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천국, 가상의 지옥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습니다.

 

종교들은 대개 천국과 지옥이 저 멀리 어느 하늘 위에, 또는 어느 깊은 땅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곳은 욕망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환영의 세계, 즉 감성계와 지성계의 한 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감성계와 지성계는 물질계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한 영역으로, 진동수가 높고 예민하여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곳에서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그곳 고유의 표현방식에 의해 바로바로 나타나게 됩니다.

 

가령 물질계에서는 건물을 하나 지으려면 일일이 몸을 움직이며 자재들을 만들고 조립을 해야 됩니다. 한 공정이 끝나면 다음 공정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감성계와 지성계에서는 의도하는 바대로, 즉시 그곳의 원소들이 부응하여 건물로서의 형태와 색조를 나타냅니다. 모든 것은 감정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순간순간 드러나 보이게 됩니다.

 

감정이나 생각은 물질계에서의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기능이긴 하지만, 여러분 자신의 실체는 아닙니다. 여러분의 주인은 영혼이고, 감정이나 생각은 하인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영혼의 각성에 도달하기까지는 사람들은 하인을 자신의 실체로 알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것은 육체가 그 생명을 다한 뒤에도 영혼과 더불어 오래도록 남아, 감성계와 지성계의 여러 영역들을 두루 방문하고 다닙니다.

 

감정은 감성계의 원소들을 끌어들여 감성체를 이루고, 생각은 지성계의 원소들을 끌어들여 지성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체가 영혼의 옷이듯, 이들 역시 영혼이 걸치고 있는 또 다른 옷에 지나지 않습니다. 육체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가 아니듯이, 이 둘도 영혼의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존재일 뿐입니다.

 

감성체는 육신으로서 살아 있을 때의 감정과 욕망을 담고 있고, 지성체는 생각과 지식을 저장하고 있어서, 각각 감성계와 지성계에 그것을 투사합니다. 이렇게 하여 물질계와 감성계와 지성계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영혼이 환생을 되풀이하며 거쳐 가는 세 가지 영역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질계에서의 삶은 온갖 종류의 체험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수평적으로는 갖가지 분야의 직업과 삶의 드라마가 있고, 수직적으로도 그 감정과 생각이 어둡고 혼탁한 상태에서 밝고 맑은 상태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다릅니다.

 

감성계와 지성계 역시 무수히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빨강과 파랑, 노랑이나 검정, 또는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는 모습 등으로 다양하며, 그 선명도나 밝기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평화와 기쁨의 세계도 있고, 고통과 슬픔의 세계, 분노와 쾌락의 세계도 있습니다. 격렬하게 다투는 곳도 있고, 고요히 안정된 곳도 있습니다. 예술가, 학자, 농부, 기술자들처럼 분야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집단도 무수히 있으며, 수준에 따라 높고 낮은 많은 계층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물질계에서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가상의 세계들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가상의 세계에서 천국을 만들고 지옥을 만들어 냅니다. 물질계 생활의 양상이 수없이 다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사를 있지도 않은 선과 악으로 나누며 살았듯이, 감성계와 지성계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해서 바라봅니다. 물질계에서 복락을 누리며 사는 것을 그대로 연장하여 천국을 꿈꾸고, 그 반대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몰아서 지옥을 상상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국이란 대개 육체적 감각에 의한 생각의 산물로, 일단은 의식주가 풍족하고, 언제나 즐겁고 기쁜 일만 있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운 음악소리가 있는 등등입니다. 그리고 지옥은 언제나 춥고 어둡거나, 뜨겁고 삭막하며, 배가 고프고 고통스러운 곳으로 생각합니다. 육체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환경으로 나누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물질계 생활 속에서의 부귀영화를 그대로 저승에서의 천국으로, 물질계에서의 부족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저승에서의 지옥으로 옮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육체로서의 삶이 끝났음에도, 감정과 생각은 감성체와 지성체에 남아 있어서 여전히 물질계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되니, 그에게는 물질계에서 자기가 행한 만큼, 그리고 마음으로 상상했던 만큼의 천국이나 지옥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러니 사람마다 겪는 천국이나 지옥의 양상이 모두 다르고, 그곳에 머무는 기간도 각각 다릅니다. 아마 기독교인의 천국이 다르고, 불교도의 천국이 다를 것이며, 사흘 밖에 천국에 있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삼십 년이나 천국에서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천국도 지옥도 막을 내리고, 잠시 평정의 시간을 가진 뒤에는 다시 물질계 생활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다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투사된 반영에 지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나면 천국이든 지옥이든 저절로 사라질 때가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천국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근원에서 나온 이 세계에 부정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있다면 오직 천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신의 왕국이 천국이라면, 이 세상에 천국 아닌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곳이 천국인 이 세상에 지옥 따위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천국을 천국으로 볼 줄 모르고 지옥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마음에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지 세상은 결코 어둡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고통스러울 뿐 세상은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으며, 자신이 춥고 배고픈 것이지 세상이 삭막하고 메마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구별하여 생각해야 됩니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마음조차도 사실은 영혼의 성숙을 위한 바탕이자 과정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깨어나지 못한 밤길조차도 결국은 신의 발걸음이어서, 모든 것은 천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가상의 천국을 기다리며 목말라 하고, 가상의 지옥을 생각하며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무지한 마음이 그 껍질을 벗어버리면, 모든 곳이 다 ‘하나’로부터 나와서 ‘하나’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천국임을 알게 됩니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아무리 거친 환경도 낙원의 보금자리로 여길 것이고, 마음이 거룩한 이에겐 아무리 비천한 것도 고귀하게만 보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우며 모두가 다 사랑스럽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신성의 빛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욕망과 관념의 투사물에 지나지 않는 가짜 천국과 가짜 지옥까지도 천국의 구석자리 하나쯤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될 만큼, 모든 존재, 모든 현상들은 어느 것 하나 신성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국은 이승과 저승,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곳’이며, 우리는 다만 스스로의 눈이 열려 그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출처: [복본] 중에서

(펌) http://cafe.daum.net/sinmunmyung