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20227173602980
"왜 이제 와서.." 돌연 말 바꾼 문 대통령에 원전업계 발칵 뒤집혔다
5년간 '황폐화' 된 생태계
수주 절벽에 매출 29% 줄고
원자력학과 전공자도 21% 급감
'탈원전 독박' 한전은 최대 적자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탈원전 정책으로 생태계 붕괴를 겪은 기업인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공급하는 A사 관계자는 “그동안 해온 것은 생각지 않고 이제와서 탈원전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일감이 끊어져 녹이 슬어버린 장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한 회장도 “지난 5년간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원전산업계가 초토화됐다”며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 정책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원전업체인 세라정공 김곤재 대표는 “원전 기술자들을 내보낼 수 없어서 최근에도 빚을 내 월급을 줬다”며 “기계 팔고, 이삭 줍기식 부품 수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원전업계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의 원전 설계·시공 능력도 위기다.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인력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타격이다. A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살려달라는 호소 5년간 모르쇠
이제 와서 원전이 주력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갑작스러운 ‘친(親)원전’ 발언이 벼랑 끝에 내몰린 원전업계를 들쑤셔놓고 있다. 임기 내내 ‘탈(脫)원전 선언’에 스스로 갇혀 “신규 원전 건설은 절대 없다”고 강조해오던 정부가 돌연 ‘원전 친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 원전 설계·시공 능력을 자랑하던 부품업체들은 줄줄이 폐업했고, 기술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대학의 원전 관련 학과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공기업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왜 이제 와서…황당” 얼마나 어렵길래
기업인들은 현 정부 초기부터 탈원전 정책을 성토해왔다. 한철수 전 창원상공회의소 회장(고려철강 회장)은 27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고집하면서 원전 부품업체는 대부분 반폐업 상태”라며 “한전 부실이나 전기료 인상은 모두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창원의 A부품업체 대표는 “탈원전이 얼마나 엉터리 같은 정책이었는지 증명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한국은 원전 부품도 조립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2017년 6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원전 생태계는 밑바닥부터 균열이 시작됐다. 한국 원전의 힘은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을 중심으로 핵심 원전 협력업체들의 클러스터에서 나왔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수년째 납기 연장이 반복됐고, 중소업체들부터 하나둘 무너졌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은 현장을 떠나갔다. 2017년 2777명이던 원전 관련학과 재학생 수는 2020년 2190명으로 21% 줄었다. 2019년 국내 원전 부품 공급업체 매출은 3조9300억원으로, 탈원전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5조5000억원에 비해 1조5700억원(28.5%) 감소했다. 수주절벽이 본격화한 2020년과 2021년 매출 감소폭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부실은 예상됐던 일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공기업 부실화도 예고됐던 바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한전이 올해 1분기 5조3329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연간 20조원까지 적자가 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동결된 반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작년 연간 평균 SMP의 2배가 넘는 ㎾h당 200원으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 압력은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탈원전에 따른 막대한 추가 설비투자 비용은 또 다른 전기료 인상 요인이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에 따르면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2050년까지 1877조원의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태양광(450GW)과 풍력(50GW)에 각각 630조원과 165조500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에도 600조원이 필요하다. 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수명이 다하는 기존 원전을 1회(10년) 연장 운영하고, 신한울 3·4호기만 제때 지어도 시설투자비 138조원을 아낄 수 있다”며 원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전 활용 국제 추세에도 역행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5~6배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도 2030년까지 원전 11기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발전 부문에서만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학계는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에너지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실질적으로 부담이 크고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원자력을 포함한 ‘CF(Carbon Free)100’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도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택지를 줄이는 탈원전은 자원빈국인 한국에 부적합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퇴임뒤 "영혼 팔았다" 비판까지..탈원전이 부른 '13조 재앙'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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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평화는 언제 올까요. 푸틴(오른쪽)의 침공 결정 후, 메르켈 전 총리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을 파헤쳐봅니다. AFP=연합뉴스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그렇죠. 퇴임한 지 벌써 반년이 거의 돼갑니다만 그의 ‘무티(Muttiㆍ엄마)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국내에선 여전한 듯합니다. 그런데, 유럽에선 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3일, ‘메르켈의 레거시는 망가졌다’는 칼럼을 실었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메르켈을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이미 퇴임한 메르켈이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파고 들어봤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메르켈의 탈원전 정책입니다.
메르켈은 퇴임했으나 그가 재임 당시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게 요지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탈원전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안을 러시아 가스에서 찾았습니다. 그렇게 추진했던 게 ‘노드 스트림(Nord Stream)2’ 프로젝트였습니다. 노드, 즉 북쪽, 즉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직접 끌어오는 가스관을 만든 것이죠.
사실 이 프로젝트는 빈사 상태까지 갔다가 탈원전 정책으로 기사회생했고 가속이 붙었습니다. 당시 미국이 반대했지만, 메르켈은 밀고 나갔습니다. 그만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했죠. 결국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 북부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은 지난해 완공됐습니다.
이 1207㎞에 달하는 가스관 건설을 위해 들어간 예산이 110억 달러(약 13조원)라고 합니다. 연간 550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가스가 독일로 유입되는데, 이는 독일의 연간 가스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 대가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은 연 15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연 수익을 전망합니다. 독일이 에너지 안정 수급을 위해 러시아에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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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전 총리. AFP=연합뉴스탈원전을 향한 메르켈의 돌파력은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메르켈의 후임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7일 만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드 스트림 2를 끝장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푸틴은 그러나 들은 척 만척,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은 이미 망했고, 메르켈의 레거시 역시 마찬가지로 망했다”며 “메르켈 총리가 푸틴과 계속해서 손을 잡기로 고집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정학적 계산 착오이자, 시대적 망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것은 물론, 러시아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겁니다.
메르켈 전 총리 본인도 푸틴 대통령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사이입니다. 개(犬)를 무서워하는 메르켈을 만나는 자리에 푸틴이 자신의 커다란 반려견을 일부러 짓궂게 데리고 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전 총리는 탈원전에 대한 소신과 철학으로 노드 스트림 2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신과 철학은 지정학적 질서의 미묘한 뉘앙스를 무시했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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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무서워하는 메르켈 당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온 푸틴. 메르켈의 얼굴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AFP=연합뉴스여기서 잠깐. 노드 스트림 2가 있다면 노드 스트림 1도 있었겠죠? 여기에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노드 스트림 1 프로젝트를 시작한 인물은 메르켈의 전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였습니다. 한국인과 재혼하며 화제를 뿌린 그 슈뢰더 전 총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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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프롬 기업 로고 앞에 서있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사진은 2006년에 촬영됐습니다. AP=연합뉴스슈뢰더는 메르켈 총리보다 더 큰 비판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이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슈뢰더 전 총리는 또 다른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이사장도 맡고 있습니다. 로스네프트는 노드스트림 2 가스관을 건설한 회사이기도 하고, 미국의 대러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 이슈도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맥락에서도 슈뢰더 전 총리에 대해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24일 링크드인 사이트에 “필요한 제재는 취해야겠지만, 유럽과 러시아를 이어온 유대가 끊어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썼습니다. 물론 러시아의 무력 사용은 비판했지만,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그의 입장은 뜨뜻미지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물론, 슈뢰더 전 총리는 현재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막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의 포탄은 우크라이나 곳곳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치고, 가족들이 헤어지고, 어머니들이 울고 있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