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으로 가는 빛의 여정...

 

 

깨달음을 말이나 글로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말과 글은 전달을 위한 부호일 뿐 결코 깨달음 자체가 아닙니다. 하지만 굳이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의식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꿈꾸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과 사물의 참모습, 본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감각의 세계를 넘어,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고, 분리된 나도 없는 실상의 영역으로, 큰 사랑과 큰 지혜와 큰 힘과 큰 자유와 큰 광명의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육체의 감각으로 겪고 있는 삶은, 사물이나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삶은 수십 년에 걸쳐 상영되는 긴긴 한 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모두들 감각 속 환상의 세계에서 욕심내고, 싸우고,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르마는 꿈속의 일입니다. 삼계와 삼생에 걸쳐 무지와 욕망으로 엮어 나가는 꿈속의 그물망, 그 끝없는 카르마의 그물망 속에 우리는 갇혀 있습니다. 물질계에서 감성계로, 감성계에서 지성계로, 지성계에서 다시 물질계로, 전생에도 그랬고, 현생에도 그렇고, 그리고 후생에서도 또 그럴지 모릅니다. 삼계와 삼생이 모두 환상 속에 놓여 있으니 카르마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꿈으로부터 깨어나면, 꿈은 그냥 꿈이었을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달콤했을지라도, 아무리 비참하고 힘들었을지라도 그저 의식의 영화관 안에서 있었던 일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꿈속에서의 시간과 공간과 사연들로, 깨고 나면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고, 나도 없습니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하는 모습에 단위를 매겨 놓은 관념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상상 속의 일입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 현재 이 순간 밖에 없습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며, 모든 것을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감각의 한계를 넘어 영적인 눈으로 보게 되면, 모든 것이 하나의 뿌리에서 솟아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꿔 가면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존재의 바탕은 대지나 바다처럼 모든 것을 담고 있어, 사물들은 그 안에서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흙속에 바위들이 묻혀 있는 것, 혹은 물속에 얼음들이 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흙과 바위는 둘이 아니며, 물과 얼음도 둘이 아니고, 바위와 바위, 얼음과 얼음도 둘이 아닙니다. 다만 뭉쳐졌다가 풀어지고 흩어지고 하는 것일 뿐 모든 것은 한 덩어리이며 그 사이에 분리는 없습니다. 사물과 사물은 원래 분리되어 있지 않기에 격리된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는 것도 사실은 ‘진짜 나’가 아닙니다. 감각은 모든 것을 분리된 것으로 보게 하고, 전체로부터 떨어져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 나가 태어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고, 회사원 학자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한국인 인도인 미국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어떤 것도 불변하는 진짜 나는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을 따로따로 돋아나 있는 한 잎 한 잎의 잎사귀 이상으로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에는 가지와 줄기와 뿌리는 보이지 않고 잎사귀만 나풀거리고 있어서, 계절이 바뀌면 쉬이 떨어져 없어지는 작은 잎사귀 하나를 자신의 전부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면, 자신이 ‘한 그루 거대한 나무’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한낱 잎사귀 정도가 아니라, 튼튼한 뿌리와 굵은 기둥과 아름다운 가지들로 하나를 이루고 있는 어마어마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 감격과 기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는 자신 속에서 뿌리의 영원함과 기둥의 든든함과 가지의 지혜와 잎사귀의 조화와 수액의 생명력을 한꺼번에 느낄 것입니다. 분리와 대립과 욕망과 투쟁은 사라지고, 하나 속에서 크나큰 사랑과 풍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깨달음은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노력하여 누구든지 이러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것과 저것, 나와 너, 내편과 네편을 아우르고, 조건과 상황에 따라 온갖 모습으로 나타나는 모든 개별적인 것들을 포함하는 ‘전체성’과 ‘영원성’이 자신의 참 본질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순간은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때가 되면 어느 틈엔가 꽃은 피어 있고, 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도 불과 몇 분 사이입니다. 환상의 세계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물러갑니다. 꿈은 아무리 오랫동안 꾸었어도 깨어날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수많은 생애 동안 누적된 두터운 기억의 창고일지라도, 모든 것이 그림자에 불과한 것임을 아는 순간, 이미 빛 속에 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복 본] 중에서

(펌)http://cafe.daum.net/sinmunm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