을 기억하여/ 비록 길가에 세운 조각돌일지라도 영원히 잊지 말자. ”

그러나 이섭진 지서장을 잊지 않은 것은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당국도 그 사실을 알고는 끊임없이 이섭진을 견제하고 감시했다. 결국 아는 사람과 술 한 잔 한 것이 빌미가 되어 이섭진은 1961년 경찰직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 뒤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했던 그는 아들의 표현에 따르면 “퉁소 불며 시조 읊으며” 여생을 보내야 했다. 전국을 뒤덮은 전쟁의 소용돌이, 사람 좋은 순경 아저씨가 사람 목숨 거두기를 해변에서 조개줍듯 하는 야차로 변하던 광풍, 전국에서 도대체 얼마나 죽어갔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는 암흑의 역사 속에서도 그렇게 사람다움의 빛으로 어둠 한 귀퉁이를 밝힌 사람들이 있었다. 이섭진 지서장이 그랬고 주민들을 방면하다가 총에 맞아 죽은, 이름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증평지서장이 그랬고, 보도연맹원과 좌익계 군민들 앞에서 “여러분을 모두 방면한다. 내가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 모르지만, 혹시 죽으면 내 혼이 각자의 가슴에 들어가 지킬 것이니 새 사람이 돼 달라”고 비장하게 연설한 구례경찰서장 안종삼도 있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봄을 맞이하듯 그의 덕을 기억할” 일이다. 전쟁영웅도 많겠지만 그보다 이섭진, 안종삼 같은 사람들은 훨씬 더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다.

ㅡ From 후배 김형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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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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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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