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의 그물망, 환영 속의 드라마
 

 

영혼이 육의 옷을 입고 물질세계에 들어온 것은 신이 자신의 밭에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영적인 성장은 식물이 자라나는 이치와 닮았습니다.
 
민들레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씨앗은 어둡고 척박한 땅 속에서 흙과 모래를 헤치고 싹을 틔워 밖으로 나오는 힘겨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배추 한 포기가 제대로 자라나기까지에도 햇빛과 물과 거름과 김매기와 해충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한 송이의 꽃이나 한 포기의 채소도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치며 자라나는 것처럼, 여러분의 영혼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성숙해 갑니다. 어둠과 시련과 여러 가지 배움의 노력을 통하여 비로소 밝은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단 한 번의 생애만으로 꽃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민들레나 배추, 장미꽃과 은행나무는 한 번의 생애로 완성을 이루지만, 사람에게 있어서의 영적인 완성은 수많은 경험과 오랜 노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의 삶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영혼은 다양한 환생을 통해 많은 배움과 도약 끝에 그 영광을 드러내며, 그러기까지 수천수만 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정직이나 겸손 하나를 배우는 데에만 여러 생이 걸릴 수도 있고, 미적 감각이나 부분적인 지혜 하나를 획득하는데 한 생애가 송두리째 지나가기도 합니다.
 
영혼은 깨달음과 진리의 빛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육신의 어둠 속에서 보내게 됩니다. 육체적인 기능은 여러분을 감각적인 생활 속에 붙들어 둡니다. 여러분이 깨어 있지 못하고 감각 속에 매몰되어 있을 때에는 육체를 자신의 전부로 생각하고 감각에 의한 반영에 불과한 것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사물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망막에 비친 영상을 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듣고 있는 소리도 사실은 귀 속의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몸 바깥에 따로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을 느끼며, 머리로 인식하는 모든 것이 육체의 감각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결코 바깥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바깥에는 다만 갖가지 에너지의 흐름과 입자들의 파동이 있을 뿐입니다.
 
감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의 장면은 단지 사물의 반영일 뿐, 무대 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영화를 보며 모든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여기고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고, 심각해합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겪는 모든 것이 사실은 영화나 꿈속의 일과 같은 것인데도 좀처럼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감각기관의 작용에 깊이 빠져 그 속에서 마치 극장에서 하듯 온갖 사연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 주인인 영혼은 깊이 잠들어 있고, 대신 육신의 감각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육신은 영혼이 물질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올라타고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도구일 뿐인 육체적인 감각이 구분하고, 지어내고, 이름 붙인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며,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사연들은 껍데기들이 엮어 가는 한바탕 꿈속의 일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듯이, 때가 되면 육체적인 현상들은 기능을 중지하고 삶의 드라마는 막을 내립니다. 주인공인 영혼은 남아서 또 다른 삶을 계획하고, 이전의 삶은 다 돌아간 영사기의 필름 혹은 마지막 장을 마친 한 편의 소설이 되어 기억의 창고 속에 던져졌다가, 영혼과 함께 다음 생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참 주인은 육신이 아니라 영혼입니다. 영혼은 남자도, 여자도, 어린이도, 늙은이도 아닙니다. 영혼은 한국인이나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도 아니며, 기독교도나 불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도도 아니고, 대통령이나 청소부, 사장이나 봉급쟁이도 아닙니다. 영혼은 울고, 웃고, 다투거나, 뺏거나, 죽이거나, 쾌락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육신의 삶이 다할지라도 영혼은 나고 죽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혼은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기 전까지는 매번 새로운 육신을 뒤집어쓰고 새로운 영화, 새로운 소설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혼은 자신이 기획하고,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수많은 드라마들을 겪는 가운데 차츰차츰 눈을 뜨고 깨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반복되는 환생의 이치입니다. 영혼의 차원에서 볼 때는 나고 죽는 환생이란 원래 없는 것이지만, 육신의 차원에서는 나고 죽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환생은 물질세계에서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에 불과한 것임을 눈치 채고 거기서 벗어날 때까지 계속해서 겪게 되는 환영 속의 순례입니다. 꿈속의 일을 실재로 여기고 있는 한 꿈은 깨어지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죽음으로 한바탕 꿈이 끝난 뒤에도 꿈이 꿈인 줄을 모르고 허상을 실상으로 생각하니, 자꾸만 꿈을 좇아 감각으로 이루어진 물질세계 생활 속으로 또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환생은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이 연관성을 갖고 계속하여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마치 영화나 소설이 일 편, 이 편, 삼 편 하는 식으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듯이, 현생은 전생의 결과로, 후생은 금생의 결과로서 펼쳐집니다. 영혼은 수많은 전생들의 모든 내력을 다 간직하고 있으며, 현생에 들어와서는 그 내력에 따라 필요한 경험들을 위주로 삶이 진행됩니다.
 
가령 전생에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면 현생에서는 보다 나은 여건에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 일이 생기고, 전생에서 남을 다치게 한 적이 있으면 현생에서는 자신이 불구자의 삶을 경험해 보기도 하며, 전생에서 너무 가난하여 부자의 삶을 동경한 끝에 현생에서는 큰 부자로 살아간다든지, 전생에서 음악공부를 많이 하여 현생에서는 훌륭한 음악가로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환생은 영혼이 자신에게 걸맞은 장소와 가정을 찾아 새로운 육신에 깃들면서 시작됩니다. 영혼은 또한 전생으로부터의 삶의 내용에 적합한 에너지의 흐름을 택하게 되는데, 그것은 특정한 시간대로 출생의 시기를 정하는 것으로서 이루어집니다. 시간은 그 주기마다 고유한 에너지의 흐름을 부여하여, 그 사람이 일생동안 살아갈 나름대로의 리듬과 굴곡을 만들어 냅니다.
 
에너지의 양상은 시간마다 다르고, 매일, 매월, 매년이 다르며, 이런 식으로 수천, 수만, 수억 년 단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주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비롯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러한 에너지의 다양한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큰 틀의 무대를 만들어 놓은 위에서 세부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짜입니다. 각각의 삶의 이야기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결부되어 씨줄과 날줄마냥 다양하고 복잡하게 짜여 나가는 이 그물망은 거대하고도 완벽하여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사연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공정하고 철저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입니다.
 
이승의 그물망은 저승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육신의 생명이 다한다고 해서 바로 순수 영의 차원으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승과 순수 영계 사이에는 감성계와 지성계가 있습니다. 이 두 세계는 여러분이 흔히 저승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이곳은 이승에서의 삶이 그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 이어지는 곳입니다.
 
감성계는 물질계에서의 삶을 통해 초래된 욕망과 감정들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영역이며, 지성계는 물질계 삶에서 배우고 경험한 지식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영적인 진보를 꾀하는 한편 다음 번 생의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곳입니다.
 
이와 같이 이승과 저승은 환생의 낮과 밤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는 이승인 물질계와 저승인 감성계와 지성계, 이 세 차원을 모두 극복하고 벗어남으로서 비로소 순수 영의 차원인 광명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의 감정을 완전히 정화하고, 그 생각을 조화롭게 하여, 끝내 관념의 한계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때에는 깨달음과 함께 큰 자유의 세계가 여러분 앞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깨달음은 한 순간에 오게 됩니다. 여러분의 기억의 저장고에 아무리 많은 환생의 기억들이 쌓여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이 환영 속의 기록임을 알게 되는 순간, 여러분은 여러 차원들을 오가며 겪었던 오랜 꿈의 역사로부터 한꺼번에 놓여나게 됩니다. 감성계나 지성계를 거치지 않고 물질계에서 곧바로 순수 영의 차원으로 상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 삼계의 그물망은 찢어지고, 여러분은 해방되어 다시는 환생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출처: [복 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